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바닥에서 위로… 오세훈 '단일후보' 만든 금손 누구?
[이슈분석] 바닥에서 위로… 오세훈 '단일후보' 만든 금손 누구?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1.03.23 16: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세훈, '거물' 나경원 꺾고 안철수 대결서도 승리
김종인 "국민의힘서의 내 역할 90% 끝냈다" 소회
이준석도 핵심 역할… 십자포화 막으며 되려 역공
야권 단일후보로 선출된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23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야권 단일후보로 선출된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23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꺾고 서울시장 보궐선거 야권 단일 후보로 선출된 데에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공이 컸다는 평가다.

김 위원장은 23일 오 후보가 야권 최종 후보에 오르자 "내가 국민의힘에 와서 할 수 있는 역할의 90%는 했다고 본다"며 "나머지 10%를 더해 오 후보를 당선시키는 것으로 내가 국민의힘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다 하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또 "정치에 있어서 상식이 통한다는 것을 서울 시민이 입증했다"며 "누누이 강조했지만, 제1야당의 오 후보가 그간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단일화가 되는 것은 처음부터 상식이라고 생각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당내 경선에서부터 지지율이 낮았던 오 후보는 강력한 지지세를 입던 나경원 전 의원을 꺾은 데 이어 안 후보까지 이기면서 또 한 번의 서울시정 지휘를 바라볼 수 있게 됐다.

김 위원장은 야권 후보 단일화 전부터 오 후보의 승리를 예상했다. 경우의 수를 묻는 질문에도 "가정된 질문에는 답하지 않겠다"며 '패배는 없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덧붙여 "오 후보가 확실히 단일 후보가 된다는 걸 읽을 수 있었다"고 피력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4·7 재·보궐 선거 공천(공직후보자추천)관리위원장을 맡았던 5선 원로 정진석 의원은 "김종인의 매직(마법)이 이번에도 통했다"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12년 새누리당에서 국민행복추진위원 겸 경제민주화추진단장을 맡으면서 19대 국회의원 선거와 18대 대통령 선거를 승리로 이끄는 핵심 역할을 한 바 있다. 20대 총선 때는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로 활동하면서 여소야대 국면을 만들었고,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교두보가 됐다.

예상치 못한 오 후보 낙승에 국민의힘 안에선 벌써부터 김 위원장 재추대론이 나온다. '타이밍(때)을 기다려야 한다'는 특유의 뚝심과 판세를 읽는 그의 노련함에, 차기 대통령 선거 사령관으로 앉혀야 한다는 것이다.

당초 '후보등록일 전 단일화'라는 후보 간 대국민 합의가 깨진 후 일각에선 '컨벤션 효과(정치 행사 후 지지율 상승)'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평가가 나왔고, 당 안에서도 거센 비판이 쏟아졌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오 후보의 추격세와 당 지지층 결집력을 토대로 일주일이면 승기를 잡을 수 있다고 역으로 판단했다는 후문이다.

마지막 관문은 4월 박영선 후보와의 본선 결과다. 맞대결에서 승리하면 김 위원장은 국민의힘 지지율을 역전시키고 정권교체 발판을 마련한 명실상부 일등공신이란 평가를 받지 않을 수 없다.

김 위원장은 오는 24일 광주를 다시 찾을 예정이다. 이번 보선에서 승기를 잡기 위한 묘책에 당 안에서도 활기가 붙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반면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와 이재오 전 특임장관, 홍준표 무소속 의원 등의 정치적 입지를 작아질 공산이 커졌다. 특히 이들은 김 위원장 책임론을 부각하면서 사퇴를 압박한 바 있는데, 일각에선 안 후보를 고리로 야권을 재편해 정계 활동을 확장·재기하려는 노림수로 보는 시선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 페이스북에 달린 이준석 전 미래통합당 최고위원 댓글)
(문재인 대통령 페이스북에 달린 이준석 전 미래통합당 최고위원 댓글)

오 후보가 최종 후보에 오르기까지 핵심 역할을 한 또 한 명의 인물은 이준석 전 미래통합당 최고위원이 꼽힌다.

오 후보 선거 진영에서 뉴미디어본부장을 맡은 이 전 최고는 오 후보를 겨냥한 포화는 물론 국민의힘에 대한 공세를 전방위로 막으며 되려 역공을 취해 주목을 받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자신을 둘러싼 '편법 사저 매입' 논란을 두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선거 시기라 이해하지만 그정도 하라. 좀스럽고 민망한 일"이라고 비판하자 이 전 최고는 "저도 민망하다, 11년 경력의 영농인 대통령 님"이라고 댓글을 달아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민주당 박 후보 선거사무실에서 대변인 역할을 맡았던 고민정 의원이 오 후보 부동산 공약을 지적하고 나섰을 땐 "소위 박영선 캠프 대변인이란 고 의원이 또 이상한 소릴 한다"며 "파블로프의 강아지처럼 반사적으로 오 후보를 때리지 말고 님 후보(박 후보) 공약부터 살피라"고 비꼬았다.

신동근 민주당 의원이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를 겨냥해 "대마도까지 보이는, 아주 뷰(전망)가 좋은 75평짜리 아파트를 갖고 있다"고 공격한 것에 대해선 "대마도 뷰라고 엮어서 친일 프레임(인상) 만들려고 하는데, 당신네 후보 집은 그러면 일본 왕궁 뷰냐"고 맞받아치기도 했다. 박 후보 배우자가 일본 도쿄에 위치한 왕궁 인근에 아파트를 보유한 걸 비꼰 것이다.

이 전 최고는 이어 "남해가 대마도 앞바다라고 여기는 건지, 그러면 고 노무현 전 대통령도 남천 삼익비치 아파트를 대마도 뷰로 사신 것이냐"며 "본전도 안 나올 거 건드리지 말자"고 역공해 논란을 일축시켰고, 여론은 박 후보 일본 집으로 시선이 돌아갔다.

안 후보가 "오 후보 뒤에 김종인 상왕이 있는 것 같다"고 비난했을 땐 "본인을 조종하는 여자 상황제가 있단 말은 들었느냐"며 "안 후보식 계산법이라면 우리 캠프에는 300명의 젊은 상왕이 있다"고 비꼬았다.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