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아이오닉5, 65Km로 충돌…'쾅' 아닌 '펑' 굉음에도 '멀쩡'
[르포] 아이오닉5, 65Km로 충돌…'쾅' 아닌 '펑' 굉음에도 '멀쩡'
  • 이성은 기자
  • 승인 2023.01.15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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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강화된 미국IIHS 기준맞춰 시험강화…자체평가 '굿'
전기차 배터리 전해액 새지 않아…더미, 외관 손상 안 보여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5’가 지난 12일 경기 화성시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 안전시험동에서 충돌 시험하는 모습. [사진=현대자동차그룹]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5’가 지난 12일 경기 화성시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 안전시험동에서 충돌 시험하는 모습. [사진=현대자동차그룹]

‘펑’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5’가 시속 64킬로미터(㎞)로 달려오다 단단한 충돌시험용 블록에 전면부 왼쪽을 부딪혔다. ‘쾅’ 소리가 들릴 줄 알았지만 ‘펑’ 소리가 더 컸다. 충돌과 동시에 에어백이 전개되며 나오는 소리로 추정된다.

충돌 전 귀마개를 착용했지만 충돌 소음은 귀마개를 넘어 대포를 쏘는 듯한 소리로 들렸다. 그럼에도 아이오닉 5는 안전했다.

운전석과 운전석 측면, 뒷좌석 측면 에어백이 모두 전개됐다. 차량 문은 모두 쉽게 열렸다. 앞뒤 좌석 안전벨트는 모두 정상 작동했다. 좌석도 변형이 일어나지 않았다. 고전압 배터리 파손으로 전해액이 새어나오지 않았다. 화재도 발생하지 않았다. 자체 평가 결과 최우수 등급인 ‘훌륭함’(GOOD)으로 평가됐다.

지난 12일 경기 화성시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 안전시험동에서는 아이오닉 5의 충돌시험이 진행됐다. 이번 평가가 진행된 안전시험동은 지난 2005년 12월 준공됐다. 건물은 4만제곱미터(㎡, 1먼2100평)의 시험동과 2900㎡(877평)의 충돌 시험장을 갖췄다.

◇미국 IIHS 평가 강화 대비 충돌 시험…큰 충격에도 배터리는 ‘안전’

차량을 활용해 충돌 평가를 진행하는 충돌시험장은 100톤(t)의 이동식 충돌벽과 전 방위 충돌이 가능한 총 3개 트랙으로 구성됐다. 최고 속도 시속 100㎞, 최대 5t의 차량까지 시험할 수 있다.

이번 시험은 미국 고속도로 안전보험협회(IIHS)가 주관하는 충돌 상품성 평가에서 앞으로 도입 예정인 버전 2.0 수준의 충돌 시험에 대비하기 위한 자체 평가다. 버전 2.0은 뒷좌석에 여성 승객 인체 모형(더미)을 추가해 기존 평가 항목을 강화했다. 앞서 아이오닉 5는 버전 1.0 시험에서 이미 훌륭함 등급을 획득했다.

강화된 시험을 통과하기 위해 현대차는 이번 시험에 운전석에 남성 승객 더미를, 뒷좌석에 여성 승객 더미를 앉혔다.

충돌 시험 직전 적막이 흘렀다. 아이오닉 5가 전기차인 만큼 시속 64㎞로 달릴 때 특별한 소음이 나진 않았다. 다만 충돌벽에 부딪힐 때 나온 펑하는 소리는 큰 충격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체감케 했다.

취재진이 지난 12일 경기 화성시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 안전시험동에서 충돌 시험을 마친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5’ 상태를 살펴 보는 모습.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취재진이 지난 12일 경기 화성시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 안전시험동에서 충돌 시험을 마친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5’ 상태를 살펴 보는 모습.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아이오닉 5에 다가가 살펴보니 충돌벽에는 아이오닉 5의 범퍼 부분 플라스틱 소재가 일부 박혔다. 보닛은 찌그러져 위로 들어 올려졌다. 왼쪽 정면 40% 부분을 충돌했지만 전면부 절반 이상이 충격으로 파손됐다.

특히 왼쪽 전면부 범퍼 부위는 깨져 사라지거나 내부 부품이 뒤로 밀렸다. 왼쪽 앞바퀴도 함께 밀렸다. 왼쪽 앞 펜더도 운전석 쪽으로 밀렸다. 다만 운전석 쪽에 맞닿은 펜더 끝부분만 일그러질 만큼 크게 밀리지 않아 운전석을 쉽게 열 수 있었다. 앞유리 창문은 전반적으로 금이 생겼지만 깨지지 않았다. 운전석을 비롯한 모든 창문은 금이 생기지도 않았다. 더미들은 외관상 손상이 보이지 않았다.

배터리 전해액이 새지 않고 화재가 일어나지 않지 않은 점을 미뤄 볼 때 배터리 상태도 안전했다. 아이오닉 5에 적용된 전용 전기차 플랫폼 E-GMP는 배터리 안전성 확보에 한몫했다. 아이오닉 5를 비롯해 기아 ‘EV6’, 제네시스 ‘GV60’ 등 E-GMP가 적용된 차량은 모두 IIHS에서 최고 등급은 톱 세이프티 픽 플러스(TSP+)를 획득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E-GMP 플랫폼은 구조를 보면 차별화된 부분이 많이 있다”며 “기본적으로 차체 구조로 보호한다고 많이 생각하는데 차량 하부 쪽을 보면 샤시 프레임을 구성해 배터리 보호 성능을 향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차체와 배터리 팩을 관통 볼트로 체결해 관성에 의한 배터리 이탈 및 차체 강성도 상당히 높였다”고 부연했다.

