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사자명예훼손’ 항소심 출석…건강 이상 호소 재판 중 퇴정(종합)
전두환, ‘사자명예훼손’ 항소심 출석…건강 이상 호소 재판 중 퇴정(종합)
  • 이상명 기자
  • 승인 2021.08.09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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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헬기사격 목격 증언 조비오 신부 명예훼손 혐의
(사진=연합뉴스)
5·18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군부의 헬기 사격 사실을 부정하며 목격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9일 오후 항소심 재판에 출석한 후 건강이상으로 경호인력의 부축을 받으며 광주지방법원을 떠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두환(90) 전 대통령이 9개월 만에 피고인 신분으로 광주 법정에 출석했으나 재판이 진행되던 중 건강 이상을 호소하며 퇴정했다.

전 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5·18 당사자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1심에서 유죄 판결을 선고받은 뒤 이어진 항소심에서는 직접 출석하지 않았다.

9일 광주지법 형사1부에 따르면 이날 전 전 대통령의 사자명예훼손 혐의 재판 이 201호 법정에서 열렸다.

전 전 대통령이 항소심 재판에 출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심에서는 2019년 3월과 2020년 4월 등 두 차례의 인정신문과 2020 11월 선고기일 등 총 세 차례에 직접 출석했다.

전씨 측은 “항소심 재판은 법리상 피고인이 불출석해도 재판 진행이 가능하다”며 출석하지 않았으나 항소심 재판부가 ‘불이익’을 경고하자 직접 출석했다.

전 전 대통령은 이날 낮 12시43분 광주지법 법정동에 도착, 양쪽에서 경호원의 부축을 받으며 법정에 들어섰다.

법정 출석 전 취재진의 “발포 명령을 부인하는가, 광주시민과 유족에게 사과할 마음이 없는가‘라는 질문에는 일체 응답하지 않았다.

이날 항소심 재판에는 ‘신뢰관계인 자격으로 동석하게 해달라’고 요청한 배우자 이순자 씨도 함께 함께했다.

재판은 인정신문 절차(피고인 신원 확인)와 검찰과 피고인 양측이 신청한 증거 조사, 증인 채택 결정 순으로 진행됐다.

전 전 대통령은 청각보조장치(헤드셋)를 착용하고 질문을 받았지만 재판부의 대부분 질문을 알아듣지 못해 배우자 이씨가 옆에서 말해주는 대로 답변했다.

본인의 이름은 ‘전두환’으로 비교적 정확하게 말했으나 출생연도만 스스로 답변한 뒤 생년월일, 주소, 본적 등 구체적인 세부 내용은 배우자 이씨의 도움을 받아 답변했다.

인정신문이 끝난 뒤 직전 재판과 마찬가지로 피고인석에 앉아 조는 모습이 보였으며 이후 재판 시작 25분 만에 건강 이상으로 경호원의 부축을 받아 퇴정했다.

배우자 이씨는 재판 도중 경호원에게 “식사를 못 하고 가슴이 답답해 하신다”고 했고 경혼원은 이를 재판부에 전달했다.

재판부는 전 전 대통령에게 호흡 곤란 등을 확인한 뒤 퇴정 후 법정 밖에서 대기하며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했다.

이후 재판이 마무리 될 무렵 전 전 대통령을 다시 법정으로 불러 항소심 진행 상황을 설명하고 오후 2시29분께 재판을 마쳤다.

재판부는 전 전 대통령의 변호인이 신청한 현장검증 조사는 진행하지 않고, 관련 증인만 일부 채택하겠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정웅 당시 31사단장에 대한 증인 신청은 기각한다”고 밝혔다.

정웅 전 사단장은 당시 진압군의 지휘관이였으므로 명령권자를 규명하기 위해 건강 상태가 양호할 경우 신문을 진행할 수 있겠으나 고령(99세)인데다 현재 건강 상태를 알 수 없다는 이유로 기각됐다.

그밖에 장사복 전 전교사 참모장 등에 대한 증인신청도 기존 증인과 차별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다만 진압 당시 광주로 출동했던 506항공대 조종사 가운데 1심에서 출석하지 않은 증인 4명에 대해서는 증인 신문이 진행된다. 또 회고록 편집·출판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민정기 전 청와대 비서관에 대한 증인 신청도 채택됐다.

재판부는 채택된 증인들이 재판에 출석하는 대로 다음 기일부터 증인신문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날 5·18기념재단과 오월 3단체(유족회, 부장자회, 구속부상자회)는 광주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전두환은 성실한 태도를 보여라. 재판부도 더는 전두환의 방어권을 과도하게 보장하지 말라”며 규탄시위를 이어갔다.

전 전 대통령은 회고록을 통해 5‧18 진압 당시 헬기 사격 현장을 목격했다고 주장한 고(故) 조비오 신부를 “신부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맹비난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전 전 대통령의 다음 항소심 재판은 이달 30일 오후 2시 같은 법정에서 열린다.

vietnam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