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국의 넋, 조국의 품에서 편히 쉬소서 6·25전쟁 당시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지키다 장렬히 산화한 6인의 호국영웅이 먼 길을 돌아 70여 년 만에 영면에 들어갔다. 육군은 22일 국립서울현충원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6·25전쟁 전사자 발굴 유해 합동안장식을 엄수했다.
세 분의 유해를 모신 국립서울현충원 합동안장식은 박정환(대장) 육군참모총장 주관으로 전사자 유가족, 국방부와 국가보훈부 관계관, 장병 등이 참석했다. 같은 시간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진행된 세 분의 합동안장식은 고현석(중장) 육군참모차장 주관으로 유가족, 보훈단체, 육군본부 부·실장 등이 참석하여 호국영웅들의 마지막 가는 길을 추모했다.
행사는 유가족 간담회, 국기·고인에 대한 경례, 조사, 종교의식, 헌화·분향, 조총 및 묵념, 영현 봉송 순으로 진행됐다. 이날 국립서울현충원에서는 故 이승옥 이등중사(현계급병장), 故 전복희·고영기 하사(현계급상병) 등 세 분의 호국영웅을 모셨다. 故 오문교 이등중사, 최봉근·태재명 일병 등 세 분의 유해는 유가족 요청에 따라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
故 이승옥 이등중사는 1932년 전라북도 정읍에서 2남 3녀 중 넷째로 태어났다. 1949년 7월에 입대하였으며, 수도사단 기갑연대 소속으로 6·25전쟁에 참전하여 백병전이 치러질 정도로 혈투가 벌어진 가산-팔공산 전투 중 만 18세의 젊은 나이로 전사했다. 고인의 유해는 경상북도 칠곡군 용수리 558고지에서 발굴됐다. 고인의 조카 이천수 씨는 “삼촌을 찾기 위해 노력해 준 관계자분들, 국가와 군에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故 전복희 하사는 1926년 인천시 강화군 양도면에서 6남 3녀 중 셋째로 태어났다. 1951년 3월 제1훈련소에 입대한 후 9사단 29연대에 배치되었다. 이후 전쟁 발발 1년째인 1951년 6월 25일, 철원-김화 지구전투 중 산화했다. 고인의 유해는 강원도 철원군 김화읍 일대에서 발굴됐다. 1954년 수여가 결정됐던 화랑무공훈장은 신원확인통지서와 함께 지난 5월 유가족에게 전수됐다.
故 고영기 하사는 1932년 서울 종로구에서 3남 5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1950년 제1훈련소를 거쳐 6사단에 배치되었으며, 1951년 4월 20일 시작된 사창리 전투에 참전하여 19세의 젊은 나이로 전사했다. 고인의 유해는 2009년 강원도 화천군 광덕리 일대에서 발굴됐으나 당시에는 신원이 확인되지 않았다. 이후 14년이 지난 올해 5월, 추가 발굴된 유해와 향상된 유전자 검사기술을 토대로 유가족과 형제관계가 확인되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게 됐다. 고인의 동생 고영찬 씨는 “살아생전 어머니가 사무치게 그리워했던 형님을 이제라도 모시게 돼 꿈만 같다”고 말했다.
故 최봉근 일병은 1920년 경남 밀양에서 2남 1녀 중 둘째로 태어났다. 6·25전쟁이 발발하자 슬하에 1남 1녀를 두고 입대하여 국군이 38선을 돌파한 10월 1일 31세의 나이로 전사했다. 고인의 유해는 강원도 춘천시 사북면 신동리에서 발견됐다. 당시 미군 전사자로 추정되어 신원조사를 위해 태평양을 건너갔다가 한미공동 조사를 통해 국군 전사자로 확인돼 2021년 다시 국내로 송환되었다. 이후 고인의 딸과 유전자가 일치한다는 것을 최종 확인, 먼 길을 돌아 조국과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게 됐다. 최 일병의 딸 최월선 씨는 “오랜 기다림 끝에 아버지를 만나게 돼 감격스럽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故 오문교 이등중사는 1930년 나주에서 3남 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임신 중이던 아내를 뒤로한 채 1952년 4월에 입대하여 2사단 31연대에 배치됐다. 휴전이 얼마남지 않은 1953년 7월 10일 화살머리고지 전투에서 장렬히 전사했다. 고인의 유해는 강원도 철원군 대마리 화살머리고지에서 발굴됐다. 고인이 참전 당시 태중에 있었던 아들 오종숙 씨는 “뒤늦게나마 아버지의 유해라도 만나는 것이 지금까지 제가 살아온 이유였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故 태재명 일병은 1930년 경북 경산시 남천면 일대에서 2남 2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6·25전쟁 당시 대구 제1훈련소로 입대하였으며, 수도사단에 배치된 것으로 추정된다. 1950년 낙동강 방어 동부축선인 안강-기계전투에서 40일간 치열한 공방전을 치르던 중 8월 10일 꽃다운 스무살의 나이로 산화했다. 고인의 유해는 경상북도 경주시 안강읍 일대에서 발굴됐다.
박정환 육군참모총장은 조사(弔辭)에서 “지금의 자유롭고 번영한 대한민국은 선배님들의 희생과 헌신 위에 세워졌다”며 “육군 전 장병은 영웅들의 위대한 군인정신과 애국심을 본받아 그 숭고한 사명을 계속 이어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