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성의 AIG빌딩, 손태승의 10만 양주설…정반대 스타일 CEO들, 완전민영화를 함께 쏘다
이팔성의 AIG빌딩, 손태승의 10만 양주설…정반대 스타일 CEO들, 완전민영화를 함께 쏘다
임혜현 기자
승인 2022.02.11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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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기사 읽어보니…2006년 4월2일자 사상 최고가 기사 비결, 손 회장 시대와 '흡사'해 눈길
이팔성식 위기 대처 능력 쾌속 질주 기반에 손태승 조심스러운 대변혁 추진 더해져 '민영화 성사'
새삼 2006년 봄 기사를 떠올려 본다. 그해 4월2일, 한정태 당시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우리금융 수정 주당순자산가치(BPS)가 1만618원으로 상승하면서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98배로 은행주 가운데 가장 저평가됐다. 또 올해 예상 자산가치 기준의 PBR은 0.83배에 불과하다"고 말하고 "PBR이 1배에 미치지 못한 만큼 목표주가를 조만간 올릴 것"이라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지금 주가와 저 호시절(?)의 가격을 비교하려는 것은 아니다.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많은 이들이 기억하듯, 저 당시와 오늘날의 사이엔 2008년 리먼브러더스 부도라는 전대미문의 대위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런 위기를 딛고, 새삼 15년만에 다시 또다른 호시절을 일궜다는 점을 집중해 볼 때다.
10만 양병설(養兵說)에 비견할 법한 10만 양주설(養株設)의 시대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의 10만 자사주 매입 문제 이야기다.
손 회장은 2018년 회장을 맡은 이후 자사주를 꾸준히 매입해 왔으며, 지난해 12월에도 자사주 5000주를 장내 매입했다. 이달 초 기준 총 10만3127주의 우리금융지주 주식을 보유하고 있어 "믿고 따라 달라"는 신호를 투자자들에게 몸소 주고 있다. 말잔치로 끝난 양병설보다 긍지를 가질 법한 '설치'의 문제다.
이번 2021년도 호실적 발표를 보고, 많은 증권사들이 목표주가를 끌어올리는 보고서들을 내놨다. 새삼 PBR을 보자면 우리 0.44배, 하나 0.45배이고 이번에 4조 클럽에 한 발 앞서 진입한 신한의 경우 0.47배다. 우수한 실적과 상승 여지가 많다는 점은 호재다. 다만 그렇다고 너무 일방적으로 타사 대비 PBR이 처지는 것은 문제다. 이는 자존심상 문제이기도 하나, 시장에서 정확히 설명하기 어려운 불만과 불안을 안고 있다는 뜻으로도 볼 여지가 충분하다. 지금 이 정도의 상승 여력, 그리고 좋은 장세를 기대하는 애널리스트들의 전망들이 적당하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팔성 전 우리금융 회장 등의 시대로 잠시 시계열을 돌려 보자. 2011~2012년, 민영화 진척이 없자 우리금융의 기업가치가 하락하던, 지금의 완전민영화 달성과는 거리가 있는 옛 시절이다. PBR면에서 우리금융은 2011년 9월14일 기준 0.51이었다. 신한이 0.93, KB금융은 0.8, 하나금융도 0.65를 기록하던 때다. PBR이 낮을수록 주가가 기업가치보다 낮게 형성돼 있다는 것이고 치고 올라갈 여지가 많다는 것이지만, 너무 동종업계 대비 처지는 상황이었던 점은 안타까웠던 부분이다. 이때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우리금융이 경영상 제약에 의한 경쟁력 하락으로 기업가치가 훼손되고 있다"고 입을 모았었다.
당시 이를 극복하는 데 노력을 많이 경주했던 이들이 적지 않으나, 그 중 이팔성 전 회장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2008년 리먼 위기를 맞아 이 전 회장은 고강도 긴축경영을 실시했다. 계열사 임원 급여를 10%씩 반납하게 했고, 2009년에도 유사 조치를 밀어붙였다.
그래서 2009년 1조260억원으로 순이익이 회복되는 마술 같은 일이 일어났다. 가장 빨리 금융위기를 털어낸 금융그룹으로 평가받으면서 다른 금융사들의 부러움을 샀다. 2009년 '3분기'의 어닝 서프라이즈는 단연 4대 금융그룹 중 최고 수준이었다.
그는 사기 문제에도 신경을 쓰며 우리금융 내부를 다잡았다. 세계 금융의 중심지인 뉴욕 맨해튼의 AIG그룹 빌딩을 계열사를 통해 사들이기도 했다. 민영화는 끝내 마무리하지 못했지만 반석만큼은 확실히 닦았다.
현재 선장, 즉 신중하게 두드린 뒤 조밀하게 벌이는 손태승 회장과는 전혀 다른 과감하게 지르는 스타일이지만, 이 전 회장과 손 회장의 업무 앙상블이 시간의 간격을 두고 함께 결과를 빚어내고 있다는 해석이 제기 가능하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일방적으로 저평가되던 위기를 일거에 극복하고,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다음엔 다양하게 치밀한 공격의 수들을 내보내는 구도인 셈이다. 이팔성 대 손태승의 협업을 진지하게 공부해 볼 필요가 새삼 부각되는 셈이다. 아울러 이들 두 인물 외에도 주가 저평가를 극복하면서 떠받치는 흐름 속에서, 새삼 지나간 여러 우리금융 수장들의 면면을 모두 겹쳐 떠올려 볼 필요가 있다는 점은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