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신년기획] 카드업계 계묘년 키워드는 '생존'
[2023 신년기획] 카드업계 계묘년 키워드는 '생존'
  • 김보람 기자
  • 승인 2023.01.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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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에 조달금리 부담 '수익성 악화'
오픈페이·데이터 활용 신사업 추진 사활
(사진=신아일보DB)
(사진=신아일보DB)

카드업계 2023년 키워드는 '생존'이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수익성은 악화됐고 고금리에 조달 비용 증가로 채무부담마저 커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고물가로 인한 소비 위축과 빅테크는 물론 애플페이, 선구매후결제(BNPL) 서비스 출범 등 경쟁 구도도 녹록지 않다.

카드사들은 플랫폼과 데이터 사업을 통한 활로를 마련한다는 복안이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2023년 카드사들은 존망지추(存亡之秋, 존속과 멸망) 상황에 놓였다. 

지속적인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카드사 고유 수익성이 악화된 가운데 고금리에 따른 자금 조달 우려까지 커졌다.

빅테크와의 경쟁이 심화된 상황에서 애플페이, BNPL 서비스까지 입지를 흔들고 있다.

앞서 지난 2021년 12월 금융당국은 올해와 내년 연매출 3억원 이하 가맹점에 대한 신용카드 수수료를 기존 0.8%에서 0.5%로 0.3%포인트(p) 낮추기로 결정했다. 

수수료 인하 적용 대상 가맹점은 전체의 약 96%로, 인하분 총량은 4700억원가량으로 추산된다.  

가맹점 수수료율은 카드사 실적과 상관없이 2007년부터 매년 인하됐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고물가에 따른 소비 위축과 대출 규제로 인한 카드론 이용 감소 등 올해는 카드사의 수익성이 둔화될 가능성이 크다"며 "부실 대출에 대한 리스크, 대손충당금 등 위험 관리 비용 증가 등의 요인도 산재하다"고 짚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해 10월1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해 10월1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금리 인상 여파 올해 이자 부담 1조원 증가

문제는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조달 금리 부담이 급증할 것이란 전망이다.

카드사의 경우 은행처럼 자체 수신 기능이 없어 여신전문금융회사채(여전채)와 기업어음(CP), 자산유동화증권(ABS) 등으로 자금을 조달한다. 

이 중 여전채 비중은 70%로 여전채 이자 비용이 늘어날수록 수익성에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12월21일 여전채 금리는 '레고랜드 채무불이행 사태' 여파로 연 6.082%를 기록했다. 여전채 금리가 6%대를 돌파한 것은 통계를 집계한 2010년 이후 처음이다. 이후 여전채 금리는 5~6%대를 오가며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 이자비용만 최대 1조원이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말 카드사 이자 비용은 전년 대비 약 36% 늘어난 2조6000억원으로, 올해 이자 비용은 전년보다 약 38% 증가한 3조600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카드사들은 무이자·할부 혜택 축소, 고금리 등 디마케팅(자사 상품에 대한 고객 구매를 의도적으로 줄이는 것)에 돌입했지만 부실 채권 리스크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에 포함된 카드론을 피해 리볼빙 잔액도 급증하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말 7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 리볼빙 이월 잔액은 7조210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조2208억원 증가했다.

리볼빙 잔액이 증가했다는 것은 당장 카드값을 감당할 수 없는 취약차주가 늘었다는 뜻이다. 카드사 입장에서는 그만큼 부실 리스크가 확대됐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합종연횡' 데이터 전문기관 전략 주목

카드사들은 플랫폼·데이터 투트랙 전략을 통해 생존해 나간다는 복안이다. 

카드사들은 지난해 12월22일 애플리케이션(앱) 카드 상호연동 서비스 '오픈페이'를 출범시켰다. 

아이폰 유저를 등에 업은 애플페이와 신개념 결제 서비스 BNPL 서비스에 대항마를 마련한 것이다.

오픈페이는 1개의 카드사 결제 애플리케이션(앱)에서 모든 카드를 간편하게 등록·사용·조회할 수 있는 서비스다. 

우선 신한·하나·KB국민카드에서 이용할 수 있으며 올해 롯데·비씨·NH농협카드도 순차적으로 서비스를 도입할 계획이다. 

카드사들은 데이터 전문기관으로의 전환도 꾀하고 있다. 

데이터 전문기관은 기업 간 데이터 결합을 전문적으로 지원하는 기관을 말한다. A사와 B사가 요청한 가명정보 데이터 등을 안전하게 결합해 다시 제공하는 식이다.

금융보안원과 신용정보원, 금융결제원 등 공공부문에만 허용되던 데이터 전문기관은 최근 데이터 산업 활성화를 위해 민간에 개방됐다.

현재 신한과 삼성, BC카드는 금융위원회로부터 국가 지정 민간 데이터 전문기관으로 예비 지정됐다.

카드사들은 카드 결제를 기반한 축적된 '소비'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어 데이터 결합에 우위에 있다. 

또 가맹점에 대한 주 고객 연령, 소비 패턴 등 카드 소비를 촉진을 위한 가맹점 상권 분석 데이터를 제공해 추가적인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카드사들의 마이데이터 사업은 수익성과 직결되지는 않는다"며 "대안으로 데이터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데이터 사업이 수익으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데이터에 대한 융합, 분석을 통해 방향성을 제시하는 유료 데이터와 결합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qhfka7187@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