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1세 백신접종' 꺼낸 정부…‘사후약방문’ 우려
'5~11세 백신접종' 꺼낸 정부…‘사후약방문’ 우려
  • 권나연 기자
  • 승인 2022.03.14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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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말부터 5∼11세 접종 시작… 24일부터 사전예약
가족 확진돼도 등교… 정점 도달 전 폭발적 증가 우려
전문가 “이미 많은 아이들 확진...5월 중하순 접종효과”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최근 소아 확진자 급증이 ‘오미크론 변이 대유행’의 최대 위기요인으로 대두되는 가운데 정부가 5~11세에 대한 백신 접종을 이달말 시작하기로 하면서 ‘뒷북’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소아접종의 안전성에 대한 충분한 검토로 세부계획 발표까지 시간이 걸렸다는 입장이지만 일일 확진자가 연일 30만명을 웃돌고 11세 이하 비중이 15%를 넘은 시점까지 대책 발표가 미뤄지면서 적기를 놓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14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30만9790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한 지난 12일(38만3659명)부터 사흘 연속 30만명대를 이어갔다.

특히 위중증 환자는 1158명으로 일주일 연속 네자릿수를 유지한 동시에 ‘역대 최다’ 기록을 새로 썼다. 사망자는 200명이 추가됐다.

문제는 1주간 일평균 확진자가 30만명에 근접하고 한때 일일 40만명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치솟았지만 아직 ‘최정점’이 도래하지 않은 데다 정점 구간까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여기에 소아 확진자 급증 문제가 대책 마련이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 떠올랐다. 3월 1주차 11세 이하 확진자 비중은 16.2%로 2월 1주차 14.4% 보다 늘었다. 같은 기간 18세 이하 비중이 26.2%에서 24.9%로 줄어든 것과는 대조적이다.

또 이날부터 가족 등 동거인이 코로나19에 확진된 학생과 교직원도 백신 접종 여부와 관계 없이 학교에 갈 수 있어 소아‧청소년 확진자가 늘어날 여지가 크다.

무엇보다 11세 이하는 백신 접종을 하지 않아 면역력이 약한 소아의 경우 언제든 위중증으로 악화될 우려가 있다. 실제로 전날 0시 기준 10세 미만 위중증 환자수는 7명에 이른다.

이에 정부는 오는 31일부터 전국 1200여 곳 지정 위탁의료기관을 통해 5세부터 11세 소아에 대한 백신 접종을 진행하기로 했다. 사전예약은 24일부터 가능하다.

전해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2차장(행정안전부 장관)은 “면역저하자를 포함한 고위험군 소아·청소년은 접종에 적극 참여해 달라”고 당부했다.

정부의 소아 접종 계획 발표에 일각에서는 ‘때늦은 대책’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학교‧학원 등을 통한 어린이들의 집단감염이 속출하고 10세 미만 소아 확진자 사망 사례도 나왔지만 그동안 아무런 해결책을 내놓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정부는 해외국가 접종 사례를 통해 안전성과 효과를 검토하고 접종 실익을 분석하는데 시간이 소요됐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미 ‘청소년 방역패스’로 자녀의 접종을 두고 학부모와 갈등을 빚은 정부의 대처가 안일했다는 의견이 나온다.

백신 접종 효과가 나타나는 데 1~2주의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소아 확진자 증가세가 나타난 초기에 접종계획을 발표하고 안전성에 대한 충분한 설득을 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소아의 백신 접종이 정부가 예견한 ‘정점’ 시기 이후 시작되면서 접종 전 5~11세 확진자가 큰 폭으로 늘어나 접종 대책의 실효성이 낮을 가능성도 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소아 접종이 31일부터 시작되는데 3주 간격으로 2차까지 접종해야 하는 점을 고려하면 5월 중하순에나 접종 효과가 나온다”며 “이미 많은 아이들이 확진된 상황이다. 소아에서는 경증이라는 분석이 나왔지만 일부 사망 사례가 발생한 시점에서 나온 대책 발표라 사후약방문”이라고 말했다.

kny062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