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정상회담서 '한국 전문가 참여·정보 공유' 등 3가지 요구
기시다 "문제 발생시 대응" 원론적 답변만… 8월 방류 공식화
정부 "의미 있는 회담… 일본 측과 후속 실무 협의 조속히 착수"
윤석열 대통령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 과정에 한국 전문가 참여를 보장해 달라고 요구하는 등 3가지 조건을 전했다.
다만 이를 기시다 총리가 전부 수용할지는 미지수라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기시다 총리와 취임 후 6번째 한일정상회담을 갖고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원자력 안전 분야의 대표적 유엔 산하 국제기구인 IAEA의 발표 내용을 존중한다"는 기존 정부 차원의 입장을 유지하며 방류를 사실상 받아들였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기시다 총리에게 조건 3가지를 내걸었다. △방류 점검 과정에 한국 전문가 참여 △계획대로 방류 전 과정이 이행되는지에 대한 모니터링 정보 실시간 공유 △방사성 물질 농도가 기준치를 초과하는 경우 즉각 방류 중단 등이다. 이러한 조건들을 내세워 국민의 불안감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이에 대해 기시다 총리는 "해양 방출 개시 후 IAEA의 검토(review)를 받으며 일본이 시행하는 모니터링 정보를 높은 투명성을 갖고 신속하게 공표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또 기시다 총리는 "만일 이 모니터링을 통해 방사성 물질의 농도가 기준치를 초과하는 등 문제가 발생할 경우에는 계획대로 즉시 방출 중단을 포함해 적절한 대응을 취할 것"이라고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전문가 참여'에 대한 기시다 총리의 구체적 답변은 없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일본 현지 언론에서는 일본이 오는 8월 말 오염수를 방류할 것이라는 보도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박구연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은 13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에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가 논의된 것과 관련해 일본 측과 조속히 후속 협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다만 박 국무1차장은 "핸들링 주체는 IAEA(국제원자력기구)이고 조율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 사항을 일본이 바로 '예스'라고 할 상황은 아니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후속 조치에도 그런 내용이 포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오염수 방류 이후 변수 발생시 중단 조치 등은 그동안 IAEA와 우리 측 최종 보고서에서도 담긴 내용으로 특별히 진전된 내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로 인한 윤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은 다소 커진 모습이다. 일제 강제동원 제3자 변제안을 둘러싼 논란에 이어 또 저자세 일외교로 궁지에 몰렸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미 야권은 '원천적 방류 반대'라는 원칙을 유지하며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투기는 30년 이상 지속되기 때문에 현 정권이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며 "회담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며 18일째 단식 중인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일본대사관 앞에서 진행된 상무위원회의에서 "최소한 대통령의 입에서 '누락된 평가를 진행하기 전까진 오염수 투기 잠정 보류해야 한다'라는 요청이라도 나와야 했다"며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을 그토록 신뢰할 수 있다는 정부의 인식이 놀랍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국민들의 불안은 여전히 반영되고 있는 상황이다.
여론조사공정㈜의 여론조사(데일리안 의뢰, 10~11일 전국 성인남녀 1000명 대상, 응답률 2.5%,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에 따르면 IAEA의 관련 보고서에 대한 신뢰 여부를 물은 결과, 응답자의 55.2%가 "신뢰하지 않는다"라고 답했다. "신뢰한다"는 응답은 41.0%,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3.8%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