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우려로 비축유까지 방출…국제유가 영향 '미비' 전망
인플레 우려로 비축유까지 방출…국제유가 영향 '미비' 전망
  • 배태호 기자
  • 승인 2021.11.24 16: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요국 전략비축유 방출 결정에도 WTI 가격 2.3% 상승
최근 가격 하락세에 선반영...연말까지 80달러선 전망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계속되는 국제유가 상승에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전략비축유 방출이라는 카드를 꺼냈다. 시장에서는 이번 비축유 방출 결정에 대해 국제유가 가격에 선반영된만큼 추가적인 하락세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다. 이와 함께 연말까지는 추가적인 가격 하락 요인이 없어 국제유가는 80달러 수준에서 보합세를 이어갈 것이란 관측을 내놨다.

현지 시각 23일 美 바이든 정부가 전략적 비축유 5000만 배럴 방출 결정과 함께 추가 방출을 시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특별연설에서 "국제적인 기름값 상승 문제를 해결 하기 위해 오늘 역대 최대 규모의 비축유 방출 결정을 발표했다"고 말했다. 

이어 "시간이 걸리지만, 조만간 주유소 기름 가격이 내려갈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청정에너지로 전환함에 따라 석유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백악관은 별도 자료를 통해 전략적 비축유 5000만 배럴 방출 계획과 함께 향후 추가 방출을 배제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한국은 물론 중국과 영국 역시 비축유 방출에 동참키로 했다.같은 날 인도는 비축유 500만배럴, 일본은 420만 배럴 규모로 방출할 계획이다. 

전략비축유는 전쟁 등과 같은 비상상황을 대비해 비축한 원유다. 미국과 한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국들이 전략비축유 방출을 결정한 배경은 코로나19 이후 침체된 경제가 완연한 회복세에 접어들면서 그동안 여러 지원책으로 풀렸던 유동성 확대와 맞물려 인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달 미국의 소비자물가는 6% 넘게 뛰며 역대 최고치를 찍었고, 한국 역시 6개월째 2% 이상 물가 상승이 이어지며 한국은행의 인플레이션 괸리 기준을 넘어섰다.

다만 전략비축유 방출에도 불구하고 최근 1년새 배럴당 30달러 넘게 상승한 국제유가가 하향 안정세를 보일지는 미지수다.

미국 등 주요국들의 비축유 방출 결정이 발표된 상황에서도 국제유가는 상승했기 때문이다.

23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내년 1월물 서부 텍사스산원유(WTI)는 전장보다 2.3%(1.75달러) 상승한 78.5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 가격은 지난 10월26일 배럴당 84.66달러로 최근 7년 사이 최고치를 찍었는데, 이후 전략 비축유 방출 소식이 흘러나오면서 하락세를 보였다가 이날 다시 소폭 상승했다.

오준범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미 비축유 방출 소식이 이전부터 예상됐던 만큼 최근 가격 하락에 선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그는 "전략 비축유 방출은 단기간 공급 대책일 뿐만 아니라 국제유가는 수요 증가에 맞물려 생산 증가가 이뤄져야 안정세를 보일 수 있는데, 증산을 기대할 수 있을 만한 요인은 현재까지 보여지지 않는다"며 전략 비축유 방출이 국제유가 하락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 이번에 발표된 7000만배럴의 전략 비축유 방출 규모 역시 세계 하루 원유 소비량 절반을 약간 웃도는 수준이란 점도 가격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전망으로 이어진다.

또 산유국 협의제인 '석유수출기구(OPEC) 플러스(+)'가 이번 방출 소식에 대해 석유 증산 방침을 연기하거나 철회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은 점은 오히려 생산량 감소로 인한 가격 상승 요인이 될 수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궁극적으로 유가가 안정이 되려면 결국 OPEC 등에서 증산에 대한 움직임이 가시화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연말까지 기존 OPEC+의 하루 40만 배럴 증산 기조로 이어질 경우 초과 수요에 대한 부족이 이어지면서 유가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연말까지 국제유가는 80달러 선에서 맴돌 것으로 전망했다.

심수빈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12월 산유량까지는 이미 나와있고, 12월 (OPEC) 회의에서 결정하는 것은 1월 혹은 1분기 산유량일텐데, 그 회의에서 증산에 크게 속도를 내지 않는 모습이 나오거나, 1월에는 시장 여건을 지켜보겠다라면서 증산을 하지 않는다면 공급부족에 대한 우려는 계속되면서 다시 반등할 수 있다"며 "80달러 안팎에서 가격이 움직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bth77@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