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포커스] '성한 사람' 없는 '尹 인사'… 쟁점은
[정치포커스] '성한 사람' 없는 '尹 인사'… 쟁점은
  • 강민정 기자
  • 승인 2022.04.23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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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영·김인철 '부모 찬스'… 조국 사태 오버랩 부담
한덕수 '이해충돌' 이종호 '증여세 탈루'… 의혹 속속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2일 부산 해운대구 반송큰시장을 방문해 시민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2일 부산 해운대구 반송큰시장을 방문해 시민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차기 윤석열 정부 내각을 구성할 후보자들을 향해 잇따른 의혹 제기로 압박하며 '야성'을 조금씩 내비치고 있다. 

민주당 설훈 의원은 22일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이번에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쪽에서 (인선) 나온 걸 보면 한 사람도 성한 사람이 없다"며 "전부 다 문제가 있다"고 직격했다.

설 의원은 "그래도 검증은 최소한 거쳐낼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아무런 검증을 안 했다는 느낌을 받는다"면서 "이런 검증은 참 처음 본다. (검증을) 부실하게 한 게 아니라 안 한 거 아니냐, 이런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2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충정로 사옥에 마련된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 입장문을 읽기 위해 안경을 쓰고 있다. 정 후보자는 아들에 대해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재검증을 한 결과 2015년 4급 판정 사유와 동일한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사진=연합뉴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2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충정로 사옥에 마련된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 입장문을 읽기 위해 안경을 쓰고 있다. 정 후보자는 아들에 대해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재검증을 한 결과 2015년 4급 판정 사유와 동일한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사진=연합뉴스)

◇尹, '조국의 강' 건널 수 있나
공정·상식 강조… 특혜 논란 곤혹

청문회 논란의 불을 지핀 건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다. 정 후보자는 자녀 편입·병역 과정에서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특혜를 줬다는 일명 '아빠 찬스' 의혹에 휩싸였다. 특히 정 후보자가 주목받는 이유는 앞선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와 닮은꼴이라는 의견이 줄짓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공정과 상식'이라는 가치로 조국 사태에 정면으로 맞서며 급부상했다. 공정과 상식은 차기 정부를 구성하는 주요 동력이다. 하지만 정 후보자를 비롯해 각종 인선 관계자들 사이에서 '부모 찬스' 의혹이 제기돼 곤욕스러운 상황이다.

정 후보자 자녀들은 2017년(딸)과 2018년(아들)에 각각 경북대 의대에 편입했다. 논란의 쟁점은 당시 경북대 병원장으로 재직 중이던 정 후보자의 사회적 위치가 이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었단 대목이다. 이들이 경북대 병원에서 봉사활동을 한 전력이 밝혀지며 아버지의 지위를 이용해 '스펙 쌓기'에 나섰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당시 경북대 입학본부장(입학처장)이 정 후보자와 의대 선후배 사이이자 함께 동문회에서 직을 맡아 활동했던 인물이란 점도 논란을 샀다.

21일 민주당 고민정 의원실이 경북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경북대 의대 교수 A씨는 2015년 9월~2018년 2월 동안 대학 입학처장으로 근무했다. 
정 후보자의 자녀들이 편입에 응시한 시기도 포함된다.

이들의 학사편입 평가위원장을 담당한 B교수도 정 후보자와 선후배 관계으로 파악됐다. 정 후보자가 아들의 학사편입 과정 진행 중인 2017년 11월 당시 3차례 행사에서 평가위원장과 동행한 사실도 확인됐다. 정 후보자와 이들의 친밀한 관계가 자녀의 학사편입 과정에도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아들의 경우 2018년 학사편입 과정에서 '지역인재 특별전형'으로 통과했다. 그런데 이 전형이 단 18일 만에 일사천리로 신설된 점도 특혜 의혹을 샀다. 아울러 현역 신체검사 당시 2급을 받았는데 이후 경북대학병원에서 실시한 재검에서는 4급을 받아 사회복무 요원으로 복무한 것을 두고도 특혜 의혹이 일었다. 정 후보자 측은 전날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재검증을 실시한 결과 2015년 4급 판정 사유와 같은 판정을 받았다고 해명했다.

정 후보자를 둘러싼 공정 논란이 차기 정부에 부담갈 것을 우려, 당 안팎에서 자진사퇴 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정 후보자는 이날 거취 관련해 "(정치권과) 이야기해 본 적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빌딩 사무실 출근길에서 "(나는) 정치적 내용은 모른다. 나는 정치인이 아니고, 평생을 어떤 당에 속해본 적이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서도 "불법적인 행위는 물론 없었고 도덕적, 윤리적으로도 떳떳하다"며 "그 이상 어떤 말씀을 드려야 할지 나로서도 안타깝다"고 재차 주장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전날 정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다음달 3일 열기로 합의했다.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14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14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자신이 풀브라이트(Fulbright) 동문회장을 맡았을 당시 자녀가 풀브라이트 장학생에 선발돼 입김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지난 20일 "내부 관련자들은 평가에 참여하거나 일체 관여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했다.

민주당 서동용 의원은 이날 "장학금 심사에 동문 교수, 한미교육위원단 직원 등 '내부 관련자'가 참여해온 것으로 나타났다"며 해명에 반박했다. 

