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반도체 강국 이유는…"R&D 지원·규제 완화 정책"
대만, 반도체 강국 이유는…"R&D 지원·규제 완화 정책"
  • 최지원 기자
  • 승인 2022.09.05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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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 '대만의 산업 재편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 발표
한국 경제규모 절반 대만…반도체 대기업 수 2.3배↑
한국과 대만의 국가경제 규모(왼쪽)와 반도체 대기업 수(오른쪽). [자료=전경련]
한국과 대만의 국가경제 규모(왼쪽)와 반도체 대기업 수(오른쪽). [자료=전경련]

경제 규모는 한국의 절반도 안 되는 대만이 반도체 대기업은 2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만은 법인세 부담률도 한국보다 2배 가까이 낮았다. 대만 정부가 첨단·미래 산업 분야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규제는 완화하는 정책을 펼친 게 주효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5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발표한 ‘대만의 산업 재편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대만 국가 경제 규모(GDP)는 7895억달러로 한국(1조7985억달러)의 절반에 못 미쳤다. 하지만 대만은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TSMC를 비롯해 세계 파운드리 3위 기업인 UMC, 세계 팹리스(반도체 설계) 4위 기업 미디어텍 등을 보유한 반도체 강국이다. 대만의 매출액 10억달러(1조3630억원)를 넘는 반도체 대기업 수는 총 28개사로 한국(12개사)보다 2.3배 많았다.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대만의 성공비결은 나라의 미래를 책임질만한 첨단·미래산업에 대해 정부가 규제를 풀어주고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산업정책을 펼친 데 있다”고 강조했다.

전경련은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간 반도체 산업의 법인세 부담률을 평균값으로 비교했다. 한국은 26.5%로 대만(14.1%)보다 1.9배 부담이 컸다. 개별 단위로 봤을 때 삼성전자(27.0%)와 SK하이닉스(23.1%), LX세미콘(20.1%) 등 국내 기업의 법인세 부담률은 15%를 상회했지만 대만의 TSMC(10.9%)와 미디어텍(13.0%), UMC(6.1%) 등의 법인세 부담률은 모두 15% 미만이었다.

유 본부장은 “한국도 중요한 산업에 대해 대만처럼 적극적으로 지원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도체 산업 법인세 부담률 비교. [자료=전경련]
반도체 산업 법인세 부담률 비교. [자료=전경련]

전경련은 대만이 국가 경제를 견인할 핵심 기술·산업에 △인력 △연구·개발(R&D) △세제 △리쇼어링(생산 시설 국내 이전) 등 전 분야를 연계한 종합 지원과 규제 완화 정책을 전개했다고 분석했다.

대만 정부는 자국 인력 육성과 해외인력 유치에 적극 나섰다. 대만 정부는 2021년부터 2025년까지 15억대만달러(667억5000만원) 예산을 투입해 반도체 전문 인력 2000명을 양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인력육성에 속도를 내도록 국립대만대 내 반도체 관련 대학원 ‘중점과학기술연구학원’을 개원하고 신입생을 6개월마다 1회씩 선발키로 했다. 해외 고급 인재를 끌어오기 위해 외국인 전문가가 임금 소득이 300만대만달러(1억3350만원) 이상일 때 초과분 절반을 과세 범위에서 제외하고 비자 등 거주 관련 규정을 완화해주는 등 지원책을 마련했다.

대만 정부는 반도체 산업 진흥을 위해 적극적인 세제 정책을 추진했다. 대만 행정원은 지난 2020년 ‘첨단과학기술 연구개발센터-선도기업의 연구개발 심화계획’을 발표하고 AI와 차세대 통신, 미래 반도체 등 중점 분야에서 큰 폭의 세제 혜택을 제공한다. R&D 지출액의 15% 한도로 영업소득 세액을 공제하고 자국에서 생산되지 않는 기계 장비를 도입하면 수입 관세를 면제해주는 방식이다.

아울러 대만 정부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대응해 리쇼어링 장려 정책도 추진하고 있다. 중국에 2년 이상 투자한 대만 기업이 리쇼어링을 하면 5000억대만달러(22조2500억원) 규모 국가 발전 기금을 활용해 대출과 대출이자 등을 지원한다. 또한 외국인 근로자 고용 비율을 최대 40%까지 허용하면서 토지와 수력, 전력 등 인프라 관련 우대 혜택을 제공한다. 미중 통상 갈등 심화로 중국 내 대만기업들의 경영여건이 악화된 상황에서 많은 기업들이 정책적 수혜를 볼 것으로 기대된다.

강준영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는 “대만은 미래 핵심기술 영역에 대해 지속적으로 지원정책을 내놓고 있다”며 “특히 반도체와 같이 대규모 투자와 연구개발에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분야의 경우 정부가 인력·R&D·세제 등 전 분야에 걸쳐 연계하고 세밀하게 지원하는 게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핵심 기술인력 확보의 경우 국내 우수인력 육성과 해외 핵심인력 유치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어 한국이 정책 활용 차원에서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fro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