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사태에 美 긴축 기조…벼랑 끝 내몰린 신흥국
우크라 사태에 美 긴축 기조…벼랑 끝 내몰린 신흥국
  • 이민섭 기자
  • 승인 2022.04.10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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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레바논 등 IMF 구제금융 신청
우크라이나 키이우(키예프) 이르핀에서 대피 중인 시민들. (AF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키이우(키예프) 이르핀에서 대피 중인 시민들. (AFP/연합뉴스)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경제 회복이 선진국보다 느린 신흥국은 벼랑 끝에 내몰렸다. 신흥국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연료, 식량 가격 급등에 따른 높은 물가 상승률이 두 자릿수까지 급등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공격적 통화 긴축 기조와 중국의 급격한 성장 둔화도 신흥국을 위협하는 형국이다.

10일 외신 등에 따르면, 스리랑카는 지난 1948년 독립 국가 수립 이후 경제 위기에 내몰렸다. 관광산업에 의존하던 경제는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데다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원자재 가격 급등까지 겹친 탓이 크다.

인플레이션도 아시아 최악의 수준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8.7% 급등했으며, 식품 물가는 30.2%나 뛰어 올랐다.

스리랑카의 3월말 기준 외화보유고는 19억3000만달러(2조4000억원)로 한 달 사이 16% 감소했다. 그 결과 석유를 구하지 못해 화력발전소 가동까지 멈추는 등 전력난은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화 부족으로 국가 부도 위기에 빠진 스리랑카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겠다고 선언하고, 인도·중국 등으로부터 긴급 자금을 동원하는 등 대외 채무 조정을 위한 자문단을 구성했다.

레바논도 최근 IMF로부터 30억달러(36조6000억원) 규모의 구제금융을 받기로 했다. 주 식량인 밀의 80%를 러시아, 우크라이나에서 수입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으로 밀값 급등, 외화 부족으로 식량 위기에 직면했다.

파키스탄도 국제유가 급등과 정치적 혼란 속에 경제위기가 덮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파키스탄 중앙은행은 7일 긴급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2.5%포인트(p)를 인상했다. 이는 1996년 이후 최대 폭이다.

페루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연료·비료 가격 급등이 촉발한 반정부 시위로 5명이 사망했다. 연료 가격 상승에 항의하는 트럭 운전기사들의 고속도로 봉쇄 시위가 이어졌고, 30일간의 전국 도로망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등 경찰과 군이 도로를 통제하고 나섰다.

신흥국의 경제 여건이 급속히 악화되자 국제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신흥 시장의 올해 실질 GDP 증가율 전망치를 종전보다 0.8%p 낮춘 4.0%로 하향했다.

아울러 세계은행도 동아시아와 태평양 지역의 올해 성장 전망치를 기존 대비 0.4%p 하향한 5.0%로 낮췄고 상황이 더 악화된다면 4%대로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세계은행은 “신흥국들의 국가부채 조달 비용이 늘고 있다”며 “앞으로 12개월간 10여개국이 부채 상환에 실패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minseob200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