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뛰는데 보험료 상승까지…서민 경제 '휘청'
물가 뛰는데 보험료 상승까지…서민 경제 '휘청'
  • 김보람 기자
  • 승인 2021.11.24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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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보업계 "올해 실손보험 적자 3조6000억원"
소비자 단체 "매년 손해율 핑계 보험료 인상"

코로나19라는 경제 위기 상황에 풀어놓은 유동성이 인플레이션 부메랑으로 각종 체감 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이 가운데 내년 실손의료보험 보험료 상승까지 전망되면서 가계 부담을 키우고 있다. 

보험료 상승 문제가 사회 이슈가 될 전망이다. (사진=신아일보DB)
보험료 상승 문제가 사회 이슈가 될 전망이다. (사진=신아일보DB)

24일 통계청의 '2021년 3분기 지역경제동향'에 따르면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2.6% 상승했다. 소비자물가지수를 조사하지 않는 세종을 제외한 전국 16개 시도에서 모두 상승했다.

석유류(21.1%), 개인 서비스(2.7%), 외식(2.8%), 축산물(12.7%) 등 가격이 뛰면서 물가 상승을 견인했다.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치를 나타내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4년 1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한국은행의 '2021년 11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소비자의 물가 인식과 기대인플레이션율은 모두 전월보다 0.3%p 상승한 2.7%를 기록했다. 기대인플레 오름 폭은 지난 2017년 1월(0.3%p, 2.5%→2.8%) 이후 최대치다.

이처럼 인플레이션 우려로 서민 경제 부담이 커진 가운데 보험료 인상까지 예고되면서 가계 경제는 '엎친 데 덮친 상황'이다.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손해보험사의 실손의료보험(이하 실손보험) 손실액은 1조9696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전년 동기(1조7838억원) 대비 1858억원 늘었다. 손실액은 계약자가 낸 보험료 중 사업관리·운영비용을 제외한 '위험보험료'에서 '발생손해액(보험금 지급액)'을 차감한 금액이다.

3분기 말 손해보험사는 위험보험료 6조3576억원 걷고, 보험금으로는 8조3273억원을 지급했다. 

발생손해액을 위험보험료로 나눈 위험손해율은 131.0%를 기록했다. 보험료 수입이 100원이면 보험금으로 130원이 나갔다는 뜻이다.

통상적으로 4분기 보험금 청구가 많은 점을 고려했을 때, 올해 손실 예상액은 최대 2조9000억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생명보험사들이 판매하는 실손보험의 손실액을 합산할 경우 올해 실손보험 적자는 3조6000억원까지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렇다 보니 손보업계 내부에서는 1세대(2009년 9월 이전 판매, 가입자 870만여명)와 2세대(2009년 10월∼2017년 3월 판매, 가입자 1900만여명) 실손보험료를 20% 이상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손보험 적자구조는 이미 보험사에서 감내할 수준을 넘어섰다"면서 "3분기 실손보험 적자는 3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는 3분기 당기순이익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실손보험이 적자라는 것은 낸 보험료 보다 받은 보험금이 많다는 의미"라며 "그만큼 보험금을 받은 사람이 많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리는 실손보험료 상승은 가계 부담에 즉각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만큼 소비자들 반응은 곱지 않다. 

배홍 금융소비자연맹 보험국장은 "보험사는 매년 손해율을 핑계로 보험료를 인상하고 있고, 금융당국은 이를 묵인하고 있다"며 쓴소리를 냈다. 그는 "과잉진료 가이드라인, 마케팅 비용 등 자체적으로 제도는 손보지 않고 일단 손해율을 핑계로 보험료만 매년 올리는 식으로 소비자 부담을 가중하고 있다"며 보험료 인상보다 보험사 자구책 마련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당국이 직접 보험사 각각의 상품별 손해율을 정하고 있진 않다"면서도 "실손보험의 최대 원흉인 비급여 심사 등 비급여 관리 방안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한편, 소비자 부담을 최소화하며 합리적인 보험료를 유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소화'와 '합리적'이란 조건을 달았지면 금융당국 역시 결국 인상은 불가피하다며 보험업계 손을 들어준 셈이어서 내년 초 서민경제 부담은 한층 늘 것으로 전망된다.

qhfka7187@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