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길 먼 보험금 청구 간소화]② 실손보험 가입자 2명 중 1명은 보험금 '포기'
[갈길 먼 보험금 청구 간소화]② 실손보험 가입자 2명 중 1명은 보험금 '포기'
  • 김보람 기자
  • 승인 2021.11.15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민 70% 실손보험 가입자…청구는 절반 수준
보험금 청구 문제에 대한 불편 약 70% 차지
보험금 청구를 위해서는 소비자가 직접 병원에 관련 서류를 요청해야 하지만, 약국은 약 봉지를 통해 관련 서료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신아일보DB)
보험금 청구를 위해서는 소비자가 직접 병원에 관련 서류를 요청해야 하지만, 약국은 약 봉지를 통해 관련 서료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신아일보DB)

[편집자주]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 특히 우리 생활에 빼놓을 수 없는 금융환경은 '경천동지(驚天動地)'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크게 달라졌다. 스마트폰에서 클릭 몇 번으로 계좌를 만들고, 금융거래를 하고, 보험에도 가입할 수 있는 디지털금융이 일상화됐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보험금 청구는 여전히 과거의 모습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보험금 청구 간소화가 10년 넘게 공전하는 이유와 이를 둘러싼 논란을 살펴 보험 소비자 편의를 향상하기 위한 해법은 무엇인지 알아본다.  

# 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39세 정모씨는 통영으로 가족여행을 갔다가 갑자기 찾아온 고열로 응급실을 방문했다. 수액 등 응급조치 후 다음날 서울에 올라와서도 고열로 며칠을 고생했다. 경황이 없어 보험금 청구 관련 서류를 받아오지 못해 통영 병원에 전화해 보니 병원에서는 개인 정보 유출 등 문제로 직접 방문해야만 해당 서류를 줄 수 있다고 안내했다. 더욱이 초진 기록은 평일 낮에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정모씨는 "대략 5만원 정도의 보험금을 받기 위해 서울에서 통영으로 오라는 게 말이나 되냐"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클 수밖에 없어 결국 해당 진료비와 치료비에 대해서는 실손보험 청구를 포기했다. 

1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실손의료보험(이하 실손보험) 가입자는 약 3496만명으로 집계됐다. 국민 10명 중 약 7명(67.5%)이 실손보험을 가입한 셈이다. 

이렇다 보니 실손보험을 제2의 국민건강보험이라고도 부르는데, 문제는 보험금 청구 과정에서의 불편으로 가입자 2명 중 1명은 이를 포기한 경험이 있어 이에 대한 개선 요구가 크다.

녹색소비자연대·소비자와함께·금융소비자연맹 등 3개 시민단체는 지난 4월23일부터 26일까지 만 20세 이상, 최근 2년간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한 1000명을 대상으로 실손의료보험 보험금 청구 관련 인식조사를 했다.

조사에 따르면 최근 2년 이내 실손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었지만, 청구를 포기한 경험이 전체 응답의 47.2%로 나타났다.  

보험금 청구를 포기한 가장 큰 이유로는 '진료 금액이 적어서(51.3%)'로 나타났다. 이어 진료 당일 보험사에 제출할 서류를 미처 챙기지 못했는데, 다시 병원을 방문할 시간이 없어서(46.6%)와 증빙서류를 보내는 일이 귀찮아서(23.5%) 등 보험금 청구 절차에 대한 이유가 약 70%를 차지했다. 

실제 병원에 방문하면 실손보험금 청구 자료는 소비자가 직접 챙겨야 한다. 카드 결제 등 결제에 관한 영수증은 주지만, 진료내역과 관련된 진단서 등은 요청해야만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병명과 보험에 따라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지, 어떤 종류의 서류가 필요한지 확인하는 절차도 모두 소비자 몫이다.

반면, 최근 약국에서는 약 봉투를 통해 투여방법은 물론 약제 정보와 영수증 등을 제공하고 있다. 

최현수 대한약사회 홍보팀 대외실장은 "약국 봉투에는 복약지도 등의 설명의무와 함께 약의 정보와 본인 부담금 등 각종 증빙서류로 활용할 수 있도록 영수증·계산서 적혀있다"면서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처방전에 대한 다양한 정보 공유를 원하는 소비자 니즈를 수렴한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단체는 소비자 편익 제고를 위해 하루빨리 관련 법률이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의료계나 보험사의 이해관계가 아니라 현재 실손보험에 가입한 3500만명의 소비자 편익 증진을 위한 제도 개선"이라며 "특히 지금도 실손보험에 가입한 국민 중 절반가량은 청구 절차의 불편 때문에 청구를 포기하고 있음을 국회와 정부 당국자들은 명확히 인지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어 "이번 21대 국회에서 여·야가 모두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위한 법안을 발의한 만큼, 더 이상 이익단체의 이해관계에 좌지우지되지 말고 하루빨리 소비자의 권리 보장과 편익 제고를 위해 조속히 관련 법안을 통과 시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도입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qhfka7187@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