이번에도 "종합 대책 세우겠다"…늘 있던 대책, 수해 방지 역부족
이번에도 "종합 대책 세우겠다"…늘 있던 대책, 수해 방지 역부족
  • 천동환 기자
  • 승인 2023.07.23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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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천 홍수 현장 찾은 한화진 환경부 장관, 획기적인 하천 정비 약속
범정부 차원 대책 수립·대응 준비 불구 올해도 막지 못한 '집중호우'
23일 인천시 서구 수도권제2순환고속도로 인천-김포 구간 청라국제지하차도에서 배수기능 개선 공사가 진행 중이다. (사진=천동환 기자)
23일 인천시 서구 수도권제2순환고속도로 인천-김포 구간 인천북항터널 배수기능 개선 공사가 진행 중이다. (사진=천동환 기자)

물관리 책임 장관인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예천군 수해 현장을 찾아 정부 차원 종합관리 대책을 마련해 획기적인 하천 정비를 하겠다고 밝혔다. 환경부를 포함한 범정부 차원 여름 재난 대책 마련과 대응 준비가 올해도 어김없이 있었지만 집중호우를 감당하긴 역부족이다.

23일 환경부에 따르면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지난 19일 경북 예천군 내성천 홍수 취약 지구를 방문해 재해 대응 계획을 중점 점검했다.

내성천은 고 채수근 해병대 상병이 실종자 수색 도중 순직한 곳이다. 채수근 상병은 한화진 장관이 내성천을 찾기 전 같은 날 오전 9시께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가 이튿날 실종 14시간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내성천 방문 당시 한 장관은 채 상병 구조 작업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내성천과 같은 중소규모 지류 지천에 대한 준설작업 등 대대적인 정비가 필요하다"며 "정부 차원의 종합관리 대책을 마련해 획기적인 하천 정비로 치수 안전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환경부 소속 금강유역환경청은 지난 20일 충북 서부 '미호강'에 대한 준설사업을 올해 말까지 완료 예정인 '미호강 하천 정비사업 실시설계'에 반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금강유역환경청은 충북도가 지난해 6월 금강유역환경청이 진행 중인 미호강 하천 정비사업 실시설계에 홍수 예방 등을 위한 하천 준설과 수목 제거를 요청한 바 있다며 이같이 알렸다. 준설은 하천 바닥에 쌓은 흙이나 암석을 파내 바닥을 깊게 하는 일이다.

지난 15일 오전 미호강이 집중호우로 범람하고 임시제방이 무너지면서 강 인근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가 침수돼 14명이 목숨을 잃었다. 정부와 지자체가 하천 정비를 준비하고 있었지만 참사는 한발 앞서 일어났다.

윤희근 경찰청장이 지난 21일 오전 충북도청에 마련된 오송 궁평2지하차도 침수 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방문해 조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희근 경찰청장이 지난 21일 오전 충북도청에 마련된 오송 궁평2지하차도 침수 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조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특히 한화진 장관은 올여름 집중호우에 대비해 지난 4일 기상청, 유역·지방환경청, 홍수통제소, 한국수자원공사 등과 영상회의를 열고 호우 대처 상황을 점검했다. 한 장관은 이 자리에서 유역·지방환경청에 "연속된 호우로 지반이 약화돼 제방 유실 등 사고 위험이 높은 상황이므로 하천 상황을 각별히 예의주시하라"고 당부했지만 관계 당국과 지자체는 미호강 범람과 제방 붕괴에 따른 참사를 막지 못했다.

환경부는 올해 여름을 앞두고 다방면으로 집중호우와 홍수에 대비해 왔다. 물관리 관계 기관과 홍수 대응 연찬회를 열고 홍수 대책을 공유했으며 중부지방 집중호우 상황을 바탕으로 풍수해 재난 대응 모의 도상 훈련도 했다. 지난달 19일에는 한 장관 주재로 홍수 대책 점검 회의를 열었다.

환경부가 강하천을 중심으로 국가 물관리를 주관하지만 여름 집중호우와 홍수는 범정부 차원 총력 대응 대상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달 15일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지하공간 침수 피해 방지 추진 상황과 계획을 논의했다. 당시 논의는 반지하 주택 침수 방지에 집중됐다. 작년 폭우 때 서울 신림동 반지하 주택에서 일가족 3명이 침수로 고립돼 사망했기 때문인데 올해는 지하도로에서 더 많은 희생자가 나왔다.

정부는 행정안전부를 중심으로 지난 6월 한 달간 '범정부 풍수해 대책 점검 특별팀'을 집중 운영했으며 이에 앞서 지난 5월19일에는 '2023년 여름철 자연 재난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매년 여름 자연 재난 대책을 수립해 대응하고 있지만 대책이 실제 상황에서 온전히 작동하지 않아 사고를 되풀이하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번 집중호우로 지난 9일부터 이날까지 47명이 사망했고 3명이 실종 상태다. 이재민은 이날 오전 6시 기준 1860명으로 집계됐다. 행안부는 지난 19일 예천군을 포함한 전국 13개 지방자치단체를 이번 집중 호우에 따른 특별재난지역으로 우선 선포했다.

cdh4508@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