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치 끝, 기준금리 1% 시대…긴축 후폭풍 준비는 돼 있나
잔치 끝, 기준금리 1% 시대…긴축 후폭풍 준비는 돼 있나
  • 임혜현 기자
  • 승인 2021.08.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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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금 탕감 등 추진과 병행해 회생 가능성·도덕성 검증 중요
'선심성' 당근 아닌 옥석 가린 뒤 '선별적 지원' 필요성 높아
서울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신아일보DB)
주택담보대출이 많이 풀린 가운데, 기준금리 상승 시대에 부동산 시장이 뇌관이 될지 우려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아파트촌 전경. (사진=신아일보DB)

"(주택담보)대출을 얻은 사람이 상담을 해 왔어요. 한 달에 물어야 할 이자가 26만원에서 38만원이 됐다는 겁니다. 이렇게 이자가 오르면 어떻게 살겠어요. 하물며 이제 기준금리가 오른다면…" 

기준금리 인상의 시간표가 빨라지고 있다. 이달 26일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은 이미 기정사실처럼 회자되고 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여파는 얼마나 클지 생각해 보는 목소리가 제대로 조명되지 않는 데 있다. 오른 부동산 가격에 취했지만 표정관리 중인 이들, 혹은 달랑 1채 뿐인 집인데 오르면 뭐 하냐는 회의론자들의 이야기만 우선 조명받는 기류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7월28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집값 조정'을 경고한 발언은 최악으로 꼽힌다. 그는 집값 조정의 근거로 한국은행의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는데, 이에 대한 아쉬움이 다방면에서 높은 것이다. 정부 부처 수장이 통상적으로 금리 인상 문제를 별로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 발언을 이례적이라고 평가하는 시각도 많고, 무엇보다 정책 엇박자 논란의 짐을 모두 금리 결정권자(즉 한국은행 금통위)에게 떠넘긴 것이냐는 우려도 나온다.

시장, 더 나아가 국민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향후 글로벌 경제는 미국 테이퍼링 국면에서 연쇄적 재편을 겪을 것이므로 이에 대한 종합적인 고심과 공감대 형성을 우리 사회가 이제부터라도 고민해야 할 페이지라고 할 수 있다. 

◇당국 기준금리 만지작…과연 몇 번? 일단은 두 차례 추정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개월 연속 2%를 웃도는 등 물가 상승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6월24일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간담회에서 "현재의 완화적 통화정책을 연내 적절한 시점부터 질서 있게 정상화하겠다"고 거듭 강조한 것도 이런 상황을 모두 종합 고려해 낸 의견으로 읽힌다. 더 이상 완화정책만으로 갈 수 없다고 보는 것이다. 급격한 가계부채 증가, 자산시장 과열, 물가 상승 등에 따른 기준금리 조정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한국은행이 '이르면' 오는 8월에 기준금리를 인상한 뒤 10~11월쯤 두번째 금리인상을 단행할 수 있다는 전망이 이때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시간표 전망치를 좀 더 당겨 봐야 할 것 같다. 미국 연방준비제도 관계자들이 "10~11월경 테이퍼링 추진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우리나 다른 이머징마켓에서는 이를 선제적으로 대처하면서 시간을 벌 필요가 높아지고 있다. 

이 총재는 특히 "지금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1~2번 인상한다고 해도 통화정책은 여전히 완화적"이라고도 말했다. 금통위가 일을 더 빨리 시작할 가능성이 농후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미 '매파'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점은 회의록에서도 감지되고 있기 때문에, 테이퍼링 문제까지 종합해 고려하면 얼마든 가능한 이야기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의 금리 수준이 지난해 코로나 충격에 대응해 극단적으로 낮춘 것이기 때문에, 1~2차례 인상해도 '중립' 수준으로 복귀한다는 점을 강조한 발언"으로 해석했다.

