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포커스] 국민의힘, 사상초유 '당대표 징계' 사태… 혼란 점입가경
[정치포커스] 국민의힘, 사상초유 '당대표 징계' 사태… 혼란 점입가경
  • 강민정 기자
  • 승인 2022.07.09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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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율 하락세 가운데 당 내홍 수습 박차
李 불복 의사… 당분간 당 혼란 지속될 듯
중앙윤리위원회에 출석해 '성 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에 대해 소명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지난 8일 국회를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중앙윤리위원회에 출석해 '성 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에 대해 소명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지난 8일 국회를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에 전운이 감돈다. 당 중앙윤리위원회가 이준석 대표의 성상납 및 증거인멸교사 의혹에 대해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확정하면서 당내 갈등이 팽창하는 모습이다. 

◇'대표직 유지'라는 李, '權 직무대행' 들어선 黨

이 대표는 윤리위 결정에 이의를 드러내며 불복 의사를 표명, 당대표 자진사퇴는 없다는 입장이나 당 지도부에서 이견이 나오며 '옥새 쟁탈전'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8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당대표에 물러날 생각은 없느냐'는 질문에 "그럴 생각 없다"고 일축했다. 자진사퇴 역시 현 상황에서 고려하고 있지 않단 입장이다. 오히려 가처분 신청 등 향후 대응에 골몰하는 모습이다.

이 대표는 "징계처분권 자체가 당대표에게 있기 때문에 내가 봤을 때 처분이란 게 납득 가능한 시기가 되면 당연히 그렇게 받아들이겠지만, 지금 상황에서 내가 봤을 떈 (법원에) 가처분이나 (윤리위에) 재심 이런 상황을 판단해서 어떤 조치들을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윤리위 징계 결과에 대한 징계 처분이 당대표에게 있으므로, 이를 활용해 당대표직을 유지하면서 징계 처분을 보류하겠단 입장이다. 윤리위 당규 23조 2항 (윤리위의 징계의결처분은 당대표가 행하게 돼 있다)를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권성동 원내대표는 윤리위 결정을 받아들이고 오는 11일 최고위원회의를 주재, 당 수습에 전념하겠단 입장을 표명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최고위원들과 비공식 간담회에서 "당 윤리위는 국가로 이야기하면 사법부에 해당해 윤리위 결정을 수용할 수밖에 없다"면서 "당의 모든 일정은 예전과 마찬가지로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당이 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에 대한) 당원권 정지 효력이 이미 발생해 당대표 직무대행인 내가 회의를 주재한다"며 오는 11일 최고위원회의를 열겠다고 알렸다.

앞서 그는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에게 "징계 의결 즉시 효력이 발생해 당대표 권한이 정지되고, (당대표의) 그 권한은 원내대표가 직무대행을 하는 걸로 당헌당규 해석이 된다"며 "'사고'로 봤을 땐 직무대행체제, '궐위(闕位·어떤 직위나 관직 따위가 빔. 또는 그런 자리)'로 봤을 땐 권한대행체제가 된다고 실무자로부터 보고받았다"고 설명했다.

이 경우 이 대표의 운신의 폭은 굉장히 좁아진다. 이에 이 대표가 '당원권 즉시 정지'라는 해석에 반발할 경우, 당 지도부와 갈등이 벌어질 가능성도 크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최고위원들과 비공개 면담 후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최고위원들과 비공개 면담 후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리위, 정치개입" vs "李, '셀프 보류' 안 돼"

이 대표는 물론 당내서도 윤리위 징계 결정을 두고 정치적 의도가 내포됐다며 부적절하단 의견이 제기된다. 소위 '대표 찍어내기'란 의미다.

이 대표는 "지금까지 정치권에서 통용되던 관례는 결국 어떤 수사기관이나 재판 중 사안에 대해선 그에 대한 결과에 따라서 윤리위가 처분을 내리는 것이었다"며 "그런데 나 같은 경우 지금 수사 절차가 시작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6개월 당원권 정지란 중징계가 내려졌단 건, 아마 윤리위의 어떤 형평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내가) 무슨 증거를 인멸하려고 했단 건지 난 모르고, 어제 처분을 보면 결국 내게 제기된 건 '증거인멸 교사를 했던 것에 대해 품위 유지 위빈이다' 이렇게 얘기하는데 내가 증거인멸을 교사했단 직접적인 어떤 증거나 그에 대한 확신을 가질 만한 상황은 전혀 었었다"며 "그런데 '분위기상 보니까 왠지 교사했을 것 같다' 이런 거 아니냐. 이런 징계는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거듭 주장했다.

