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지방은행 전환 전면 허용…금융당국, 공정경쟁 유도
시중은행·지방은행 전환 전면 허용…금융당국, 공정경쟁 유도
  • 배태호 기자
  • 승인 2023.07.05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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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현 금융위원장·이복현 금감원장, 은행지주 회장들과 간담회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안' 발표…지주 규제 개선 추진
5일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은행 지주회장 간담회에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5일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은행 지주회장 간담회에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공정경쟁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과 저축은행의 지방은행 전환이 전면 허용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감원장은 5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은행지주 회장들과 간담회를 열고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김 위원장과 이 원장은 이 자리에서 지난 4개월여간 운영된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개선 TF(이하 TF)’가 마련한 개선안을 공개하고, 은행권의 공정하고 실효성 있는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방침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김 위원장은 개선안의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해 은행지주를 둘러싼 규제도 앞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연말 주담대까지 대환대출 인프라 적용

우선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다각적인 경쟁 촉진을 위해 영업과 상품 내용에 대해 시장에 정보를 충실히 제공해 공정 경쟁을 유도한다.

이미 도입한 대환대출 인프라 시스템을 연말에는 신용 대출 외에 주택담보대출까지 허용해 대출 시장 경쟁을 촉진한다.

이와 함께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과 저축은행의 지방은행 전환도 허용한다. 

지난 1992년 평화은행 이후 인터넷전문은행 3사를 빼면 그동안 시중·지방은행에 대한 새로운 인가는 없었다. 

하지만, 이번 개선안으로 30여년 만에 시중은행 시장에 신규 플레이어 진입이 기대되고, 이에 따라 지난해 말 기준 모든 은행권 대출·예금의 약 70%를 차지한 5대 시중은행 영향력도 분산될 전망된다.   

금융당국은 현재 지방은행인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의 전환 의향이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면 수도권과 지방은행이 없는 충청과 강원도 등에서 여수신 경쟁이 확대될 것으로 금융당국은 내다봤다. 

여기에 현재 금융당국에서 인가방침 발표 뒤 신규 인가 신청·심사로 진행했던 과정을 앞으로는 건전성과 사업계획 등을 충분히 갖춘 사업자를 심사해 승인하는 형태로 바꾼다. 

또 은행권 외 금융회사들이 은행과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 저축은행의 인수·합병(M&A)을 활성화해 예금과 대출 시장 경쟁을 높인다.

구조조정 목적이거나 비수도권 저축은행의 경우 영업구역 제한 없이 4개사까지 인수(합병은 영업구역 4개까지)를 허용해 저축은행 인수·합병을 촉진한다.

이에 따른 구체적인 저축은행 인가 지침은 이달 중 개선방안을 마련해 추가 발표할 예정이다.

아울러 금융과 IT(정보통신기술) 간 협업도 강화해 경쟁력 있는 상품과 서비스가 출시될 수 있도록 뒷받침한다.

인터넷전문은행과 지방은행의 자금, 경영상의 강점을 결합한 대출상품을 출시해 금융소비자에게 은행권 금리 혜택을 확대 제공한다.

핀테크 등 IT기업의 금융업무 수행범위도 확대된다. 현재는 금지하고 있는 대출심사를 위한 개인신용조사, 담보물 평가 등이 허용될 것으로 보인다.

고정금리 등 금리변동이 작은 대출상품을 활성화해 차주의 선택권을 확대하고 금리변동에 따른 리스크 부담도 완화한다. 

이를 위해 변동성이 작은 신잔액 코픽스와 연동하는 신용대출 상품을 개발하고, 하반기 중 이를 출시·운영한다. 

◇가산·우대금리 한눈에 비교·분석

앞으로 은행별 전체 가계대출의 기준금리, 가산금리, 우대금리를 시계열로 비교·분석할 수 있도록 공시항목을 세분화해 기준금리 변동 시 가산·우대금리 조정폭도 확인할 수 있다.

또 기업신용 증가, 배당확대·채권손실 등에 따른 자본비율 하락, 연체율 상승 등을 고려한 경기대응완충자본과 은행별 리스크관리 수준,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등에 따라 차등적으로 추가 자본 적립의무도 부과해 손실흡수능력도 높인다.

이자이익에 치중된 은행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 자산관리서비스 활성화, 금융-비금융 융합 촉진, 벤처투자와 해외 진출 확대 등을 통한 은행권 업무와 수익원 다변화를 촉진한다.

특히 신탁 가능 재산 확대와 전문기관 위탁 허용 등 신탁업 혁신을 통해 이용자 특정에 맞는 종합재산관리 서비스 출시를 지원하고, 이를 위해 하반기 중 국회에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제출해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

이 밖에도 개별 등기임원의 보수지급계획을 주주총회에서 설명하고, 개별 임원의 보수지급액 공시도 강화된다. 여기에 은행 경영현황 자율공개를 통해 임원 성과급뿐 아니라 직원 성과급·희망퇴직금, 배당 현황까지 구체적으로 공개하도록 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번 TF 개선방안이 실효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지주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이를 위한 규제 완화도 예고했다.

김 위원장은 “금융지주는 그룹의 중장기 전략을 제시하고, 계열사 간 시너지를 창출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하지만, 업무 범위가 지나치게 한정되고 계열사 간 데이터 활용이나 업무위탁도 제한되고 있기 때문에 (계열사에) 비금융 회사를 둘 수 없어 빅블러의 흐름을 따라잡기도 어려웠다”며 “금융당국은 이러한 규제를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방안을 조만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번 개선방안을 계기로 국내 금융시장에서 혁신과 경쟁이 더욱 촉진되기를 기대한다”며 “개선방안이 모두 시행돼 효과를 충분히 거두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일이 소요될 수 있는 만큼, 각 금융회사는 이미 발표한 상생금융 방안을 최대한 조기에 집행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가 빠른 시일 내에 가시화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해 달라”고 말했다.

bth77@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