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신년기획] 우주를 가진 자 세계를 제패한다… 지금은 ‘우주 패권’ 시대
[2023 신년기획] 우주를 가진 자 세계를 제패한다… 지금은 ‘우주 패권’ 시대
  • 한성원·이인아 기자
  • 승인 2023.01.02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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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냉전체제'를 구축하며 전 세계를 양 진영으로 갈라놨던 미국과 소련은 경제, 문화, 사회, 외교, 교육 등 모든 부분에서 마찰을 빚었다. 그리고 우주에서 희망을 찾고자 했던 인류의 꿈을 이루기 위한 기술개발을 두고 그 정점을 찍었다. 소련 붕괴 이후 미국의 대척점에는 중국이 자리하고 있다. 다만 변하지 않는 것은 우주를 향한 이들의 끊임 없는 도전이다. 전문가들은 그리 멀지 않은 미래, 이른바 '우주 산업'이 국가 간 패권을 좌지우지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지난해 '누리호'와 '다누리'의 성공적인 발사를 통해 '우주 강국'으로의 도약을 천명했다. 과연 2023년이 우리나라 우주 산업의 초석을 다질 원년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누리호 발사. (사진=연합뉴스)
누리호. (사진=연합뉴스)

◇ 누리호·다누리 발사 성공… ‘우주강국 대한민국’ 원년 선언

우리나라 최초의 달 궤도선 ‘다누리’가 2023년 새해 첫날부터 초기 운영을 시도하며 한국의 우주개발사를 새로 쓴다. 다누리는 2022년 8월5일 미국 플로리다 케이프커내버럴 우주기지에서 발사된 뒤 4개월 반 동안 긴 항해 끝에 같은해 12월17일 달 궤도에 진입했다.

현재는 임무 궤도인 달 상공 100㎞에 안착하고자 진입 기동을 수행하며 달에 점점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 다누리가 초기 운영을 시작하면 우리나라는 명실상부 7번째 달 탐사국이 된다. 지금까지 달 탐사에 성공한 국가는 러시아, 미국, 일본, 유럽, 중국, 인도 등 6곳이다.

이에 앞서 지난해 6월21일 전라남도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의 두 번째 도전이 성공했다. 이날 누리호는 목표인 고도 700㎞ 궤도에 위성 모사체와 성능 검증 위성을 올려놓았다.

2021년 1차 발사 당시 엔진이 46초가량 일찍 꺼지며 고배를 마셨고, 2차 발사 시도에서도 기상 문제와 기체 이상으로 연이은 연기가 있었지만 결국 성공해냈다. 누리호는 2023년 상반기 중 3차 발사에 나선다.

이와 별개로 누리호의 후속인 '차세대 발사체'를 개발하는 사업도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차세대 발사체는 향후 우리나라 대형위성발사와 우주탐사에 활용할 발사체로, 누리호보다 성능이 대폭 향상된다. 정부는 차세대 발사체를 활용해 2030년대에 달에 착륙선을 보낼 구상을 하고 있다.

2022년은 우주를 향한 인류의 꿈이 다시 뛰는 한 해였다. 미국의 달 탐사 계획이 본격화된 가운데 한국 역시 누리호와 다누리 등을 앞세워 새로운 우주를 향한 도전에 뛰어들었다.

정부는 이러한 2022년의 성과를 이어 2045년에는 화성 탐사 등에 나서고, 국가의 주력 산업으로 키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2023년은 한국이 ‘우주강국’으로 도약하는 원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스페이스X 팰컨9 로켓. (사진=연합뉴스)
스페이스X 팰컨9 로켓. (사진=연합뉴스)

◇ 왜 ‘우주’인가… 또 다른 세계 찾는 인류의 꿈 이룬다

우주 진출을 향한 세계 각국의 경쟁이 불붙고 있다. ‘우주 대항해시대’란 말이 나올 정도다. 미국은 사람을 달로 보내고 우주기지를 건설한다는 거대한 계획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의 무인 우주선 오리온은 2022년 12월12일 달 궤도 비행을 마치고 지구로 귀환했다. 첫 단추를 성공적으로 꿰었다는 평가다.

