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200원 뉴노멀 위기감, 해답은 만사불여튼튼
환율 1200원 뉴노멀 위기감, 해답은 만사불여튼튼
  • 임혜현 기자
  • 승인 2021.09.29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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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까지 불안" 전문가 원화 강세 요인 희석 우려
외환보유고 GDP 50%까지 보수적 추가적립 주문도

달러화 강세가 우리 경제에 대한 현실적 위협 가능성으로 떠오를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9일 오전, 원·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1188.50원까지 올라 연고점을 또 경신했다. 때마침 미국도 테이퍼링 등 긴축 이슈를 검토 중이어서, 환율이 1200원선을 넘어서면서 외화 유동성 위기로 전이될 수 있다는 가능성마저 거론되고 있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28일 대내외 리스크에 따른 '퍼펙트 스톰(초대형 복합 위기)' 발생 가능성을 재차 경고하며 매주 금융시장의 불안 요인을 점검하겠다고 선언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미 테이퍼링 등 변수에 따라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예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당분간 달러 강세 기조가 유지되겠지만, 미 부채한도 협상 타결과 더불어 미국 국채 금리 상승 속도가 완만해질 경우 달러화 흐름이 변화될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29일 "미국의 국채 금리 급등은 미국 연방준비위원회의 통화긴축 사이클 강화 불안감과 부채한도 협상 불확실성이 맞물리며 발생한 현상"이라며 "시장참여자들은 연준이 예상보다 긴축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해석했다.

정원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환율 상승 가능성에 대해 "(글로벌) 환경 자체가 한국에 우호적이지 않다"면서 "내년 1분기까지 1220원 이상 갈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우려했다. 

외국인의 증시 이탈 가능성에 대해서도 정 연구원은 "매력도가 많이 떨어지면 (외국인 투자 포트폴리오상 한국 비중의) 분산(감소)이 일어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부산에서 수출 화물을 적재하고 있는 우리나라 선박. (사진=HMM)
부산에서 수출 화물을 적재하고 있는 우리나라 선박. (사진=HMM)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등에 따르면, 환율이 1200원선을 넘은 적은 2001~2003년, 2010년, 2016년 중에도 있었지만 대부분 추세적인 흐름은 아니었다. 2019년 8월 초 1211원을 기록한 것은 충격적이긴 했지만, 일본과의 분쟁 즉 수출규제 발표와 글로벌 G2간 무역갈등이 재차 고조되며 미 달러화가 강세를 보였던 복합 효과로 해석할 수 있다.

확실히 '추세적'으로 1200원선을 넘은 적은 IMF 구제금융기 무렵 약 13개월(1997년 10월~1998년 12월)과 리먼 사태 당시 2008년 10월 1200원을 넘어선 후 2009년 9월까지 약 11개월 등에 불과하다.

결국 △외환건전성 △환위험관리행태 △원화의 고평가 수준 등에서 문제가 없으면 추세적 위험은 관리하며 버틸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실질실효환율이란 세계 60개국의 물가와 교역비중을 고려해 각국 통화의 실질적 가치를 산출하는 지표다. 수치가 100보다 높으면 화폐가치가 고평가됐다는 의미며, 낮으면 저평가됐다는 뜻이다. 즉, 이 수치가 상승하면 수출의 가격경쟁력이 약화되고, 하락하면 강화된다.

원화의 고평가 정도가 과거 1997년 IMF 구제금융기나, 2008년 리먼 사태 에 비해 크지 않다면 향후 원화의 약세 압력도 상대적으로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 실질실효환율 기준으로 1997년 당시에는 128.7, 2008년에는 131.1 내외의 고평가 상태였지만 2019년 이후에는 대체로 114 수준이었다. 2020년 12월 원화 실질실효환율은 109.97을 기록했고 금년 8월 기준으로는 105.43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7월 경상수지는 82억1000만달러 흑자로, 15개월 연속 흑자행진을 이어가는 상황이다. 그러나 두 달 연속해서 수입증가율이 수출증가율을 앞질러 나가면서 경상수지 흑자에 적신호가 될지 우려가 부각되고 있다.

정원일 연구원은 "기본적으로 현 시점 이후의 경제환경은 소비와 투자의 확장보다는 정체 내지 위축이 예상되기 때문에 원화 약세 전망이 우세하다고 본다"며 "지난해 3분기 이후 원화 강세는 순해외자산 감소, 대외차입 증가, 경상수지 흑자에 기인했는데, 올해 1분기 이후 외화자금시장에서의 원화 강세 요인이 소멸된 상황"으로 진단했다.

결국 지금 안심하기 보다는 상황을 버틸 수 있는 각종 전제 조건들을 최대한 보수적으로 관리함으로써, 환율 불안과 이후 위기 파장에 노출될 여지를 최소화하자는 신중론을 택할 필요가 제기된다.

실제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8월26일 제주도에서 열린 세미나 이후부터 줄곧 현재 외환보유액 수준은 상당하지만 아직 충분하지는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외환보유액의 절대적인 규모보다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준을 보는 것이 중요한데,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GDP의 25%선에 불과하다"며 "최소한 GDP의 50%, 안정적으로는 GDP의 80%까지는 보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긍정적 시각도 여전히 대두되고 있다. 신중론을 택하더라도 시각의 경색을 주의할 필요는 있다는 논리다.

김효진 KB증권 연구원은 "헝다사태로 인해 중국 기업부채 관련 불확실성이 커졌고, 당분간 환율의 변동성도 확대될 것"이라면서도 "한국의 빠른 백신 접종과 역대 최고치의 수출, 미 연준의 테이퍼링 불확실성 해소, 중국 정부의 위안화 안정 스탠스 등을 감안할 때 올해말 환율이 1110원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dogo842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