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금융플랫폼' 지향…카카오 등 빅테크에 맞불
시중은행들이 중구난방으로 흩어져 있던 모바일뱅킹 애플리케이션(앱)을 하나로 통합하는 ‘원앱’ 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주력 앱 하나에 은행 업무는 물론, 다른 금융 계열사 서비스까지 하나에 담은 종합금융플랫폼을 지향해 경쟁력을 높이고 소비자 편익을 극대화하겠다는 복안이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시중은행에서 운영하는 모바일뱅킹 관련 앱은 수십개에 달한다. 앱이 넘쳐나는 이유는 은행들이 주력 모바일뱅킹 앱 외에도 자산관리나 환전, 알람, 본인인증, 가계부 등의 서비스·기능을 세분화했기 때문이다.
그간 금융소비자들은 모바일뱅킹을 이용하려면 2~3개 이상의 앱을 일일이 설치해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예를 들어 한 은행의 모바일뱅킹을 이용하려면, 해당 뱅킹앱은 물론이고 원활한 로그인을 위해 인증 앱을 추가로 설치해야 한다. 또 잔액조회·계좌이체 등 단순한 업무만 사용한다면 문제없지만, 메신저나 음성인식·챗봇 등 다른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해당 기능을 지원하는 앱을 별도로 내려 받는 식이다.
은행들이 소비자 불편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앱 분산 전략을 취한 까닭은 통합앱의 단점에 있다. 다양한 기능을 한 개의 앱에 몰아넣다 보니 용량이 커지고 구동이 느려지는 것이다. 모바일뱅킹 이용자 대다수는 조회, 이체 등 단순 은행 업무를 주로 사용한다. 이런 이용자에게 통합앱은 오히려 편리성을 떨어트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은행권은 최근 들어서는 원앱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카카오와 토스, 삼성 등 빅테크 업체에서 원앱의 간편함을 장점으로 내세우며 성공가도를 달리면서다. 이에 시중은행들은 대표 앱 하나에 기능을 통합하는 ‘슈퍼앱’을 내놓고 있다.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발빠른 행보를 보인 곳은 신한은행이다. 지난 2019년 기존에 있던 신한S뱅크’와 ‘써니뱅크’, 스마트 실명확인, 온라인 등기 등 6개 앱을 통합한 ‘쏠(SOL)’을 출시했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도 ‘하나원큐’와 ‘우리WON뱅킹’ 등 주요 앱 하나로 다양한 기능을 이용할 수 있게 개편을 거듭하고 있다. NH농협은행은 ‘올원뱅크’에서 농협금융 계열사의 핵심 서비스를 제공하는 차세대 플랫폼 구축에 들어갔다.
시중은행 중 가장 많은 앱을 내놨던 KB국민은행도 올 상반기 중 간편뱅킹 앱인 ‘리브’를 없애고 기능을 KB스타뱅킹에 통합한다. 또 추가 설치 없이 주식 매매 서비스(KB증권)와 간편결제(KB국민카드) 등을 스타뱅킹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든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모바일뱅킹 초창기 시절과는 다르게 기술이 발전하면서 다양한 기능을 넣으면서 성능도 지킬 수 있는 최적화가 가능해졌다”며 “단순히 기능을 많이 넣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용자들이 쉽게 사용하고자 하는 서비스를 찾을 수 있도록 설계해 앱 편의성과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신아일보] 문룡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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