김용태 최고위원은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윤리위가 당원과 국민이 뽑은 당권에 대해 쿠데타를 일으켰다고 본다. 반란군은 토벌해야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윤리위가 정치적인 어떤 개입을 했다고 생각된다"고 지적했다.

천하람 혁신위원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지금 어떤 기준으로 보더라도 (윤리위 징계) 결론이 근거가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라면서 "참 착잡한 그런 징계"라고 토로했다.

천 혁신위원은 "상식, 국민 눈높이 다 좋다. 그런데 이건 '느낌적인 느낌' 아니냐"면서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얼마든지 판단을 달리할 수 있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윤리위의 판단이란 게 전부 다 말 그대로 본인들의 느낌에 근거한 게 아닌가, 그런 게 아쉽다"고 부언했다.

이와 달리 국민의힘 5선 중진 출신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 대표를 향해 "자신의 징계 문제를 대표 스스로가 보류하는 건 대표 권한도 아니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고 언급했다.

홍 시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가처분으로 대처할 수도 있곘지만 그것도 여의치 않을 것"이라며 "차라리 그간 지친 심신의 휴식기간으로 삼아라"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 대표에 대한 징계 처분을 두고 "윤리위 결정에 대해 의원 여러분을 각자의 입장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과도한 해석과 거친 표현을 자제해 달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특히 익명 인터뷰는 절대 하지 말자"라며 "지금은 말 한마디가 당의 갈등을 더욱 증폭시킬 수 있다"고 당부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준석 vs 윤핵관 갈등… 대통령실 '거리두기'

이 대표가 당원권 정지 6개월 처분을 받으면서 조기 전당대회 또는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 등의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이 가운데 전날 JTBC가 이 대표의 성접대 의혹 폭로 배경에 '윗선'이 있다고 보도해 논란이 됐다. 

이 대표와 윤핵관이 그간 날 선 신경전을 벌여온 것도 윤리위 판단 배경에 정치적 의도가 있단 일각의 주장에 무게를 실었다.

이 대표는 "이번에 JTBC가 보도한 내용에 있어 나는 지금까지 막연하게 그런 것에 대해 이상하다는 생각만 했지, 실제 그런 증언이 나오고 있는 상황 속에서 심각하게 들여다봐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짚었다.

또 "다만 실제로, 아까 내가 했던 표현대로 이 사안에 있어서 당대표의 징계 전인데 윤핵관이라고 소위 분류되는 분들은 굉장히 신나서 이야기를 많이 하셨더라"고 비꼬았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MBC라디오에서 이 대표에 대한 징계 처분을 두고 "사안의 본질에 대해서야 내가 판단할 수 없는데, '왜 이 시점이냐' 여기에서 정치적 의도를 읽는 것"이라며 안철수 의원의 당권 확보를 위해 이 대표를 몰아내는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실제 이 대표의 징계 처분 여부를 두고 정치권에선 '조기 전당대회 시나리오'가 유력하게 거론, 물밑 당권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단 게 정치권 대다수의 시각이다.

김기현 전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한 '혁신24 새로운 미래', 친윤계 의원들이 주축이 된 '민들레(민심 들어볼래)' 등 당내 공부모임을 통한 세력화가 꾸준히 추진돼 왔다. 

안 의원 역시 친윤계와 접촉면을 넓혀 왔고, '위기를 넘어 미래로, 민·당·정(민간·국민의힘·정부) 토론회'를 기획하는 등 당내 입지를 다지는 데 분주하다.

다만 대통령실은 당 내부 사정과는 다소 거리를 두고 있다.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이날 권성동 원내대표와 약 10분께 비공개 면담을 가진 뒤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 징계 관련 입장을 묻자 "대통령실 비서실에서 당의 상황에 대해 말하는 건 옳지 않다고 본다"면서 "당에 여러 분들이 있으니 잘 의논해서 결정할 것이라 본다"고 선 그었다.

윤석열 대통령도 이날 "당원으로서 참 안타깝다"면서도 "대통령으로서 당무에 대해 언급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명확한 입장을 드러내지 않았다.

mjka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