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 볼 것 없는 원로급 의원들… 주호영에 '욕교반졸' 우려
눈치 볼 것 없는 원로급 의원들… 주호영에 '욕교반졸' 우려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1.04.14 11: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민의힘 4·5선, 야권 '통합' 두고 주호영에 쓴소리
서병수 "과거세대 퇴진하고 새 정치세대 구축해야"
정진석 "통합이 곧 자강"… 홍문표 "합당 선언부터"
국민의힘 주호영 당대표 권한대행(가운데), 정진석, 박진 의원 등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진의원 연석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주호영 당대표 권한대행(가운데), 정진석, 박진 의원 등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진의원 연석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중진·원로 의원 사이에서도 국민의당과의 통합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현재 '통합' 논의가 부진하다는 점에서 '욕교반졸(欲巧反拙, 잘 만들려고 기교를 부리다 졸렬한 결과를 보다)'을 우려하는 모양새다.

5선 원로급의 서병수 의원은 14일 오전 주호영 당대표 권한대행과 중진 의원 연석회의에서 국민의당과의 합당 여부에 대해 "(4·7 재·보궐) 선거 때 약속했던 것이라 지켜져야 한다"며 "그러나 각 당의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실무 기구를 마련해 합당에 필요한 걸림돌을 제거하면서 나아가는 작업을 하면서 원내대표 문제나 지도 체제 구성 문제는 우리 일정대로 계속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서 의원은 나아가 이번 재보선과 관련해 "1987년 정치 체제 직선제 이후 3당(민주정의당·통일민주당·신민주공화당) 합당으로 이어지는 산업화 세대와 민주화 세력의 퇴진을 국민께서 요구하는 게 아닌가 생각해본다"며 "지금 돌아가는 모양을 보면 아무 고민이나 논의 없이 과거 방식대로 과거 사람이 나서 지도부를 구성한다고 하면 우릴 바라보는 국민이 어떻게 생각할까 한 번쯤 생각해야 한다"고 고언하기도 했다. 새로운 정치 세대를 구축하고, 이를 뒷받침해줘야 한다는 의견으로 읽힌다.

같은 5선 정진석 의원의 경우 "대한민국과 국민을 어렵게 만드는 정부와 여당에 총구가 향해야 한다"며 "우린 더 큰 제1야당, 더 큰 2번을 만들겠단 국민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부각했다. 이어 "최근 자강이 먼저냐, 통합이 먼저냐 논란이 있는데 통합이 곧 자강"이라며 "단일대오를 만들고, 다시 한 번 국민의힘이 내년 대통령 선거를 대비해 믿음직한 야권 진용 진지를 구출하게 되길 바란다"고 내세웠다.

진보 계열 출신의 5선 조경태 의원도 재편을 촉구하고 나섰다. 조 의원은 "더불어민주당도 전국당원대의원대회(전당대회)가 5월 2일로 날짜가 예측 가능하도록 잡혔고, 많은 당원이 '도대체 우리 당은 언제 전당대회를 하느냐'고 묻는다"며 "더 이상 미적거리다보면 언론과 국민 시선에선 자중지란으로 비칠 것"이라고 전당대회 일정 공개를 요구했다. 현재 국민의힘에선 '통합 후 합동 전당대회'와 '전당대회 후 새 지도부 중심의 통합' 등 의견이 여럿으로 갈리고 있는 실정이다. 조 의원의 발언은 이를 조속히 정리해야 한다는 것으로 들린다.

4선 이명수 의원 역시 "왜 이번 선거에서 많은 국민이 국민의힘을 선택했는지 겸허히 (결과를) 받아들이면서, 정부·여당보다 우리가 더 혁신적·쇄신적으로 당을 빨리 정비했으면 한다"며 "필요한 절차와 기준이 있지만, 과거 기준과 선례에 국한된다면 혁신과 쇄신은 이루기 힘들다"고 쓴소리했다.

홍문표 의원의 경우에도 "우리 당은 자강 시스템(체제)이 돼 있지 않다"며 "(정치) 바람이 어느 한 쪽으로 불면 흔들리게 돼 있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제3지대 등이 나오고, 거기 신경을 쓰다보면 우린 흔들릴 수밖에 없다"며 "다섯 번의 비상대책위원회를 거치면서 우리가 정체성이 있었느냐, 그냥 몰려다닌 것뿐"이라고 자성했다. 이어 "우리 정체성을 회복하는 자강 시스템이 잘 정착되고, 문재인 정부 반대 세력을 모두 규합해 하나로 일렬종대 나서는 모습이 필요하다"며 "통합은 과거 경험이나 역사적으로 보면 실무진이 먼저 해결하는 건 거꾸로 가는 것이다. 선언부터 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박진 의원도 "우리 당이 보선에서 승리하고 자중지란이 일어났다는 언론 보도처럼 국민께 실망을 주면 안 될 것"이라며 "야권통합은 국민의 지상명령이다. 통합 없이 정권을 교체할 수 없다는 게 국민과 당의 생각이고, 앞으로 혁신과 통합의 길을 흔들림 없이 중심을 잡고 가야 한다"고 전했다.

국민의당과의 통합론을 줄곧 주장했던 권영세 의원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겨냥해 "마시던 물에 침을 뱉고 돌아서는 건 현명한 분이 할 행동이 아니다"라고 우회적으로 비난했다. 정계에서 물러난 만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비판 수위를 줄여야 한다는 의미다.

당내 선·후배의 무거운 목소리를 들은 5선 주 대행은 회의 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우선 합당 선언이 먼저 돼야 하고, 이후에 구체적 협상을 하게 될 텐데 합당 선언을 하기 위한 주요 절차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구체적인 합당 필요 조건은 지난주 안 대표와 만났을 때 별로 문제될 사유는 없는 걸로 들었다"고 전했다.

주 대행은 16일 의원총회와 19일 시·도당 위원장 회의에서 의견을 확인한 후 정리하겠단 입장이다.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