◇금리 오르면 이자 폭증, 두세 차례 인상되면 가계·기업 새 이자만 20조

그의 발언대로, 임기 내 금리가 두 차례 인상을 그대로 받는 의견이 존재한다. 다만 향후 세 차례 인상안까지 미리 검토하는 의견도 없지 않다. 홍 부총리 발언 직후 IB은행 JP모건은 첫 금리인상 시기 전망을 오는 10월에서 8월로 앞당겼고, 이번 달을 비롯해 올해 4분기, 내년 3분기 기준금리가 추가적으로 인상할 것으로 예측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도 우선 금통위가 8월 기준금리를 0.50%에서 0.75%로 25bp(1bp=0.01%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인상 폭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문제는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중금리가 오르면 대출을 낸 소비자의 이자 부담이 커진다는 부분이다. 특히 대출이 급증한 30대, 은퇴로 수입이 줄거나 없어진 60대 이상 고령층이 받는 타격이 가장 클 것으로 보인다.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4월 한국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 등 개인대출 금리가 1%p 오를 경우의 이자 부담 전망치를 제출받아 분석한 바 있다. 1분기 기준, 금리가 1%p 오를 경우 개인대출에서 새로 생기는 이자 부담은 모두 11조8000억원이라고 한국은행과 윤두현 의원실은 분석했다. 올해 6월 기준 예금은행의 신규 가계대출 가운데 금리인상의 영향을 받는 변동금리 대출 비중은 81.5%에 달했다. 기업대출의 경우 1분기 기준 1%p 금리 인상시 기업들의 대출이자 부담은 약 9조8200억원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 일부에서 대출 관련 지원 대책은 가동되고 있다. 당국은 한계에 부딪힌 가계나 중소기업의 원금 상환 연기나 이자 유예 등을 빚을 계속 유예해 주고 있고, 이 조치를 더 연장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금리인상에 따른 실물경제 영향은 이정도 수준의 지원으로 해결되기는 어렵다고 강조한다.

한국재정정책연구원장을 지낸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준금리를 인상하게 되면 이자 상환부담이 커져서 일반적 지원책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당부한다. 양 의원은 "금융중개지원대출제도 확대 등 취약계층 재무건전성이 무너지지 않도록 하는 정책지원을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이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영역도 풍선이 터지기 직전까지 부풀어 오른 상황이다. 부동산 전문기업 부동산114가 연합뉴스 의뢰로 분석한 바에 따르면, 서울에서 아파트값 6억∼9억원 구간의 매매 비중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달 서울아파트 매매 건수는 3182건으로, 이 가운데 6억∼9억원 거래가 33.5%(1066건)를 차지했다. 이 가격대 매매 비중은 지난 4월부터 4개월 연속 상승하며 최근 1년 새 가장 높은 수준에 이르렀는데, 그 원인은 주택담보대출을 안고 사는 실수요자 구간이 몰리는 구간 때문으로 해석된다.

◇한계 가계와 좀비 기업, 해결책 무엇?

한국산업은행 법제조사팀장 출신인 김명수 박사(현 한국노동경제연구원장)은 "금리는 자산 거품 때문에 당연히 올려야 하지만, 천재지변에 준해 기업에게 대책을 세워주고 그 다음에 올려야 한다"며 좀비 기업 등에 대한 선제적 조치를 요구했다.

김 박사는 일선 기업심사 경력 등 은행 경험을 바탕으로, 벌어서 이자도 감당하기 어려운 좀비 기업은 차치하고라도, 기업들이 코로나19 상황에 한계를 많이 느끼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즉, 향후 기준금리를 2번 이상 올린다면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하고, 특단의 대책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김 박사는 "납입 유예기간을 준다고는 하지만, 나중에 결국 원금(이나 이자) 상환 날짜가 돌아오면 상환 부담 자체를 막기 어렵다. 금리가 인상될 경우 지금 유예된 이자에 더 많은 새 이자가 생기는 셈"이라고 안타까워 했다. '천재지변'에 준하는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 '아예 원금이나 이자의 감면(삭감) 지원'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그도 전혀 되살아날 가망이 없는 좀비 기업까지 포용하자는 것은 아니다. 은행 측 부담으로 이자 등 삭감 지원이 이뤄진다면 당연히 현재 잘 되지 않고 있는 좀비 기업 거르기 즉 '옥석 선별'을 은행권에 자율로 맡길 필요를 거론했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영업을 제대로 하지 못한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 등 대책에서 "이자 등 유예가 우선이 아니라 '손실보상'이 우선"이라고 주문한다. 다만 그의 이런 주장엔 당연히 선심성 재난지원금 같은 불필요한 지출을 대신한다는 정치적 전제와 예산적 한계가 깔려 있다.

