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 명가' 내세운 신한금융투자, 높은 '현실의 벽' 여전
'IB 명가' 내세운 신한금융투자, 높은 '현실의 벽' 여전
  • 임혜현·이지은 기자
  • 승인 2022.03.27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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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혈주의로 외부 출신 '모호한 위상'…신뢰 부족 지적도
이영창 사장(왼쪽), 김상태 신임 사장. (사진=신한금융투자)
이영창 사장(왼쪽), 김상태 신임 사장. (사진=신한금융투자)

신한금융투자는 지난 22일 주주총회에서 김상태 기업금융(GIB) 담당 사장을 선임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2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신한금융투자는 2018년만 해도 KB증권은 물론 키움증권, 하나금융투자보다 순이익을 많이 냈지만 상황은 현재 완전히 바뀌었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 2020년과 2021년 라임자산운용과 독일 헤리티지, 홍콩 젠투파트너스 사모펀드 환매중단 등으로 충당금 발생이란 부담을 졌다. 

2021년 연결기준 신한금융투자는 순이익 3208억원을 기록했다. 라임펀드 관련 대규모 충당금을 인식해 순이익이 크게 줄었던 2020년과 비교하면 107% 늘었지만 만족할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신한금융투자와 자기자본규모가 비슷한 KB증권은 지난해 5940억원대의 순익을 거뒀다.

신한금융투자는 2018년만 해도 KB증권은 물론 키움증권, 하나금융투자 등보다 많은 순이익을 냈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특히 ‘리딩 금융’을 두고 KB와 대결구도가 형성된 가운데 수치상 증권업을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리테일 보다 앞으로 IB에 초점을 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으로 꼽힌다. 

다만, 신한금융투자는 조직운용 면에서 자신감이 떨어지는 분위기다.

◇증자 부족, PE 내부 조직 못 키워

신한금융그룹(지주) 차원에서 신한금융투자에 6600억원을 증자하기로 결정한 것은 2019년 5월의 일이다. 이를 두고 “초대형 IB로 키우려는 징표”라는 풀이가 나왔다. 한편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지정 조건’ 문제 때문에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평도 대두됐다. 어쨌든, IB 강화를 위한 모든 조치를 다 했다고 볼 것은 아니라는 비판도 나왔다.

(사진=신한금융투자)
(사진=신한금융투자)

윤기현 신한금융투자 노조 지부장은 “2002년 옛 굿모닝신한증권 출범 당시 자본금 규모는 3위인데, 현재 자본금 규모와 수익규모 모두 8위로 떨어졌다”며 “신한지주에서 그만큼 자본금을 투입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돈을 아낀다는 비판은 또 있다. 신한금융투자에서는 근래 씨티은행 출신 전문가 30여명이 대거 영입됐지만 계급과 처우 문제로 내부 술렁임이 크다. 

‘굴러온 돌 vs 박힌 돌’ 논쟁쯤으로 볼 수도 있지만, 이를 두고 비용 절감을 둔 내분으로 해석하는 시선도 있다. 사내복지기금 관련한 문제도 논란거리로 떠오른다. 회사 측은 ‘고객 계좌 중 1억원 미만 계좌 직원 수익 제외’를 적립 조건으로 들지만, 현재 직원 인센티브의 75%가 1억원 미만 가입자 계좌에서 발생해 사측 의견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비판도 일었다.

유명인(빅네임, 스타 임직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떠나보내는 것도 IB가 제대로 강화될 수 없는 원인으로 지적된다. 

신한금융투자는 IB 강화를 위해 내부에 PE 전담 조직을 만들었다. 2016년 연말의 일이니, 대단히 선제적인 조치로 받아들여졌다. 다만, 이 조직은 몇 년 만에 막상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처지가 됐다. 신한금융지주도 그룹 아래에 대체투자 전문 운용조직(신한대체투자운용, 옛 신한PE)을 두고 있었고, 2017년에는 아예 이 조직을 대상으로 사업개편을 단행했기 때문이다. 

이런 개편이 이뤄지는 동안 2016년 신설된 일명 신한금융투자PE는 반대로 침체된 시절을 보냈다. 급기야 조직 열세를 극복하고 10년간 각종 투자 관련 업무에서 맹렬히 활약했던 최공훈 전 부장이 떠나면서 가속화되던 인력 유출도 심각한 수준까지 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이영창 단독 대표 체제에서 이번에 김상태·이영창 각자 대표 체제로 변경된 것도 IB 강화 측면에서 장고 끝 악수를 둔 예로 보고 있다.  

당초 이 대표가 처음 영입될 때 사모펀드 사태로 시끄러운 분위기를 다잡고 조직을 정상화해 발전 역량을 극대화하도록 주문을 받았다는 해석이 유력했다. 리테일 문제만 맡기려 발탁한 것은 아닐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김병철 전 사장. 외부 출신으로 사모펀드 논란으로 억울한 유탄을 맞고 사임했다. (사진=신한금융투자)
김병철 전 사장. 외부 출신으로 사모펀드 논란으로 사임했다. (사진=신한금융투자)

◇외부 출신 홀대, 여전한 순혈주의 우려

실제 지난 1월 이 사장은 IB 강화 등 리테일 외의 문제에도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법인을 대상으로 기업금융과 자산관리서비스를 동시에 집행하는 법인영업센터를 만든 게 대표적이다. 

법인영업센터는 기업공개(IPO)와 인수합병, 유상증자, 회사채 등 기업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동시에 법인 오너와 가족, 임직원을 위한 개인자산관리 서비스도 추진키로 했다.

하지만 3월부터 각자 대표 체제가 출범하면서 리테일과 IB 부문이 다시 나뉘면서 외부 전문가에 대한 신뢰 부족이란 지적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앞서 외환은행 출신으로 증권맨으로 변신했던 강대식 전 사장은 내부 출신으로 실세였던 후임 김형진 전 사장에 자리를 물려줬다. 인사부장 등 신한은행 내 요직들만 거쳤던 김형진 전 사장의 등장이었던 터라 이는 순전히 자연스러운 바통터치가 아니라는 얘기가 있었다.

김형진 전 사장의 뒤를 이어 2018년 12월 지명, 등극한 김병철 전 사장은 옛 동양증권(유안타증권) 출신의 ‘채권통’이었지만 사모펀드 피해 문제 수습으로 지난 2020년 초 억울하게 자리에서 물러났다는 평이 흘러나왔다. 

그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2020년 3월 급히 영입된 전문가가 이영창 사장이다. 이 사장도 이번 각자대표 체제에서 IB 강화란 과제에 제대로 손을 대보기 전 자리를 넘기게 됐다.

같은 맥락으로 김상태 사장도 순혈주의에 막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dogo842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