주변국들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본은 같은 해 12월11일 민간기업 ‘아이스페이스’가 개발한 달 착륙선 ‘하쿠도-R 미션1’을 발사했다. 2023년 4월쯤 달 표면에 착륙할 예정이다. 중국은 ‘우주 굴기’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중국은 최근 독자 우주정거장 건설을 수행할 유인 우주선 ‘선저우 15호’ 발사에 성공했다. 달 탐사에서도 진도가 빠르다. 2030년 이전에 달에 유인 착륙선을 보내는 걸 목표로 세웠다.

이렇듯 세계 각국이 달을 비롯한 우주로 눈을 돌리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막대한 달의 가치다. 달에 매장된 막대한 자원을 경쟁국보다 앞서 확보하고, 향후 달에 구축된 상주기지를 통해 심우주 탐사를 보다 효율적으로 하기 위함이다.

달에는 1g 핵융합 만으로 석탄 40톤어치 에너지를 내면서도 방사성물질을 뿜지 않는 '꿈의 연료' 헬륨-3가 100만톤 가량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달의 헬륨-3를 지구로 퍼온다면 지구 전체에 1만년간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는 수준이다.

희토류는 스마트폰, 전기 자동차, TV 등 전자제품 제조에 필수적이지만 지구에서는 생산지가 제한적인 전략자원인데 달에는 상당량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인류는 달을 넘어 화성을 비롯한 심우주로의 진출까지 꿈꾸고 있는데, 지구보다 훨씬 약한 달의 중력이 이를 보다 쉽게 실현시켜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미국 아르테미스 1호.(사진=연합뉴스)
아르테미스 1호. (사진=연합뉴스)

◇ 미국, 소련에 ‘스타워즈’ 판정승… 다음 상대는 ‘중국’

1945년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질서는 미국과 소련이라는 2개 절대 세력으로 양분됐다.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로 대표되는 양 진영이 대립하며 냉전 시대로 접어들었다. 국가 간 전쟁은 없었지만,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 같은 냉전체제는 전 세계를 불안감으로 몰아넣었다.

미국과 소련은 여론을 부추기며 세계를 미국파, 소련파 양 진영으로 갈라놨다. 경제, 문화, 사회, 외교, 교육 등 모든 부문에서 이데올로기로 마찰을 빚었다.

극심한 대립 속 미국과 소련은 상호 핵 공격을 피하고자 우주개발에 뛰어들었다. 자리를 선점한 건 소련이었다. 소련은 1957년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세계 최초로 발사해 궤도에 안착시켰다. 같은 해 개를 태운 스푸트니크 2호도 궤도에 올려놨다. 1961년 4월에는 유인 우주선 ‘보스토크 1호’ 발사에 성공했다.

미국은 부랴부랴 우주비행 개발에 나섰고 1962년 유인위성 ‘프랜드십 7호’가 지구 궤도를 도는 데 성공하며 소련과 기술 격차를 줄여나갔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10년 이내 달에 사람을 착륙시키는 것을 목표로 아폴로계획을 수립했다. 1969년 닐 암스트롱과 버즈 올드린을 태운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하며 미국은 기념비적 순간을 맞았다.

아폴로 17호가 발사된 1970년대는 미국과 소련의 냉전이 다소 완화되는 시기였다. 1972년 미국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모스크바에서 소련 코시긴 수상과 미소우주협력협정을 맺었다. 이 협정으로 1975년 미국에서는 아폴로 18호를, 소련에서는 소유즈 19호를 동시 발사해 대서양 상공에서 도킹하는 역사적인 사건이 이뤄졌다. 20년간 우주개발 경쟁에 몰두한 미국과 소련은 미소우주협력협정으로 우주에서 만나 화합했다.

