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고' 생산자물가…재정적 인플레 차단 필요↑
'역대 최고' 생산자물가…재정적 인플레 차단 필요↑
  • 임혜현 기자
  • 승인 2021.12.21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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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망 붕괴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 상승폭
전문가들, 적재적소 지원 통한 경제 체질 개선 필요
부산항 신선대와 감만부두에 쌓여 있는 컨테이너 화물. (사진=연합뉴스)
부산항 신선대와 감만부두에 쌓여 있는 컨테이너 화물. (사진=연합뉴스)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 영향으로 지난달 국내 생산자물가지수가 13년만에 최대폭으로 올랐다. 이런 상황에 정부의 내년 경제 정책이 재정적 인플레이션을 빚어 상황이 한층 악화시킬 수 있다며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21일 발표한 11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12.99(2015년 기준 100)로, 8개월 연속 역대최고치를 경신했다. 전월보다는 0.5%, 전년 동기 대비로는 9.6% 상승했다. 이는 금융위기 시기인 2008년 10월(10.8%) 이후 약 13년만에 가장 큰 상승폭이다.  

전월 대비 기준 품목별 등락률에서 공산품 중 석탄·석유제품(3.8%) 상승률이 가장 높았고, 제1차 금속제품과 화학제품도 각각 0.9%, 0.7% 올랐다. 전력·가스·수도·폐기물 부분 물가도 1.8% 상승했다. 세부 품목별로는 경유(3.1%), 휘발유(6.2%), 플라스틱파이프(17.3%), 합금철(19.5%), 배추(53.5%) 등이 한 달 전보다 상승했다. 국제 유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이 생산자물가를 올리는 데 크게 영향을 미친 것이다.  

한국은행은 향후 생산자물가 확대가 다소 주춤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진만 한국은행 경제통계국 물가통계팀장은 "최근까지 나온 수치들만 보면 국제유가나 원자재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전망은 다르다. 유가를 제외한 대다수 원자재 가격 상승은 여전하고 오미크론 변이까지 등장, 코로나19 상황이 계속되면서 물가를 더욱 끌어올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강성진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 원재자 가격이 너무 올랐는데, 이는 물류 공급망이 망가진 데 원인이 있다"며 "(향후 물가 상승률은) 코로나19 상황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지난 20일 정부가 '2022년 경제정책방향'에서 내년 경제성장률 3.1%·물가 2.2% 전망을 제시했지만, 실제 목표치를 웃돌 것이란 우려도 있다. 이에 따라 내년 경제정책방향과 관련해서도 물가 안정을 위한 대책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강 교수는 "국제 원료 가격이 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다른 대책은 세울 수 있을 것"이라며 "무엇보다 생산자물가 상승 상황이 그대로 소비자물가로 전이되는 파장을 줄이는 게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한 사례로 강 교수는 정부가 유가 불안정에 소비세 인하로 대응한 경우를 언급했다.

올해 이어 내년에도 물구가 중앙은행 관리치를 웃돌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면서, 통화 당국의 인플레이션을 대비한 금리 인상에 힘이 실리고 있다. 

다만 내년 정부의 경제정책방향에는 감세, 확대재정 등 재정 정책도 적지 않은 만큼 지난 8월 이후 계속 제기된 정책간 엇박자 논란에 따른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다 보니 생산자물가의 지나친 상승이 우려되는 국면에서 이른바 '재정적 인플레이션' 위험이 겹치지 않는 범위 내의 적절한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원래 인플레이션은 확장적 통화정책으로 발생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재정정책이 정치적 이유로 과도하게 지출되면서 생기는 이른바 재정적 인플레이션의 경우도 논의되고 있다. 재정 적자 상황임에도 무리한 감세나 재정 지원을 위해 국채를 발행하고, 이를 한국은행이 인수함에 따라 결국 통화량이 늘어 재정적 인플레이션을 야기할 수 있다.

강성진 교수는 원자재 인상분의 전가 문제를 줄이는 차원에서의 제한적 조치를 당부하면서도, 2022년 경제전망에서 내년 5월을 '상생소비의 달'로 삼아 정부가 소비를 촉진하는 등 일부 정책에는 회의적 시각을 드러냈다. 강 교수는 "오히려 선거와 보복소비 문제로 시중에 돈이 너무 많이 풀리는 내년 봄 상황이 문제가 될 수 있다"며 "그렇게 돈을 풀 것이 아니라 소상공인 지원을 적절히 하는 방법을 찾는 게 효율적"이라고 강조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도 "공제나 쿠폰 등으로 소비 진작 효과를 꾀하기보다는 비대면 중심 구조 변화에 대응해 소상공인 디지털 전환 같은 실질적 정책에 힘을 실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dogo842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