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포커스] 이대녀, '개혁의 딸'이 된 까닭은
[정치포커스] 이대녀, '개혁의 딸'이 된 까닭은
  • 강민정 기자
  • 승인 2022.04.03 10: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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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대 여성, 지난 대선 후 李 지지 더 활성화
尹 '여가부 폐지' 반발… 민주 '틈새 파고들기'

최근 2030세대 여성 지지율이 다시 더불어민주당에 집결하는 모습이다. 민주당은 이전까지 2030세대 여성 지지율에서 비교적 우위를 차지해 왔다. 하지만 안희정 전 충남지사 등 당내 인사들의 성비위로 2030세대 여성으로부터 반발을 샀다.

(서울=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선대위 해단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2.3.10 [국회사진기자단]    uwg806@yna.co.kr (끝)
(서울=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지난달 10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선대위 해단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선 후 李 지지도 올랐다
2030대 여성, '개딸'로 등판

하지만 제20대 대선 이후 2030대 여성들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이들은 자신을 '개딸(개혁의 딸들)'이라고 지칭하며 이재명 전 대선후보를 향한 지지를 철회하지 않고 있다.

이들은 민주당에 권리당원으로 대거 가입하며 이 전 후보에게 무게를 실어줄 뜻을 명확히 드러내거나, 이 전 대선후보와 각종 SNS를 통해 소통한다. 이 전 대선후보의 네이버 팬카페 '재명이네 마을'은 지난 10일날 개설, 현재 17만4412명(2일 기준)을 보유했다.

민주당 3기 원내대표 선거 과정에서 박홍근 의원(현 원내대표)를 향한 지지도 같은 맥락이다. 

이번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는 '대리 계파전'이라는 시각이 우세했다. 이낙연계 박광온, 정세균계 이원욱·안규백, 이재명계 박홍근 의원 등이 출마하면서다. 이 가운데 '이재명계'인 박 의원이 선출돼 이 전 후보에게 힘을 실어야 한다는 취지다.

이들의 지지 의사 표명은 이 전 후보가 제20대 대선에서 '0.73%p' 차이로 석패한 아쉬움을 드러내는 동시에 다음 대권을 도모할 수 있는 구름판이 돼 주겠다는 의미기도 하다.

이같은 현상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를 중심으로 한 '이대남(2030대 남성)' 현상의 반대급부라고도 볼 수 있다. 이대남은 지난해 4.7 재·보궐선거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의 당선에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대가 정치 영역에서 급격한 조직화를 이룬 것이다. 

이후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도 이 대표가 이대남을 중심으로 당선하는 쾌거를 거두며 정치권에서 이대남에게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정치권에서 이대남의 영향력이 커지자 '군 장병 월급 200만원' 등 이들을 타겟팅한 공약이 우후죽순 쏟아졌다.

정점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후보 시절 낸 7글자 키워드 공약, '여성가족부 폐지'였다. 이를 두고 젠더 갈라치기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여기에 더해 지난 1월 "20대 여성은 어젠다 형성에 뒤처지고 추상적인 이야기들을 많이 한다. 우리가 받아들일 수 있는 내용이 별로 없다"는 이 대표의 발언도 2030세 여성들 분노의 도화선이 됐다.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지현, '교두보' 역할 톡톡히
민주당, 공로 인정해 전면 배치

민주당에 2030세대 여성의 지지를 다시 견인한 교두보를 만든 건 단연 박지현 비상공동대책위원장이다. 

박 위원장은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을 공론화한 추적단 불꽃에서 활동가 '불'로 활동해 왔다. 이후 대선 국면에서 이재명 대선후보 캠프에 영입, 선거대책위원회 여성위원회 부위원장과 디지털성범죄근절특별위원장으로 활동했다.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은 대중에게 디지털 성폭력 문제도 더 이상 '온라인상'의 일이라 치부할 수 없다는 문제 의식을 던졌다. 이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오르며 디지털 성폭력이 고통받는 피해자를 다수 양산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가해자를 엄중 처벌하라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다.

특히 이 문제에 진정으로 분노한 건 2030세대 여성이었다. 

이들은 가해자를 엄벌해야 한다고 시위를 열었고, 꾸준히 목소리를 내 왔다. 이 가운데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을 알리는데 앞장선 박 위원장의 민주당 선대위 합류는 이들의 눈길을 다시 민주당으로 돌리는 계기가 됐다.

실제 여론조사에서도 이같은 흐름이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1월 23~28일 성인남녀 304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여론조사에서 이 당시 후보의 2030대 여성 지지율은 각각 29.4%, 32.3%였다. 

같은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당시 후보는 각각 29.7%, 36.7%로 더욱 높았다. 표본오차는 오차범위 95% 신뢰수준 ±1.8%p다.

