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지방 권력까지 거머쥔 국힘… 초라한 성적표만 남은 민주
[창간특집] 지방 권력까지 거머쥔 국힘… 초라한 성적표만 남은 민주
  • 강민정 기자
  • 승인 2022.06.08 11: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권안정론으로 중앙권력 이어 지방권력까지 석권
민주 정세균·이낙연계, 이재명계 등 계파전 치열할 듯
북한이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5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북한이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5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허니문 효과'는 굉장했다. 국민의힘은 5년 만 정권교체를 이룬데 이어 6.1 제8회 동시지방선거에서도 대다수 지역을 석권하며 '적색 돌풍'을 일으켰다. 지방선거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며 윤석열 정부 초기 국정 운영 동력을 마련했단 평가를 받는다.

◇'일하는 정부론'으로 지선 대승리
'여소(與小)국회', 협치 최우선 과제

당 지도부도 '일하는 정부'에 일조하겠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이준석 대표는 지선 이튿날인 2일 "이번 선거의 의미는 결국 윤석열 정부가 원 없이 일하도록 해 달라는 우리의 호소에 국민들께서 신뢰를 주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이 무한책임을 바탕으로 꼭 윤석열 정부를 성공시키겠단 생각으로 당이 혼연일체가 돼 앞으로 나가야 될 것"이라고 밝혔다. 권성동 원내대표도 같은 날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심은 국정안정을 택했다"며 "윤석열 정부가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우리 국민의힘에 압도적으로 힘을 모아주셨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이 이번 지선 승리에서 얻은 가장 큰 결실은 '국민 여론'이다. 권 원내대표의 언급처럼 국민의힘은 아직까지 국회 내에선 열세다. 의석수는 '거야(巨野)'인 더불어민주당이 앞서기 때문이다. 이는 곧 입법부의 견제를 의미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내건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 경우 실현을 위해선 정부조직법을 개정해야 한다. 즉, 국민의힘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발의, 이후 입법 과정을 통해 본회의를 통과시키는 입법 지원에 나서야 한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오른쪽)와 권성동 원내대표가 지난 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오른쪽)와 권성동 원내대표가 지난 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21대 후반기 국회의 첨예한 주제로 떠오른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위원장 자리를 둔 여야의 신경전도 이와 관련 있다. 국회에서 발의되는 모든 법안은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를 거쳐야 한다. 법사위원장직을 가져온다면 이 과정을 비교적 순탄히 넘어갈 수 있다. 

지난해 국민의힘 김기현·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 체제에서 후반기 법사위원장은 국민의힘이 맡기로 합의했지만, 민주당은 최근 국민의힘이 여당이 된 점을 들며 원점에서 재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법사위원장직을 놓고 여야가 이견을 보이며 하반기 원 구성은 공전에 빠진 상태다. 지선에서 국민의힘이 대승을 거두면서 이들은 국민 여론을 무기로 하반기 법사위원장직을 내줘야 한다고 민주당을 압박하고 있다.

권 원내대표는 지난 3일 "선거 패배 이후 다시 민주당 안에서 혁신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혁신은 지도부 인물을 바꾸는 게 아니다"고 일침했다. 그러면서 "만약 민주당이 손으로는 법사위를 붙잡고 입으로만 혁신을 외친다면 그건 표리부동의 행태"라며 "겉과 속이 다른 '수박정당'이라는 자기고백일 것"이라고 맹공했다.

당시 원내대표로서 합의를 주도했던 김기현 의원도 같은 날 KBS라디오에 출연해 "민주당이 (합의를) 지키는 게 당연하다"며 "만약 민주당이 이 합의를 또 지키지 않으려 한다면 결국 소탐대실하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몰아세웠다.

하지만 민주당도 그리 호락호락하게 내주지 않을 거란 시각이 제기된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를 향해 '검찰 공화국'이라고 날을 세우며 연일 견제해야 한다는 태도를 보인다. 국민의힘의 여론 압박에 정치적 부담을 느끼면서도 검찰을 제어할 수 있는 기관 중 하나인 국회 법사위를 쉽사리 내주기 어려울 거란 의견이다. 

법사위 문턱을 넘으면 본회의가 남아있다. 민주당이 거대 의석을 활용한다면 법안의 본회의 의결 등을 저지할 가능성도 잔존한다. 야당과 반드시 협치 해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여전히 하반기 원 구성 등을 두고 여야가 이견을 좁히지 못하는 만큼, 윤석열 정부의 속도감 있는 정책 추진을 위해선 '협치'라는 큰 과제를 남겨둔 상태다.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이 확실시 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1일 인천시 계양구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무거운 표정으로 인터뷰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이 확실시 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지난 1일 인천시 계양구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무거운 표정으로 인터뷰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비대위 구성부터 삐걱… 초토화
당 내홍 들끓어… 李 당대표 견제도 

민주당은 지선 이후 초토화 상태다. 당초 민주당 후보가 따놓은 당상으로 여겨지는 호남 지역, 우세 지역으로 평가받던 제주를 제외하고는 경기도에서 신승을 거둔 초라한 성적표를 손에 쥐었다. 당내에선 한 목소리로 '자기 반성을 해야 한다'면서도 계파갈등의 조짐이 감지돼 향후 지난한 수습이 예상된다.

