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의 독립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대두되고 있지만, 오히려 금감원 최고위층 때문에 기회를 놓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권 교체 시기마다 금융감독체계 개편 논의가 나오지만 윤석열 정부 탄생이 임박한 현재 이런 목소리는 더욱 높다. 사모펀드 사태가 금융권을 강타하는 등 기존 감독 시스템에 대한 회의론이 급부상했고, 코로나19 사태로 금융의 중요도가 평시보다 높아졌다. 2008년 출범 직후부터 공룡부처 비판을 받아 온 금융위원회가 개편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번 대선 국면에서 나온 것도 무리는 아닌 것으로 풀이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현행법상 금감원은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 지도 감독을 받아야 한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금감원의 독립성을 담보하기 위해 입법 개정이 필요해 보인다”고 피력했다. 강 의원은 금감원이 상위 기관인 금융위의 개입으로 금융기관, 금융회사에 대한 제대로 된 검사나 감독 업무를 보장받지 못하는 것 같다고도 평가했다.
실제 금융위의 무심함에 금감원은 조직 가동에 어려움을 적잖이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가 금감원 관련 예산권한을 쥔 상황이다. 그런데 금융위는 소비자보호 강화를 명분으로 지난 2018년 금융소비자국을 신설하는 등 자체 역량은 강화했지만, 막상 금감원에 대해선 채용비리와 감사원 지적을 이유로 예산을 2018년과 2019년 소폭 삭감했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소비자권익보호를 위해 해마다 실시하던 금융소비자보호실태평가를 3년 단위로 바꾸는 등 고심이 깊다.
금융회사들의 불만으로 횟수가 줄어드는 것도 있지만, 금감원 내 금융소비자보호처 산하 부서가 현 인력만으로 이를 수행하기 어렵다는 점 또한 중요 이유로 꼽힌다. 현 조직으로 70개가 넘는 금융사를 심층적으로 평가하는 일이 불가능해 결국 주기를 바꿨다는 해석도 나온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금융위 측에 해결해줄 것을 요구했는지는 미지수지만 결과론적으로 없을 것이란 평가도 뒤따른다. 금융을 다루는 두 기관의 현재 수장들이 모두 현행 체제의 큰 틀을 바꾸는 것에 소극적일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정 원장과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어떤 감독체계든 문제점을 안고 있을 수밖에 없고 지금 체제에서 미비점을 보완해 나가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지난해 국감에서 “정부 교체기를 맞아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은 고 위원장은 “자꾸 바꾸기보다는 현 체제를 유지하면서 유기적으로 협조하는 체제와 관행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답했다. 아울러 정 원장도 “금융감독체계와 관련해선 선진국도 그렇고, 주요 금융중심지 역할을 하는 국가들도 다양한 형태를 보이는 만큼 정답은 없다”고 전제하고 “미세조정하면서 대응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정 원장은 자기 힘을 내부적으로 발휘하는 데에만 급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감원은 연초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기존 감사 아래에 있던 감찰실을 수석부원장 직속으로 배치해 의외란 평가를 받았다. 인사권을 가지고 있는 수석부원장에게 직원들의 비위행위를 감시하는 감찰 기능까지 얹어주면서 권한 쏠림현상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정 원장이 자신과 가까운 A 수석부원장을 편애한 산물이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A씨는 과거 기획재정부 근무 시절 정 원장 바로 집속 국장으로 일한 인연이 있다. 정 원장이 취임하자마자 그를 수석부원장으로 낙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바라보는 정치권에선 불만이 없을 수 없다. 따라서 금융위 기능을 쪼개자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퍼지고 있지만 금감원의 권한을 줄여야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영국식 3원화 관리 감독 체계 도입이 실현되면 금감원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 다만,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금융위 설치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서 보듯, 금감원에 대한 국회의 포괄적 감독권 등을 도입해 감독 기능에 대한 통제를 대폭 강화하자는 의견도 제기된다. 금융사 자료 요구 현황을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와 금융위에 제출해야 한다거나, 금융사 중징계 이상 징계권은 금융위로 환원해야 한다는 정치권 논의도 만만찮다.
이런 이유로 금감원장 교체설이 나오고, 이에 덩달아 서민금융진흥원, 기술보증기금 등 금융 관련 기관들의 수장까지 덩달아 바꾸자는 쪽으로 불똥이 튀고 있다는 지적도 부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