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권단체, ‘태종 이방원’ 제작진 고발… “촬영 위해 말 일부러 쓰러트려”
동물권단체, ‘태종 이방원’ 제작진 고발… “촬영 위해 말 일부러 쓰러트려”
  • 이인아 기자
  • 승인 2022.01.21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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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KBS 드라마 ‘태종 이방원’에서 낙마 촬영 위해 강제로 쓰러트린 말이 목이 꺾여 죽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동물학대 논란이 일고 있다.

21일 동물권보호단체들은 촬영을 위해 말을 쓰러트린 것은 명백한 동물 학대라며 드라마 제작진을 잇달아 경찰서에 고발했다.

동물자유연대에 따르면 ‘태종 이방원’ 제7화 중 주인공 이성계가 말을 타고 가다 낙마하는 장면에서 말의 몸체가 90도가량 뒤집혔다.

와이어를 발목에 단 채 속도를 내며 직진하던 말은 뒤에서 제작진이 당긴 줄에 급정거 하며 바닥에 머리가 곤두박칠했다. 이 과정에서 말의 목이 꺾였고 그 모습은 그대로 전파를 탔다.

KBS는 사고 직후 말이 스스로 일어나 외견상 부상이 없다고 확인했지만 1주일 뒤 사망했다는 소식을 확인했다.

이에 동물단체, 시청자들은 “촬영을 위해 말을 일부러 넘어뜨려 죽게 하는 학대”라며 분노했다. KBS 제작진은 재발 방지를 약속하고 사과했으나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동물권보호단체인 ‘카라’는 “KBS는 이번 일을 ‘안타까운 일’ 혹은 ‘불행한 일’로 공식 입장을 표명했지만 이 참혹한 상황은 단순 사고나 실수가 아닌, 매우 세밀하게 계획된 연출로 명백한 동물 행위다”며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 KBS는 이번 상황을 단순히 ‘안타까운 일’ 수준에서의 사과로 매듭지어선 안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서울 마포경찰서에 ‘태종 이방원’ 촬영장 책임자들을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한국동물보호연합도 이날 오후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제작진이 낙마 장면을 촬영하며 말을 일부러 넘어뜨려 죽게 하는 학대를 했다”며 비판하며 제작진을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영등포경찰서에 고발했다.

시민의 공분도 잇따랐다. ‘방송 촬영을 위해 동물을 소품 취급하는 드라마 연재를 중지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 글에는 이날 오후 4시 4만7000명 이상이 동의했다.

inah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