민주당 3선 중진 이원욱 의원은 6.1 지선과 함께 치러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인천 계양을 지역에 이재명 후보의 당선이 확실시 되자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재명 친구. 상처뿐인 영광! 축하합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이 후보 자체는 인천 계양을에 당선됐지만 민주당이 지선에서 좋지 못한 성적을 거둔 것을 꼬집은 것이다. 이어 댓글로 "이 말에 내친구 이재명의 답이 있길 바란다"고 거듭 몰아세웠다.

이재명 당선인은 지난 지선 정국에서 당의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아 선거를 진두지휘해 왔다.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경기 성남분당갑이 아닌 인천 계양을에 출마한 이유도 자신이 직접 나와 현장감을 갖고, 후보들을 더욱 발빠르게 지원해 주기 위한 것이라는 의견도 피력했다. 당초 계양구에서 내리 5선을 한 민주당 송영길 전 서울시장 후보가 돌연 국회의원직을 내려놓고 서울시장에 도전한 것도 이 당선인에게 자리를 비워주기 위한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당 비상대책위원으로 활동했던 조응천 의원을 포함해 김종민·박용진 의원 등도 이재명·송영길 후보의 출마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들이 민주당이 쇄신하지 못한다는 걸 상징적으로 보여줬기 때문이라는 골자다. 이에 대해 이재명계 좌장으로 꼽히는 정성호 의원은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심을 버리고 오직 선당후사로 단합해야 한다"며 누구의 탓으로 돌리기 보단 당 전체가 결집해야 함을 강조했다.

정치평론가들은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체제부터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박창환 정치평론가는 3일 본지와 통화에서 "민주당의 큰 패착은 변화와 쇄신의 노력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비대위가 잘못 구성됐다. (대선 패배에 책임이 있는) 윤호중 원내대표가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임명되면서 변화와 쇄신의 가능성을 차단했다"고 꼬집었다. 박 평론가는 "중도층 표심 잡기나 중도 확장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으로, 지지층 결집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서 헛발질과 한덕수 국무총리 인준 통과로 어려워졌다"고 진단했다.

이은영 휴먼앤데이터 소장은 이번 지방선거에 대해 "'민주당 지지층이 외면한' 지방선거"라고 평가했다. 최근 민주당의 정당 지지도 하락과 민주당 우세 지역에서 평균보다 낮은 투표율을 보인 게 그 이유다. 이 소장은 "(민주당이) 대선 이후에 그에 대한 평가를 하지 않고 지선체제로 바로 돌입했는데 비대위가 구성되는 과정도 사실 지지자들이 보기엔 이해하기가 어려운, 명분이 많이 없는 모습이었다"며 "그런 영형과 비대위의 가장 큰 역할이 공천 관리인데, 그 과정에서 갈등이 일어난 게 (지지층 결집을 저해하는 데) 제일 컸다"고 분석했다.

민주당 비대위는 지선 패배의 책임을 지기 위해 총사퇴했다. 이재명 당선인에게도 정치적 부담이 가는 대목이다. 당초 정치권에서는 이후 이 당선인이 당권에 도전할 거란 시각이 팽배했다. 하지만 당내 제동이 걸리며 운신의 폭이 좁아졌단 이야기다.

'친문'으로 분류되는 민주당 홍영표 의원은 3일 CBS라디오에서 이 당선인의 당권 도전에 대해 "상식적인 판단을 할 거라고 본다. 여러 가지 논의의 흐름을 봐야 한다"고 묵직한 한 방을 던졌다. 홍 의원은 "(이 당선인) '절반의 승리다, 그리고 민주당엔 나밖에 없다' 이렇게 하면 (전당대회에 당대표 후보로) 나올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그것이 우리 당원이나 국민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는 좀 더 봐야할 것"이라고 선 그었다.

김동연 경기지사 당선인은 3일 MBC라디오에서 민주당을 향해 "도움을 준 것도 많았지만 발목을 잡은 부분도 있었다"고 직격하며 자신의 당내 입지를 넓히려는 시도를 했다. 김 당선인은 "민주당이 갖고 있는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는 생각을, 각오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당내서 여러 목소리가 나오며 주도권 다툼이 벌어지는 만큼 한 차례 내홍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갈등을 봉합하고 다시 단일대오를 형성하는 게 민주당의 제1목표다.

mjka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