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원서 자립한 청년 2명 중 1명 "극단적선택 생각"
보육원서 자립한 청년 2명 중 1명 "극단적선택 생각"
  • 권나연 기자
  • 승인 2022.08.28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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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4% '경제적 문제'… 대다수 경제적 이유로 대학 포기
(사진=아이클릭아트)
(사진=아이클릭아트)

보육원 등 보호시설에서 자립한 청년 2명 가운데 1명은 극단적 선택을 생각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극단적 선택을 고민한 3명 가운데 1명은 ‘경제적 어려움’을 이유로 들었다.

28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자립준비청년 지원 강화를 위한 보호서비스 전달체계 개선 연구' 보고서(이상정 외)에 따르면 2020년 실시된 '보호종료아동 자립 실태 및 욕구조사'(이하 보호종료아동 조사)에서 자립준비청년 3104명 가운데 50.0%인 1552명이 '죽고 싶다고 생각해 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비율은 보호 종료 1년차 때 43.5%였다가 이후 3년차(56.4%)까지 높아졌다. 이후 5년차(48.9%)까지는 다시 감소했다. 이는 2018년 9~29세 전체 청년을 대상으로 실시된 자살실태조사의 16.3%와 비교해 3배 이상 높다.

가장 큰 문제는 경제적 요인이 꼽혔다. 극단적인 선택을 고민한 대다수는 경제적 압박에 시달린 것으로 나타났다.

'죽고싶다고 생각한 이유'에 대해 33.4%가 '경제적인 문제'를 꼽았다. 이외에 '가정생활 문제'(19.5%), '정신과적 문제'(11.2%), '성적·진로 문제'(6.5%) 등으로 나타났다.

자립준비청년 4명 중 1명에 부채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24.3%는 부채가 있다고 답했으며 평균 부채액은 605만1000원에 달했다.

문제는 자립후 시간이 지날수록 부채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늘어났다는 데 있다. 자립 1년차 때 15.3%로 가장 낮았지만 이후 5년차 때는 34.5%에 달했다. 평균 부채액도 1년차 571만8000원에서 5년차 769만9000원으로 늘었다.

특히 이들 대다수는 경제적인 이유로 대학 진학을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 미진학 사유는 '빨리 취업해 돈을 벌고 싶어서'가 52.1%, '진학하고 싶었으나 경제 사정이 어려워서'가 15.7%로 총 67.8%가 경제적 사유였다.

복지부와 아동권리보장원의 '아동자립지원 통계 현황 보고서'(이하 아동자립지원 통계)자립준비청년의 대학 진학률은 2020년 15.5%(연락두절 사례 제외)였다.

자립준비청년의 실업률도 전체 청년에 비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보호종료아동 조사에 따르면 실업률은 16.3%로 15~29세 전체 청년 실업률(2019년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인 8.9%보다 2배 가까이 높았다.

가장 큰 문제는 자립준비청년이 극단적인 선택을 고민할 때 이를 함께 해결할 대상이 없다는 점이다.

보호종료아동 조사에서 죽고 싶다고 생각한 적 있다고 답한 자립준비청년의 37.4%는 '특별히 대처하지 않는다'고 했고, 14.9%는 '혼자 음주·흡연 등으로 해소한다'고 답했다.

19.7%만 '친구와 상담'을 한다고 답했으며 '시설·그룹홈 선생님, 위탁부모님과 대화'를 하거나 '정신과 치료'를 받는 경우는 각각 2.8%, 5.6%에 불과했다.

이에 자립지원전담기관이나 전담인력을 늘려 자립지원청년에 대한 심리적 지원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올해 정부가 확보를 목표로 하는 자립지원전담인력의 수는 120명인 반면 2017∼2021년 보호종료 청년은 총 1만2256명이다.

보고서는 “죽고 싶다고 생각해 본 청년의 비율이 높고, 이런 생각에 건강하게 대처한 비율이 낮아 보호종료 청년에 대한 지원이 시급하다”며 “심리정서적 지원을 확대해야 하며 보호종료 후 4~5년차가 된 아동들에 대해서도 더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ny062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