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마크롱도 걸어서 조문"… "교통통제? 일찍 갔으면 돼"
대통령실 "장례식 후 조문록 정상 다수"… 與 "예의 지켜야"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1박2일간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조문외교'를 마친 가운데, 야권을 중심으로 '외교홀대' 논란이 일고 있다.
런던 도착 첫날인 18일(현지시간) 웨스트민스터 홀 조문을 계획했었지만, 교통 상황 등에 따라 취소되면서다.
이에 대통령실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20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조문 외교를 하겠다며 영국에 간 윤 대통령이 교통통제를 이유로 조문을 못하고 장례식장만 참석했다"며 "교통통제를 몰랐다면 무능하고, 알았는데 대책을 세운 것이라면 더 큰 외교 실패, 외교 참사"라고 말했다.
김 정책위의장은 "미국, 캐나다, 일본, 중국을 비롯해 브라질, 우크라이나 조문 사절단도 모두 교통 통제 조건에서 조문했다"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운동화를 신고 걸어서 조문했다"고 꼬집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다른 나라 대통령들처럼 대우받고, 그 안에 들어가서 조문하길 바랐던 건데 그렇지 않고 조문록만 작성하고 왔다니 온 국민이 '이건 뭐지?', '왜 저렇게 된 거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영배 의원은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대통령의) 일정, 의전과 관련한 문제"라면서 "외교부에서 답변을 주지 않아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없지만 향후에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의전비서관을 지낸 탁현민 전 비서관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영국 방문 자체가 조문을 중심으로 한 추모 일정인데 도착해서 첫 일정조차 진행하지 못했다면 참 변명의 여지가 없는 것"이라면서 "정부의 준비 소홀과 조율 미숙 탓"이라고 비판했다.
탁 전 비서관은 '오후 2~3시를 기준으로 그 전에 도착한 정상들에게는 조문이 가능했지만 그 이후 도착한 정상들의 조문은 불가능해 조문록 작성으로 대체했다'는 대통령실의 해명에 대해서는 "일찍 갔으면 됐다"고 꼬집었다.
민주당의 이 같은 공세에 대통령실은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은 19일(현지시간) 현지 브리핑에서 "장례식 참석 이후에 조문록 작성한 정상들이 모나코 국왕, 그리스 대통령, 오스트리아 대통령, 이집트 총리, 리투아나 대통령 등 다수"라면서 "이들이 모두 왕실로부터 홀대를 당한 건 당연히 아니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어 "참배가 불발됐다거나 조문이 취소된 것 또한 아닐 것"이라며 "이들 모두 가 조문 없는 조문 외교를 펼쳤다라는 것도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대변인은 "일각에서 대통령이 지각을 했다는 주장도 있는 것을 봤다"면서 "전혀 사실이 아니고, 모두 영국 왕실과 조정된 일정"이라고 설명했다.
여당도 엄호에 나섰다.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 행사 후 기자들과 만나 "대한민국 위상과 국격을 높이기 위해 정말 고군분투하고 애쓰시는 외교무대에서의 정상을 그런 식으로 폄하하고 깎아내리는 건 누워서 침 뱉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그런 식으로 악의적인 해석을 하면 안 되고, 동의하시는 국민들은 없으실 것"이라고 반박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취임 후 첫 원내대책회의에서 "장례식 조문을 하기 위해서 가 계신 대통령에 대해서 이런 저런 금도를 넘는 근거 없는 비판을 하고 있어서 매우 우려스럽다"며 "외교 활동 중에라도 대한민국 전체를 대표하는 대표 선수에 대한 응원과 예의를 지켜줄 것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