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치에 눌린 은행주, 외국인 매도 공세에 '역주행'
관치에 눌린 은행주, 외국인 매도 공세에 '역주행'
  • 문룡식 기자
  • 승인 2023.06.20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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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잔치' 비판·청년도약계좌 출시…"투자심리 부정적"
(이미지=신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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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금융당국의 잦은 개입으로 은행주가 저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내 은행주는 호실적 전망과 분기 배당 등 긍정적 요소를 가지고 있지만 관치에 막힌 형국이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은행지수는 전날 종가 기준 609.15를 기록했다. 이는 전 거래일(612.66) 대비 3.51포인트(-0.57%) 하락한 수치다. 

KRX은행지수는 거래소에서 은행업의 대표종목으로 산출한 지수로 은행 업황의 주가 흐름을 반영한다. 4대(KB·신한·하나·우리) 금융지주와 3개(BNK·DGB·JB) 지방금융지주, IBK기업은행과 카카오뱅크가 해당 지수의 종목으로 구성돼 있다.

KRX은행지수는 지난 일주일(6월12~19일)간 총 2.7% 떨어졌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2641.16에서 2609.50으로 1.2% 내린 것과 비교하면 훨씬 큰 하락 폭을 보인 셈이다.

은행주가 증시 전체보다 더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배경에는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 공세가 있다. 

일례로 신한금융지주의 경우 지난달 12일부터 이달 19일까지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외국인의 순매도세가 지속하고 있다.

이 기간 외국인들은 신한금융의 주식 683만9859주를 팔아치웠다. 이는 19일 종가 기준 2363억원에 해당하는 규모다. 매도 공세의 여파로 신한금융의 외국인 지분율은 62%에서 58% 후반대로 뚝 떨어졌다.

리딩금융을 두고 겨루는 KB금융도 같은 기간 외국인 투자자의 주식 보유량이 142만9977주 빠졌다. 신한금융보다는 상황이 낫지만, 외국인이 떠나가는 모습은 뚜렷하다.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은행주를 외면하는 이유는 정부와 금융당국의 잦은 은행권 개입에 관치 우려가 불거진 탓으로 분석된다.

은행권은 이달 15일 ‘청년도약계좌’를 출시했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로 추진된 이 정책 상품은 5년간 70만원 한도 내에서 납입 시 최대 5000만원을 모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판매에 참여한 11개 은행은 이달 8일 사전 금리 공시 당시 기본금리를 연 3.5%로 제시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이를 두고 기본금리 수준이 너무 낮다고 지적하며 적정금리 조율에 나섰다. 당초 12일로 계획됐던 금리 최종 공시일을 14일로 이틀 미루면서까지 은행권을 압박했다. 이에 은행들은 청년도약계좌의 기본금리를 최대 1.0%포인트(p) 높여 잡았다.

국내 은행주가 정부와 금융당국의 개입으로 인해 역주행하는 모습은 올해 들어 지속 반복하고 있다. 올해 2월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권의 사상 최대 실적 경신과 성과급·희망퇴직금 지급을 두고 ‘돈 잔치’라고 비판하자 은행주는 곤두박질쳤다.

당시 은행주는 실적 호조와 배당 등 주주환원 확대 움직임에 좋은 흐름을 보이며 ‘만년 저평가주’ 탈출을 꾀하던 상황이었으나, 윤 대통령의 비판과 금융당국의 개입으로 인해 상승세에 제동이 걸렸다.

청년도약계좌도 역마진으로 인한 손익 규모보다는, 관치금융이 계속되고 있는 점이 투자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증권사 관계자는 “청년도약계좌 출시가 이슈화되면서 투자 심리가 급격히 악화됐다”며 “금융당국의 금리 인상 압박에 5대 시중은행이 기본금리를 연 4.5%로 확정하면서 역마진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고 분석했다.

이어 “손익 규모의 크고 적음의 문제가 아니라 은행의 사회공헌 역할이 계속 요구되고 있다는 점에서 은행주 투자 심리에는 부정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아일보] 문룡식 기자

moo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