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투 고위 인사 선행매매에 리서치센터 강화 노력 빛 바래
하나금투 고위 인사 선행매매에 리서치센터 강화 노력 빛 바래
  • 임혜현 기자
  • 승인 2022.04.08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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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국 전 하나금융투자 대표가 법원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하면서, 미공개 정보 등을 이용한 선행매매 문제가 새삼 논의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자본시장법 체제'의 근간을 흔든다는 지적과 증권업 현실을 모른다는 반론이 엇갈려 나오고 있다. 그런 한편 그간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 강화 노력 역시 물거품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보태지고 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 13부는 5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대표와 애널리스트 A씨의 첫 공판을 열었다. 선행매매란 기업분석 보고서 배포 이전에 주식을 사고파는 행위를 말한다.

이 전 대표이사 측 변호인은 '공소사실 전면 부인'이라는 초강수를 두고 나섰다. "수사기록 전반을 살펴도 이 전 대표이사가 직접 선행매매를 지시했다는 내용을 살펴볼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2월3일 이 전 대표는 당시 현직 대표 신분에서 입장문을 내고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지적된 증권 계좌는 법령 및 하나금융투자 내부통제 규정에 따라 회사에 신고된 대표이사 본인 명의의 증권계좌"라고 주장한 바 있다. 당시 그는 "대표이사로서 챙겨야 하는 각종 회의 및 행사 등 주요 현안들로 인해 직원에게 해당 계좌를 맡기게 되었을 뿐 금감원에서 제기한 혐의와 관련해 매매에 관여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현직 대표 시절부터 전면 부정 '입장문', 금감원 조사 우습게 본다 논란

(사진=하나금융투자)
(사진=하나금융투자)

금감원은 하나금투 직원이 관리한 이 대표 계좌에서 특정 회사 주식이 매매된 사실을 포착하고 선행매매 여부를 검사해 왔다. 이후 검찰이 나서서 이 혐의를 보강, 기소하기에 이르른 것. 이 전 대표 등의 전면 부인에도 불구하고 검찰 등에서는 정보 파악 및 활용, 지시 등에 대한 정보 일부를 확인, 유죄를 자신하며 기소로 최종 결론지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하나금투가 이번에 처음 선행매매 문제가 부각된 게 아니라는 대목이다. 2019년부터 구속 영장 청구와 기각, 재청구 끝에 구속 등 논란을 빚었던 하나금투 애널리스트 사건이 평지풍파를 빚은지 얼마 안 되어 대표가 '업무상 바빠서 부하에게 맡겼을 뿐'이라는 주장을 내놓은 상황이 빚어진 때문이다.

2020년 1월 구속, 이후 재판에 넘겨진 하나금투 리서치센터 소속 연구원(애널리스트) 사건은 금감원 특별사법경찰과 검찰이 하나금투 애널리스트 10여명의 휴대전화 사용 내역과 주식거래 내용 등을 확보해 검토하는 등 부피가 큰 사건이었다. 이 연구원은 특정기업에 대한 우호적인 보고서를 공개하기 전, 가족과 지인의 계좌를 이용해 종목을 미리 사두고 보고서 발표 후 주가가 오르면 매도해 수십억원대 이상의 차익을 올린 혐의를 받았다. 이 사건은 1심에서 엄한 유죄 판결이 나온 바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 전 대표 사건을 놓고 "바빠서 맡겼을 뿐, 내부적인 정보를 악용한 건 아니라고 현직 대표 시절부터 일관되게 입장을 펼치는데 이는 전반적으로 금감원과 검찰 수사를 부정하는 것"이라면서 "선행매매가 금융업 신뢰 전체와 자본시장법 자체를 흔드는 것이라는 생각 자체가 없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한 법학 연구자는 "자본시장법 전반에 대한 업계 종사자들의 안일한 인식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 관계자는 "하나금투가 리서치센터를 강화했었는데, 결국 이러려고 그런 것이란 소리인가?"라고 꼬집었다.  

