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험 베팅하는 서학개미들…전문가들 '경고'
고위험 베팅하는 서학개미들…전문가들 '경고'
  • 홍민영 기자
  • 승인 2021.12.08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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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매수 상위 20위권내 3배 레버리지 상품 다수
이익 전망 하향 중…"공격적 투자 지양해야" 조언
해외주식 직접투자 및 해외펀드 잔액 추이. (자료=자본시장연구원)
해외주식 직접투자 및 해외펀드 잔액 추이. (자료=자본시장연구원)

국내 증시를 떠나 해외로 옮겨가는 개인투자자들이 많아진 가운데, 고위험 투자상품에 대한 수요 역시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투자 상품이 별다른 투자자 진입 제한을 두고 있지 않은데다, 해외 증시 역시 대내외 불확실성 우려로 하락할 수 있어 투자자들의 유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8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외화증권(주식·채권) 보유 잔액은 976억1200만달러(약 115조845억원)에 달했다. 이는 올해 초 대비 34.7% 늘어난 수준으로, 외화증권 보유 잔액은 지난달 22일 1026억4800만달러(약 121조219억원)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소폭 줄었다.

문제는 개인투자자들이 해외주식투자에서 공격적 투자행태를 보이는 까닭에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위험성에 노출될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실제, 최근 한 달간 개인 투자자가 2억313만달러를 순매수하며 순매수 상위 4위에 오른 'PROSHARES ULTRAPRO QQQ ETF' 상품은 나스닥100지수를 3배로 따르는 해외주식 ETF로, 국내에서는 투자자보호법상 허용되지 않는 상품이다.

이외에도 바이오테크 기업을 담은 3배 레버리지 상품인 'DIREXION DAILY SP BIOTECH BULL 3X SHS ETF'와 미국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를 3배로 추종하는 'DIREXION DAILY SEMICONDUCTORS BULL 3X SHS ETF'가 각각 개인투자자 순매수 14위, 17위에 올랐다. 이들 종목의 순매수 결제액은 각각 6885만달러, 5123만달러에 달했다. 

김한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개인의 경우 해외주식투자를 국제적 위험 분산을 고려한 포트폴리오 투자의 일환으로 활용하기보다는, 고위험·고수익을 추구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개인투자자가 국내 증권사를 통해 취득할 수 있는 해외주식 관련 상품에는 레버리지를 활용한 다양한 상품이 포함돼 있지만, 외국법에 의해 조성된 해외투자 상품에 대해서는 국내법에 따른 접근성 제한 및 투자자 보호 관련 조항이 적용되지 않아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미 증시가 지금보다 더 상승하기란 쉽지 않다는 점에서 공격적인 투자는 지양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안소은 KB증권 연구원은 "4분기 S&P500 EPS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고 있는데, 이는 이전에 비해 모멘텀이 약해졌다는 것"이라며 "바이러스 확산과 이동 제한의 타격이 큰 산업의 이익 전망은 여전히 어두운 반면, 이를 상쇄했던 팬데믹 수혜 산업의 이익 전망 상향은 이전만큼 강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김영익 서강대 교수도 "최근 미국의 경기선행지수가 꺾이기 시작한 반면, 현지 가계의 금융자산 중 주식 비중은 53%일 정도로 주가가 많이 오른 상태"라며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를 감행한 투자자라면 손실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해외주식의 경우 올 한 해 매매차익이 250만원을 넘으면 양도소득세 대상으로 지정돼 22%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1월1일부터 12월31일 사이 결제가 끝난 해외주식이 대상이다. 특히, 올해는 미국 증시가 급등한 만큼, 양도세 부과 조건을 만족하는 투자자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세금을 내더라도 해외주식 투자에 대한 매력도는 크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세계적인 기업에 투자함으로써 기대수익률을 높일 수 있고, 자산 배분을 통해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할 수 있어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 주식시장 시가총액을 100%라고 했을 때 한국은 1.8% 수준으로 주식시장 규모가 크지 않은 가운데, 해외주식 투자를 통해 세계적인 기업에 투자함으로써 기대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는 매력이 투자자들을 이끄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도 "해외주식을 통해 다양한 자산과 나라에 투자하면서 포트폴리오의 다각화를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이 해외주식 투자의 매력으로 부각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hong9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