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팔아 총리된 사람 아니다"
“고향 팔아 총리된 사람 아니다"
  • 유승지기자
  • 승인 2009.09.29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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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세종시 문제 해결 위해 명예 걸겠다”
야당의 반대와 결의대회에도 불구하고 총리가 된 정운찬 신임총리는 29일 세종로 중앙정부청사 별관에서 취임식을 갖고 공식적인 업무에 들어갔다.

정총리는 “벼랑 끝에서 한 걸음 더 내디디겠다는 각오로 이 자리에 섰다”며 “흩어진 민심을 한 곳으로 모으겠다”고 다시 한번 강한 의지를 밝혔다.

정운찬 국무총리는 세종시 논란과 관련 "나는 고향을 팔아 총리가 되려고 할 사람은 아니다"라며 "세종시 문제 해결을 위해 제 명예를 걸겠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이날 오후 1시 서울 도렴동 정부중앙청사 국무총리기자실에서 출입기자들과 약식 간담회를 갖고 "저는 총리가 되고 싶어 세종시 관련 발언을 할 사람이 아니며, 과거에도 관직에 대한 제안을 많이 받았지만 이런 저런 준비가 안 돼 고사한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정 총리는 "세종시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강구하고 집행하는데 명예를 걸겠다"며 "그러나 이 문제는 특별법에 따른 사안이기 때문에, 이미 통과된 법에 대해 총리가 이러쿵저러쿵 말하는 것은 좋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세종시 문제는 저 혼자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 각 부처, 국회, 여론을 잘 살펴 결정하는 것"이라며 "제 소신에는 변함이 없지만 어떻게 할 것인가는 아직 결정이 안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약속을 지키는 것과 효율을 함께 고려해야 하니 어렵다"며 "약속을 지키는 것만 따지자면 원안대로 가야겠지만 효율을 따지면 다른 식으로 해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과천 같은 도시를 만드느냐, 송도 같은 도시를 만들 것이냐에 대한 세심하고 넓은 고려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총리는 정부의 '4대강 살리기' 정책에 대해서는 "50년 전 산림녹화를 잘 해 산림이 잘 됐으니, 강도 잘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며 "대운하에는 반대해왔지만, 예산·기간·방법 등에 대해 아직 상황파악을 못하고 있어 구체적 말을 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이날 오전 임명장 수여 후 이명박 대통령과 부부동반으로 가진 환담에 대해서는 "임명장을 받고 간단히 부부동반으로 차를 한 잔 한 것이기 때문에 4대강, 세종시 등 현안에 대해 이야기를 듣거나 할 겨를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 나라가 안고 있는 여러가지 과제가 있지만 무엇보다도 성숙한 민주주의를 이루고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해야 하며, 좀 더 높은 문화를 창달하고 국가의 품격을 높일 필요가 있지 않겠나"라며 "이런 것들을 추구하는데 있어서 대통령을 잘 보필하겠다고 말하고 나왔어야 했는데 깜박 잊고 말을 안 하고 나왔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정 총리는 "여러 의미의 불균형, 양극화가 걱정되는 상황인데 영어로 발하면 밸런서(balancer, 균형을 유지하는 사람), 즉 균형추로서의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청문회 과정에 대해서는 "어려서부터 양식과 양심에 따라 살려고 노력했지만, 청문 과정에서 맨몸 이 드러나게 되니 이런 저런 자괴감을 느꼈다"며 "축재를 목적으로 땅 한 평 사고 판 적도 없지만 절차적 문제가 드러나 반성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보다 철저한 자기 관리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앞으로 세상이 저를 잘 안 알아준다해도 참고 묵묵히 일해 세상에 빚을 갚겠다"며 "앞으로 제가 열심히 하는 것을 봐달라"고 말했다.

정 총리는 또 "추석 전 용산 참사 현장에 갈 용의가 있느냐"라는 질문에 "한다고 했으면 한다.

총리실 직원들과 적절한 날짜를 고민 중"이라고 답했다.

그는 국무총리로서 보낸 첫날에 대해서는 "벅차다"며 "여기저기 끌려다니고 있다"고 농담을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