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인디언포커 와중에 금리 인상 외친 까닭
한은, 인디언포커 와중에 금리 인상 외친 까닭
  • 임혜현 기자
  • 승인 2021.08.26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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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시 관점에서 펀더멘탈 효과 나올 때까지 약효 분명

과연 기준금리 인상 카드는 환율과 거시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나? 환율 개입으로 대미 무역수지가 흑자를 거둔다는 것은 신화에 불과한 것일까? 26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0.25%p 인상 조치를 둘러싸고 이 부분에 새삼 관심이 모아진다.

지난 7월,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정책은 환율의 일시적인 안정화 역할에 그친다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온 적이 있다는 점을 기억하는 이들에겐 더 그렇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1999년 1월부터 2020년 3월까지 외환시장 개입충격을 분석해 '환율과 경상수지의 구조적 변화와 정책방향' 보고서를 7월5일 내놨다.

보고서에는 영구적인 외환시장 개입 정책의 환율에 대한 효과는 1~2년 이내에 사라진다고 나왔다. 외환시장 개입으로 환율의 추세를 바꾸기 어렵고, 단기적인 안정화에만 기여할 수 있다고 KIEP는 평가했다. KIEP는 "대미 환율은 외환시장 충격 후 첫 월(月)에 0.7%포인트가 상승하고, 다음달에 약간 더 증가한 후 점차 감소하기 시작해 2년 후 원래 수준으로 돌아왔다"고 분석했다.

보고서 기준으로는 환율과 거시경제와의 연관성이나 효과는 이번 기준금리 인상 이벤트에서 가계부채나 자산시장 등 대비 직접성은 약하다고 볼 수도 있다. 

◇"원화 오버슈팅 폭 줄어들 것" 환율 효과 단비 전망

하지만 다른 문제와의 연관 효과가 중요하다. 이것이 바로 거시 건전성 정책만으로 버티지 않고, 기준금리라는 아껴뒀던 카드까지 사용하면서 우리 정책 당국과 중앙은행이 '정책 방향 변경'을 세계 만방에 외친 이유다.

허문종 우리금융경영연구소 팀장은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것이 환율 변동성상 우리 수출 기업에게 미치던 효과는 분명 줄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우리 보고서에서는 원화 약세가 올해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일단 그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본다"고 부연했다.

기준금리 인상의 효과 중 하나는 환율과 수출 진흥 더 나아가 거시경제에서의 모멘텀 확보다. 26일 인상 조치 및 뒤이어 올 것으로 전망되는 연내 1,2차례의 가능성에도 그런 기대감이 모아진다. 사진은 한국 선박이 부산항 신항에서 국내 수출기업들의 화물을 싣는 모습. (사진=HMM)
기준금리 인상의 효과 중 하나는 환율과 수출 진흥 더 나아가 거시경제에서의 모멘텀 확보다. 26일 인상 조치 및 연내 추가 인상에도 당연히 그런 기대감이 모아진다. 사진은 한국 선박이 부산항 신항에서 국내 수출기업들의 화물을 싣는 모습. (사진=HMM)

그러나 다른 기업이나 연구기관들이 이번달 금리 인상 가능성을 맞추지 못한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8월 금리 인상설을 들고 나왔던 우리금융경영연구소의 판단은 좀 더 결이 다를 것으로 생각된다. 그 부분을 문의했다. 그는 아직 공식 뷰는 연내 1번 인상(이번에 실현된 것)으로 머물러 있지만 "개인 의견으로는 1번 더 오를 수 있어 보인다"고 금리 추가 인상을 전망했다.

원화 약세 흐름 자체는 못 꺾더라도, 오버슈팅된 것을 일시적으로 제약하는 효과는 분명 있다는 것이다. 잭슨홀 미팅 전에 단행한 이유는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환율이 서로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우리가 선제적 대응을 하지 않으면 안 될 이유가 또 있다. 그는 "(시점 조절을 잘못할 경우) 자칫 하면 한국 국고채 금리 오르는 속도보다 미 국채 금리가 오르는 속도가 더 클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 경우 외국인 투자자금의 대폭 이탈도 예상해 볼 수 있다. 결국 기준금리를 적시에 올려야 할 필요는 과거 대비 수출 기업 등 관리 효과가 적어졌다고 오히려 더 강력하게 추진할 목표가 되는 셈이다.

정유탁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도 "기준금리와 환율 연관성상 기본적으로 도움이 된다. 다만 가격만 갖고 효과가 있기 보다는 글로벌 경기 요건을 같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 역시 금리 인상 추가 가능성을 열어둔다. "금리 안정을 가계대출에 도움이 되는지 등 효과를 보고, 더 하지 않을지 생각된다"고 그는 말했다. 원화 약세가 조금 더 이어지고 연방준비제도에서 움직이는 것을 함께 봐서,  내수 및 가계와 수출기업 두 갈래를 저울질하면서 신중히 카드로 사용할 것이라는 얘기다.

◇한국 기업의 '별의 시기'…9월 반등에 맞춘 환율 효과 기대

환율에 바로 약효를 받을 상황이 아닌 것도 사실이지만, 그 반대 급부로 우리 기업의 기초 펀더멘탈도 거대하고 우수해지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신중론이 역설적으로 대두된다.

글로벌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지난 24일 한국투자전략 보고서에서 "한국은행이 8월26일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11월에 두번째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골드만삭스는 그 이유로 기준금리 인상에도 상장사들의 이익 성장률(즉 체력)은 높을 것이라는 점을 꼽았다.

김중원 현대차증권 연구원도 "백신 보급과 방역 조치로 코로나19 확산이 완화하면 9월 이후 글로벌 경기는 반등할 수 있는 전망"이라며 "한국 기업의 실적 또한 2022년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기준금리를 이런 때를 봐서 중간중간 투입해 주면 그 효과는 적지 않을 것이다. 다시 정유탁 연구원의 이야기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추가 인상을 고려하겠다고 한 것을 잘 봐야 한다"는 그의 분석은 종합적으로 고려해 약효를 볼 수 있는 때가 언젠지를 기다리자는 풀이다.

불과 몇 안 남은 실탄이고 그조차 꼭 우리 마음대로 움직여 주지 않는다. 하지만 카드를 못 보면서 치는 인디언포커에 응하고, 가장 좋은 때를 기다릴 정도는 우리 펀더멘탈이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연내 추가 2회의 기준금리 상향 조정의 기회와 환율 영향성은 분명 이번 정부 말까지 우리 거시경제를 떠받칠 유효한 카드다. 

dogo842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