평화도 잠시, 1981년 취임한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이 우주에서 소련을 공격한다는 이른바 ‘스타워즈’ 계획을 세우며 다시 우주전쟁에 불이 붙었다. 이에 소련도 맞서 계획을 만들지만 기술, 자본에서 이미 크게 뒤처진 상태였다.

당시 소련은 유가 폭락 등으로 경제가 휘청였다. 경제가 어려워지고 앞서 우주개발에 투입한 막대한 비용까지 메우지 못하면서 국가 재정이 크게 악화했다. 경제난에 미국과의 ‘스타워즈’는 엄두도 내지 못했다.

미국 자본주의 체제에 눌린 소련은 결국 1991년 붕괴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우주를 정복했지만 균형을 잃은 경제 정책으로 빛이 바랬다. 소련이 해체하며 힘의 추는 미국으로 기울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 우주산업이 22세기 좌우… ‘3차 세계대전’ 우주서 일어날지도

소련 몰락 후 1990년대 중반부터는 중국이 미국의 새로운 경쟁자로 떠올랐다. 2008년 미국이 부동산 버블 붕괴, 모기지론 부실화 등에 따른 세계금융위기를 겪으며 경제가 흔들릴 때 중국은 이 틈을 비집고 급성장해 경제발전을 이뤘다.

이에 미국은 냉전체제 종식 후 또 한 번 공산주의 국가를 상대로 신냉전 구도를 이어가게 됐다. 2018년 무역에서 시작된 두 나라의 경제 갈등은 현재 진행형이다.

팽팽한 줄다리기로 경제 대국 승자가 나지 않자 두 나라는 더 넓은 무대로 눈을 돌렸다. 미국과 중국은 우주 점령을 위한 독자 개발을 꾸준히 해왔다. 이들의 목표는 단순 비행이나 달 탐사가 아닌 우주에서 실제 사람이 자유롭게 다닐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우주 정복을 위한 최신판 대결 프로젝트는 미국 아르테미스, 중국 선저우다. 미국은 유인 달 탐사 ‘아폴로 계획’ 이후 반세기만의 인류 달 복귀 프로젝트인 ‘아르테미스’를 수행 중이다. 우주비행사가 상주할 수 있는 달 기지와 우주정거장을 건설하기 위한 일종의 시험이다. 지난해 마네킹을 태워 달로 보내는 아르테미스 1 작전에 성공했다.

중국은 독자 우주정거장 ‘톈궁’ 건설에 주력 중이다. 지난해 11월29일 발사된 유인 우주선 선저우를 통해 장기 체류 가능성을 판단한다. 최종 성공 시 중국은 톈궁 우주정거장 건설을 마무리하고 장기 궤도 운행 단계로 넘어간다.

전문가들은 우주 영토 전쟁이 2040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봤다. 우주 산업이 전 산업의 20%를 차지할 만큼 미래 산업 주역으로 발돋움하고, 국가 간 대결 성패는 우수기술력으로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

세계 3차 대전이 우주에서 일어날지도 모른다. 약 70개국이 우주 영토를 노리고 있다. 전쟁이 난다면 대부분 무기는 무인으로 작동되고, 우주에서 지구 표적을 향해 또는 지구에서 우주에 배치된 군 자산을 파괴하는 식의 공격이 예상된다.

우주 주둔을 위해 근골격을 넓히는 등 인간의 신체를 우주 환경에 맞게 변화시키는 작업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달을 넘어 새로운 행성과 생명체를 발견하고 연구하는 일도 구체화 될 것으로 보인다.

우주 정복자는 국제정치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 경제, 국방, 외교, 의료 등 모든 분야에서 패권을 쥐게 된다. 세계를 지배할 힘을 가진다. “지구의 끝이 결코 우리의 끝이 아니다”라고 말한 영화 ‘인터스텔라’에서와 같이 우주에서 희망을 찾고자 하는 인간의 도전은 수 세기 동안 계속될 것이다.

swha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