◇한 차종 충돌 시뮬레이션 4만시간 투입…내수·수출 안전성 동일 설계

이번 결과는 그동안 소비자 안전에 대해 한 치의 양보 없이 안전 기술 확보에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라는 게 현대차그룹의 설명이다.

현대차그룹은 실제 충돌 시험 전 버추얼 충돌 시뮬레이션을 통해 차종당 평균 3000회 이상의 충돌 해석 과정을 거친다. 1개 차종에 대해 정면, 측면, 후면 등 다양한 충돌 시뮬레이션을 동시 수행한다. 한 건의 버추얼 시뮬레이션 과정은 결과가 나오기까지 15시간 이상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할 때 한 차종의 시뮬레이션을 활용한 충돌 안전 개발에만 4만5000시간 걸린다.

현대차그룹은 매일 100회 이상, 연간 3만회 이상의 시뮬레이션을 통해 실제 사고에서 발생하는 여러 충돌 사례 등을 분석한다.

충돌 시험은 막대한 비용도 투입된다. 금액으로 환산할 경우 차량당 총 100억여원의 충돌 안전 개발 비용이 든다.

충돌 시험 이후에는 분석 검증을 거친다. 분석 검증은 충돌 피해를 더욱 정확하게 계측하는 과정이 주를 이룬다. 특히 더미에 적용된 센서를 통해 상해 데이터를 계산하고 차체 변형 정도를 계측해 종합적인 차량 안전성을 분석한다.

현대자동차그룹이 보유한 승객 인체 모형(더미). [사진=현대자동차그룹]
현대자동차그룹이 보유한 승객 인체 모형(더미). [사진=현대자동차그룹]

현대차그룹은 인체 모형을 27종 170세트 보유하고 있다. 영유아부터 다양한 체구의 남녀 성인을 모사하는 인체 모형을 충돌 시험에 활용한다. 최근에는 인체 반응과 비슷한 특성을 보이는 정면충돌 인체 모형인 ‘쏘오’(THOR)와 측면충돌 인체 모형인 ‘월드SID’를 중심으로 충돌 안전 평가를 진행한다.

쏘오 더미의 경우 기존 모델인 하이브리드-Ⅲ 대비 머리, 목, 흉부, 복부, 골반, 하지 등 부위에 센서를 100개 이상 더 추가해 더욱 정밀한 상해 계측이 가능하다. 월드SID 모형 역시 기존 유로(Euro)SID 대비 생체와 유사성을 높이고 센서를 추가해 상해 계측을 더욱 구체적으로 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안전성에 대해 차량이 내수·수출 구분 없이 동일한 설계로 제작된다고 강조했다.

백창인 현대차그룹 연구개발본부 통합안전개발실 상무는 “기본적으로 국내 판매 차량과 해외 수출 차량의 차이는 없다”고 말했다.

백 상무는 “국내공장 생산차량과 해외공장 생산 차량의 차이도 없다”며 “하지만 각국의 교통사고 형태가 차이가 있고 이에 대응한 각국에서 요구하는 법규 차이로 일부 대응구조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은 북미의 경우 보행자 사고 빈도가 낮지만 내수, 유럽의 경우 보행자 사망 비율이 높아 보행자 보호 법규를 적용하고 있다. 이를 대응하기 위해 내수 차량에는 범퍼 하단부에 로워 스티프너 구조, 범퍼백 빔 전단부에 폼을 적용해 보행자의 하지를 보호하는 구조가 적용됐다.

백 상무는 “고객 안전 최우선 철학을 기반으로 최상의 제품 개발을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앞으로도 보다 높은 안전 성능을 목표로 차량 개발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자동차그룹 관계자들이 지난 12일 경기 화성시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 안전시험동에서 ‘아이오닉 5’ 충돌 시험 후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모습. 사진은 왼쪽부터 두 번째부터 현대자동차 임진학 안전성능해석팀 팀장, 서정훈 배터리설계2팀 팀장, 김범중 승객안전시스템설계팀 팀장, 백창인 통합안전개발실장 상무, 최세경 안전시스템제어설계팀 팀장, 이영호 차체설계2팀 팀장, 엄수홍 바디인테그레이션팀 파트장, 정진상 클로저메커니즘설계팀 팀장. [사진=현대자동차그룹]
현대자동차그룹 관계자들이 지난 12일 경기 화성시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 안전시험동에서 ‘아이오닉 5’ 충돌 시험 후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모습. 사진은 왼쪽부터 두 번째부터 현대자동차 임진학 안전성능해석팀 팀장, 서정훈 배터리설계2팀 팀장, 김범중 승객안전시스템설계팀 팀장, 백창인 통합안전개발실장 상무, 최세경 안전시스템제어설계팀 팀장, 이영호 차체설계2팀 팀장, 엄수홍 바디인테그레이션팀 파트장, 정진상 클로저메커니즘설계팀 팀장.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신아일보] 이성은 기자

se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