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금리격차 '최대'…한은, 4월 기준금리 두고 '고심'
한미 금리격차 '최대'…한은, 4월 기준금리 두고 '고심'
  • 문룡식 기자
  • 승인 2023.03.23 15: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준 베이비스텝에 한미 금리차 23년 만에 1.5%p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은 내달 기준금리 결정을 두고 고심이 깊어질 전망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베이비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면서, 한미 금리 역전 폭은 1.50%포인트(p)로 확대됐기 때문이다. 

연준이 한 차례 추가 인상 여지를 남겨둔 상황에서 한은이 금리를 동결한다면 양국의 금리 격차는 사상 최대 수준인 1.75%p까지 벌어지게 된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 연준은 21~22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연 4.50~4.75%에서 연 4.75~5.00%로 상향 조정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기준금리 상단은 한은 기준금리(연 3.50%)와 1.50%p로 벌어졌다.

한미 양국의 기준금리가 역전된 상태에서 이 같은 수준까지 확대된 것은 2000년 5~10월 이후 23년여 만에 처음이다.

연준은 40년 만에 최악인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잡기 위해 지난해부터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이어 왔다. 특히 지난해 6월, 7월, 9월, 11월에는 4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0.75%p씩 올리는 ‘자이언트스텝’을 잇달아 밟았다.

연말 들어 물가 상승세가 둔화 조짐을 보이자 12월에는 금리 인상 폭을 0.50%p 올리는 ‘빅스텝’으로 낮췄고, 올해 첫 기준금리 결정일인 지난달 회의에서는 더욱 짙어진 물가 상승세 둔화와 경기침체 우려를 고려해 베이비스텝을 단행했다.

연준이 두 달 연속 베이비스텝을 밟으면서, 한은은 내달 11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동결 카드를 또다시 꺼내 들 여지가 생겼다. 한은은 앞서 지난달 금통위에서 금리를 한 차례 동결했다.

이달 초만 하더라도 시장에서는 연준이 이달 기준금리를 0.50%p 올리리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이달 중순 들어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시그니처은행 등이 파산하면서 금융안정을 저해할 요소가 생기자 연준은 베이비스텝으로 인상 폭을 낮췄다.

한은으로서는 한미 금리 격차 유지를 위해 무리하게 보폭을 맞출 필요성이 다소 줄었고, 국내 경제 상황을 좀 더 고려할 여유가 생긴 셈이다. 

한은은 오는 29일 발표되는 소비자동향조사와 내달 4일 발표되는 소비자물가동향 등의 경제지표를 근거로 기준금리를 결정할 계획이다.

그렇다고 한은이 쉽게 기준금리 동결 카드를 꺼내진 못할 전망이다. 만약 한은이 4월에 동결을 결정하고, 연준은 점도표상 올해 전망치(5.00~5.25%)에 따라 5월 베이비스텝을 밟는다면 양국의 격차는 1.75%p까지 벌어지면서 새 기록을 쓰게 된다.

한미 금리 역전이 확대되면 원화 가치 하락해 환율이 상승하며, 외국계 투자자금이 국내 시장을 이탈할 우려가 커진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SVB와 시그니처 은행 파산 이후 현재 추가적 뱅크런이나 은행 파산 위험이 진정된 상황”라며 “이를 유지될 경우 연준은 5월 기준금리를 한 차례 더 인상한 후 금리 인상 기조를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신아일보] 문룡식 기자

moo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