리얼미터 2월 2주차 여론조사(오마이뉴스 의뢰, 그달 6~11일 전국 성인남녀 3040명, 표본오차 동일)에서 이 후보는 20대 여성 37.7%, 30대 여성 35.7%로 반등한다. 윤 후보는 20대 여성 23.4%, 30대 여성 35.9%였다(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박 위원장의 민주당 선대위 합류가 그보다 앞선 1월 28일임을 감안한다면, 그의 영입이 이 전 후보를 향한 2030대 여성의 지지를 끌어 올리는 변곡점이 됐으리란 분석이 가능하다.

박 위원장 역시 2030대 여성의 목소리를 대변하는데 주력한다. 그는 지난달 31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0대 대선 이후 2030 여성들의 민주당 입당 의미와 과제' 토론회에서 "지난 대선, 차별과 혐오의 정치가 우리 2030 여성들을 한없이 움츠리게 했다"고 입을 열었다.

그러면서 "지금이 2022년이라는 걸 믿을 수 없을 만큼 여성과 남성을 편 가르고 구조적 차별을 부인하며 여성의 침묵을 강요하는 차별정치와 혐오 발언에 맞서야 했다"고 지적했다.

박 위원장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간절한 심정으로 우리는 민주당을 지지했고, 투표 마지막 순간까지 온 힘을 다해 표를 모았다"면서 "결국 민주당은 아쉽게 졌지만 우리 여성들은 선거 역사상 매우 의미 있는 승리를 거뒀다고 생각한다"고 치켜세웠다. 

이어 "혐오와 차별을 뚫고 지금 우리 여성들이 일어서고 있다"면서 "앞으로는 여성, 청년이 정치를 하는 게 어색하지 않은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달 14일 첫 비대위 회의에서는 "민주당은 권력형 성범죄, 성 비위에도 피해자에 대한 배려 없이 자신의 위치와 권력을 남용했고 2차 가해도 사과하지 않고 모르쇠 해 왔다"면서 "사과하겠다며 입을 열기까지에도 수년의 시간이 걸렸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성폭력, 성 비위, 권력형 성범죄에 무관용 원칙을 도입하겠다"면서 "이는 다가올 지방선거의 공천 기준에도 엄격하게 적용될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이후 같은 달 29일 청년 당원 간담회에서는 "왜 여성과 청년에게 (후보 자리를) 할당해야 하는지 의문을 품는 사람들이 있다"며 "법을 집행하는 곳의 여성과 청년 비율이 낮았기 떄문에 그간 정치권이 소외된 자들의 삶을 대변하지 못했다"고 오는 6.1 지방선거에서 청년·여성 대한 공천 비율을 대폭 확대할 것임을 시사했다.

민주당도 이런 흐름을 인정, 박 위원장과 속도를 맞추고 있다.

박홍근 신임 원내대표는 논란됐던 '피해호소인' 발언을 공식 사과했다. 

박 원내대표는 지난달 25일 기자들과 만나 '성폭력 2차 가해 발언을 했다는 야권의 비판이 있다'는 물음에 "내가 충분히 고려하거나 인식하지 못하고 한 발언에 대해서는 잘못된 용어의 선택이었다고 말씀드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박 위원장을 전면배치해 2030대 여성의 지지를 탈환하는 데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민주당은 지난 1일 열린 중앙위원회에서 84.46% 찬성 의견으로 윤호중·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을 인준했다. 앞서 비상대책위회(비대위) 구성을 두고 당내 이견이 나온 데 따른 투표다. 이에 윤호중·박지현 비대위는 오는 8월 전당대회 전까지 비대위를 이끈다.

◇민주당-국민의힘, 지선도 엇박
청년·여성 확대 vs 공정… '정반대'

이는 6.1 지방선거 공천 룰에도 반영됐다. 민주당은 지방선거에서 여성, 청년을 대거 기용하겠단 입장인 반면 국민의힘은 '공정'을 강조하며 별도의 여성, 성별 할당제를 시행하지 않겠다는 주장이다.

이 대표는 당 공천 방향 관련 "젊은 세대, 여성, 장애인 등 소수자에 대한 할당보다 그들이 공정하게 경쟁할 환경을 만들려 한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특히 지방선거 기초·광역 비례대표 의원 출마 의사를 표명한 이들을 대상으로 일명 공천 자격시험, 'PPAT(People Power Aptitude Test)'를 시행할 방침이다.

민주당 김영진 지방선거기획단장은 지난달 24일 첫 회의 후 "더 많은 청년, 여성 인재가 민주당 후보로 도전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겠다"고 알렸다. 

mjka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