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한명숙, 줄다리기 승자는?
검찰-한명숙, 줄다리기 승자는?
  • 김두평기자
  • 승인 2009.12.13 18: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출석 거부 前 총리에 오늘 출석 재통보
검찰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고있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게 출석을 통보했지만, 한 전 총리가 이를 거부하면서 치열한 기싸움을 예고하고 있다.

대한통운 비자금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권오성)는 11일 출석을 거부한 한 전 총리에게 14일 오전 9시 출석을 다시 통보했다.

검찰에 따르면 한 전 총리는 총리 재직 시절인 2007년 초께 곽영욱(69·구속기소) 전 대한통운 사장으로부터 한국발전공사 사장직에 대한 인사청탁과 함께 5만 달러를 받은 혐의를 받고있다.

검찰은 당초 11일 한 전 총리를 불러 이같은 의혹에 대해 조사할 계획이었지만, 한 전 총리는 출석을 거부며 전면전을 선언했다.

한 전 총리는 소환 당일 오전 서울 합정동 노무현재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이 각종 허위사실을 언론에 흘렸다”며 “인생을 걸고 수사기관의 불법행위와 공작정치에 맞서 싸우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검찰과 자신의 이름을 최초 실명으로 거론한 언론사 및 기자들을 상대로 “허위사실을 공표해 명예를 훼손했다”며 10억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내는 한편, 피의사실 공표 혐의로 검찰을 고발하는 등 초강수를 뒀다.

검찰도 발끈하는 모습이다.

서울중앙지검 김주현 3차장검사는 한 전 총리의 고발장 접수 직후 “피의사실을 공표하거나 절차에 위배되는 일은 한 적이 없다”며 “검찰이 수사를 흘릴 이유가 눈꼽 만큼도 없다”고 반박했다.

비공개 수사를 원칙으로 하던 검찰이 갑자기 입장을 바꿔 한 전 총리에 대해 공개 소환 방침을 공개한데는 검찰 수사가 정치 쟁점으로 확대되는 것을 더이상 지켜보지 않겠다는 적극적인 행보로 읽힌다.

특히 한 전 총리 측에서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갔다”며 이번 수사를 박연차 회장 수사와 연계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포석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검찰은 “한 전 총리가 공개적으로 불출석 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출석을 다시 통보하면서 출석을 기대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면서도 검찰은 곽 전 사장의 진술이 구체적인데다 관련자 조사를 통해 이미 상당수의 정황증거를 확보한 만큼 한 전 총리의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검찰 관계자는 “한 전 총리에게 출석을 요구한 것은 수사과정에 제기된 여러가지 의혹에 대해 소명의 기회를 주기 위한 것”이라며 “한 전 총리가 출석하지 않아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전 총리 측은 “검찰이 피의사실공표죄에 해당하는 단죄를 받을 때까지 협조하지 않을 생각”이라며 계속 검찰 소환에 불응할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검찰이 한 전 총리가 계속 출석을 거부할 경우 통상 절차대로 처리한다는 방침이어서 소환조사는 시간싸움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출석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계속 안온다면 법 절차대로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