가계대출과 이자 부담 가중에 관해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과도한 레버리지를 시도한 부동산 투기 세력을 잡아보려고 금리를 올리자는 소리가 나오는 것인데, 이미 선제적으로 이자 부담은 오르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일반적인 금융 소비자층인 중산층 및 그 이하 서민층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지출을 줄여야 하지만 생계와 연결되는 물품의 소비까지 줄이기는 어렵다"면서 이자 부담 증가를 감수할 여력이 없는 계층이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봤다. 

강 사무총장은 "우선 은행권에서 연체된 자산을 유동화회사 같은 곳에 양도(팩토링매각)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출이 부실 물건으로 평가 처리돼, 유동화회사에 넘어가면 원금 상환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큰 폭의 이자 부담을 지우게 되는 악순환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강 사무총장은 "유동화회사로의 양도를 자제한 상황에서 은행권이 원금과 이자 일부 감면을 하도록 요구해야 한다"면서 "70%는 받고 30%는 못 받는다고 가정해도 이자를 위험성에 선제적으로 반영해 놓은 것이기 때문에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 얼마 전에는 (은행권이) 최고 이익을 내지 않았나?"고 짚었다. 그는 "캐나다 같은 곳에서는 개인이 실업 등으로 한계에 몰리면 한시적으로 지역 당국이 집세를 내 주기도 한다. 일단 연기 처리만 하는 게 능사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도 도덕적 해이를 모두 감싸 주자는 것은 아니다. "살펴 보면 능력이 되는데 빚을 키우거나, 갚지 않겠다는 사람은 적다. 어쩔 줄 몰라 하다가 이자가 이자를 낳으면서 해결이 안 되는 상황에 처한 안타까운 경우가 많다"면서 지원책 마련시에도 선별 검증 가능성을 열어 뒀다.

◇금리는 만능 아냐… 공포심리 해소 필요, 정책적 투트랙 수반돼야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연구위원은 금리나 기타 대책으로 연착륙을 꾀하는 문제에는 회의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다만 정치적 이벤트와 새 정부 집권 기조에 따른 영향에 주목했다. 그는 무리한 대출로 집을 산 패닉바잉 집단이 집을 내놔야 하지만, "아마도 단기간엔 절대 팔지 않을 것"이라고 짚는다. 메인스트림 자체가 달라진다는 경우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박 수석연구위원은 "적어도 부동산 가격이 고평가 국면이라는 점은 분명한 것 같다. 올해는 집값이 빠지지는 않을 것이다. 문제는 내년"이라고 말했다. 상고하저 전망이다. 아울러 그는 "내년 3월에 치러지는 대선이 부동산 시장의 큰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있다. 정부의 정책이 시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서두에서 소개한 홍 부총리 발언을 다시 들여다 볼 때다. 그 발언의 한계점을 염두에 두고 여러 조언들을 본다면 금리를 통한 자연스러운 조정에 모든 걸 맡기기 보다는 정책적 내지 정무적으로 분리해서 추진해야 할 부분은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부각된다.

물론 통화 정책과 재정 정책의 엇박자를 해소하는 효과는 분명 홍 부총리 발언의 긍정적 측면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뒤가 문제다. 경제 상황의 해결을 위해 금리 인상 만능론 대신 다른 정책을 병행할 의지는 열어 둬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김명수 전 산업은행 조사팀장의 조언처럼, "금리를 만지더라도 동시에 다른 기업에 대한 '당근', 즉 정책금융 등을 강화하는 것은 가능"하다. 추가경정예산 등 재정정책으로 코로나19 확산과 금리 인상의 충격을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다만, 가계든 기업이든 부동산 영역에서든, 그 당근은 선심이 아닌 면밀한 검증 끝에 선별적으로 쓰여야 한다는 주문이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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