이들에 따르면 온라인에 올라온 풀브라이트 장학금 면접 후기를 살펴보면 내부 관련자가 면접 및 심사에 참여한 정황이 드러난다면서 교수와 위원단 관계자가 함께 참석했다는 내용을 공개했다. 

서 의원은 "검증이 시작되자마자 처음 내놓은 해명이 거짓 해명 의혹을 받고 있다"며 "후보자 딸의 장학금 선정에 특혜가 없었는지 떳떳하면 심사위원 명단과 심사자료를 감추거나 거짓으로 해명하지 말고 모두 공개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검증 수차례 거친 한, 이번엔?
이, 10년 동안 증여세 신고 안 해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생산성본부 건물에 마련된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생산성본부 건물에 마련된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달 25~26일 인사청문회에 임하는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는 이해충돌 관련 의혹이 계속해서 제기된다.

민주당 김회재 의원은 이날 한 후보자가 부동산 법인에 고액의 돈을 빌려주는 대신 별장을 사용했다는 의혹을 언급했다. 한 후보자는 현재 '1가구 1주택'으로 알려졌지만, 편법으로 사실상 '1가구 2주택'을 운용해 왔다는 취지다.

김 의원에 따르면 한 후보자는 부동산 법인 '㈜메테크부동산'에 1억6000만원을 1.4%의 저리로 빌려줬다. 해당 법인은 한 후보자와 오랜 친분을 지닌 박 모 전 연세대 교수의 가족 법인으로, 박 모 전 교수는 차용 이후 한 후보자에게 대관령 소재 아파트를 빌려줬다고 거론 바 있다.

의원실은 "1억6000만원 금액의 성격을 규명하기 위해 차용 당시 금전거래 내역, 증빙자료, 해당 법인과 금전거래 등이 있었는지 여부 등의 자료를 한 후보자에게 요구했지만 후보자 측이 사생활 침해를 이유로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 후보자가 한국무역협회 회장에 취임하며 시가 1억원 상당 호텔 피트니스 이용권을 제공받았으며, 퇴임 후에도 여전히 사용하고 있다는 의혹도 나왔다.

민주당 김의겸 의원은 이날 한 후보자 부부가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호텔의 피트니스클럽을 무상으로 이용하며, 지난 연말까지도 운동하는 걸 봤다는 내용의 제보를 받았다고 공개헀다.

이들은 "제보 내용을 무역협회측에 확인한 결과 무역협회장이 되면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호텔의 피트니스클럽을 무상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되고, 퇴임 이후에도 사용권이 계속 제공된다"고 말했다.

이들에 따르면 다만 사용권은 '피트니스 회원권'의 형태는 아니고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제공하는 것으로, 권한은 무역협회가 아닌 운영사인 파르나스호텔 측에서 제공한다.

김 의원은 "회원권 거래업체에 확인한 결과 코엑스 인터콘티넨탈 피트니스클럽 부부회원권의 최근 시세는 약 1억원(분양가 약 4000만원)이며 연회비가 약 700만원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 후보자는 (한국무역협회에서) 2012~2015년 3년간 근무하며 퇴직금 포함 23억5000만원의 급여를 수령한 것도 모자라 추가로 코엑스 인터콘티넨탈 호텔 피트니스클럽 평생 부부이용권까지 제공받았지만, '회원권'이 아니라는 이유로 재산신고 내용에 누락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뿐만 아니라 한 후보자는 인사청문특위에 제출한 자료에서 '무역협회에서 받은 보수'를 19억5000만원이라고 축소했다"며 "퇴직소득 4억원은 제외한 것"이라고 몰아세웠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11일 서울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사무실로 출근하며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11일 서울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사무실로 출근하며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는 증여세 탈루 의혹을 지닌다. 

민주당 윤영찬 의원은 이 후보자가 2012년 11월, 12월 아파트 구매 지분 5억4000만원과 예금 6억원 등 11억4000만원을 부인에게 증여했지만 장관 지명 당시까지도 부부간 증여를 신고하지 않은 채 '불법 증여'를 지속해 왔다고 이날 질타했다.

윤 의원은 "이 후보자는 장관 지명 불과 3일만인 지난달 13일 증여세 납부 신고를 하고 그 다음날인 14일 증여세를 납부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이는 증여세 납부 의무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고의로 탈루했음을 의심케 하는 정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후보자는 지난 14일 해당 증여 금액에 대해 2억1900만원의 증여세를 냈다. 또 배우자에게 증여세 납부를 위해 추가로 1억7000만원을 증여하면서 5000여만원의 증여세를 별도 납부했다.

윤 의원은 "117억원의 예금을 보유한 이 후보자의 증여세 미납은 의도성이 있는 탈세로 밖에 볼 수 없다. 장관으로 지명되지 않았다면 부부간 증여에 대한 증여세는 평생 납부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추가적인 부부간 불법증여 및 증여세 탈세를 확인하기 위해선 후보자와 배우자의 통장거래 내역을 통해 상호간 거래를 확인해야 하는데, 자료제출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윤석열 정부가 '공정과 상식'으로 출발한 만큼, 국민의힘은 무조건적인 옹호는 없다면서도 자진 사퇴가 아닌 청문회를 통한 소명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mjka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