"자본시장법 정신 정면 위배하고 '바빠서' 운운" 대법원 판례는 '엄격 해석'

바쁘다는 이유로 거래 부분만 일임했든, 대표된 입장과 실력에서 판단되는 바와 회사 내부에서 얻어지는 정보를 혼동하고 이익을 보든 어느 쪽이든 자본시장법의 엄격한 내부통제 요청을 무시한 것은 사실이라는 지적들인 셈이다.

실제로 처음 애널리스트 선행매매 사건이 불거졌을 때, 이 전 대표가 상부인 하나금융그룹에 사실을 알리고 공론화해 면죄부를 받았다면 이야기가 달랐겠지만, 지금처럼 내부적인 통제를 전부 따랐다고 주장한다면 '통제마비 상황'이라는 궤변을 펼치면서 자기 전 직장 전반에 먹칠을 하는 것이라는 비판도 일고 있다.

판례의 태도는 어떨까? 대법원에서 자본시장법 위반을 엄히 다스린 케이스로는 투자자문업자, 증권분석가, 언론매체 종사자 등이 특정 증권을 장기투자로 추천하기 직전에 자신의 계산으로 그 증권을 매수한 다음, 추천 후 그 증권의 시장가격이 상승할 때에 즉시 차익을 남기고 매도하는 이른바 스캘핑(scalping)을 처벌한 경우가 있다. 

2017년 3월에 나온 대법원 판결을 보면, "투자자문업자 등이 추천하는 증권을 자신이 선행매수하여 보유하고 있고 추천 후에 이를 매도할 수도 있다는 그 증권에 관한 이해관계를 표시하지 않은 채 그 증권의 매수를 추천하는 행위는 자본시장법에서 말하는 '부정한 수단, 계획, 기교를 사용하는 행위'에 해당한다"는 것. 아울러 "이해관계의 표시를 누락함으로써 투자자들에게 객관적인 동기에서 그 증권을 추천한다는 인상을 주어 거래를 유인하려는 행위로서 자본시장법상 '위계의 사용'에도 해당한다"고 지적, 해당하는 모든 불법 우려를 중첩적으로 해석, 처벌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바빠서 부하에게 맡겼다', '내부적인 정보를 악용한 건 없다'는 식의 주장이 통하지 않을 가능성이 대단히 높은 것이다. 이 전 대표의 이번 사건에 하나금투 등 현업에서는 "개인 일탈 아니냐"는 식의 반응을 보이는 종사자들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리서치센터와 애널리스트 기능 전반에 회의론을 불러일으켰을 뿐더러, 부정한 이익을 위해 리서치센터를 돼지 키워서 잡아먹듯 활용한 그림이 돼 버린 결과론적인 문제 책임이 대단히 크다는 우려도 나온다. 엄청난 먹칠을 전 직장에 해 놓고 나간 셈이다. 

◇이진국 리서치센터 강화, 결국 부정 위한 투자였나?

이 전 대표는 평소 "리서치센터는 증권사의 기본"이라는 신념 아래 애널리스트 조직을 늘리고 역량 강화를 주문했었다.

리서치센터를 기반으로 랩운용실의 차별화, 비상장기업에 대한 리서치 서비스, 해외 주식펀드 공부 등 리테일 수익 기반 확대를 독려했던 것. 

이런 2016년 이후 이 전 대표의 이런 강력한 의지 아래 하나금융투자는 대내외에서 리서치센터의 경쟁력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는 평가를 듣기도 했다. 하지만 사실여부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선행매매 의혹이 불거지며 이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게 된 셈이다. 

일각에선 의혹이 불거진 만큼, 이 전 대표가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있는 점을 선입견 없이 들어줘야 한다고 짚는다. 다만 이런 주장을 하는 이들도 재판 과정을 지켜보면서, 하나금투와 리서치 조직이 입을 체면 손상을 분리해 다루자는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이 전 대표의 안일한 직업정신과 공과 사를 혼동하는 부분을 감싸는 것은 하나금투나 증권업 전반, 애널리스트들의 정보를 누군가 먼저 악용해서는 안 된다는 법적 상식 보호에 우선할 수 없다는 지적이 대두된다. 

연달아 터지는 하나금투 선행매매 논란이 증권가에 한동안 관심사로 남아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dogo842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