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전두환 수법' 그대로?… 사면론에 野 '분열' 초긴장
與 '전두환 수법' 그대로?… 사면론에 野 '분열' 초긴장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1.01.04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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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87년 대선 때 DJ 사면복권… '야권 분열' 서막
주호영 "장난치지 말라"… 안철수도 "선거 목적 안 돼"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4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4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론에 야권에서 '분열' 우려가 엄습하고 있다. 13대 대통령 선거 때 김대중 사면·복권으로 일어난 야권 갈등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4일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전직 대통령 사면 건의를 언급한 것에 대해 "칼자루를 잡고 있다고 해서 정략적으로 활용하거나 장난을 쳐선 안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주 원내대표는 또 "이 대표가 '기회'라는 단서를 달아 두 분에 대한 사면을 건의하겠다고 했지만, 민주당 최고위원회는 '반성과 사과가 전제돼야 한다'는 이상한 소리를 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두 전직 대통령 사면론을 꺼낸 이 대표는 전날 긴급 최고위원 간담회를 소집해 의견 수렴에 나섰지만, 당내 반대 목소리에 부딪히면서 일단락했다. 이 대표가 사면론을 꺼낸 명분은 '국민통합'이었지만, 야권 일각에선 분열을 노린 정략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실제 지난 1987년 13대 대선을 앞두고 전두환 대통령은 김대중 통일민주당 상임고문을 사면·복권시켰고, 야권에선 김대중 고문과 김영삼 총재의 갈등 서막이 올랐다. 당시 여론은 오랫동안 민주화 운동을 이끌어 온 두 거물 인사의 단일화를 기대했고, 특히 김영삼 총재의 경우 "사면·복권이 이뤄진다면 김대중 씨를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전력투구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지층 역시 두 인사의 대의명분과 약속을 믿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단일화는 시간 문제로 여긴 것이다.

김대중 고문 역시 그 해 7월 9일 사면·복권된 후 다음날인 10일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이 되는 데 관심이 없다"며 불출마를 피력했는데, 곧바로 다음날인 11일 돌연 "불출마 선언은 전 대통령이 자발적으로 대통령 직선제를 하면 불출마 한다고 한 것이지 이번처럼 국민의 압력에 의해 이뤄진 것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발언하면서 노선을 바꾸는 양상을 보였다.

이후 13대 대선을 두 달여 앞둔 10월 10일 김영삼 총재는 먼저 대선 출마를 선언했고, 김대중 고문도 보름 후인 같은 달 25일 구국토론회에서 대선 출마를 공식화하면서 단일화는 수포로 돌아갔다. 결국 13대 대통령은 전 대통령의 후임 노태우 민주정의당 후보의 승리로 끝났다. 이후에는 민정당과 통일민주당, 신민주공화당이 3당 합당으로 민주자유당을 창당했는데, 지역 갈등을 야기한 것은 물론 기회주의 야합이라는 질책까지 받는다.

현재 국민의힘은 두 전직 대통령 사법 문제에 대해 사과한 상황이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이 출소한다면 중도층을 끌어모으기 위한 셈법도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중도층 흡수에 제동이 걸리는 것이다. 이 때문에 '대통령의 결단'을 언급하면서 이 대표가 날린 정치적 부담을 문재인 대통령에게로 다시 넘기는 모양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대통령이 결정할 사안"이라며 "대통령에게 주어진 헌법상의 고유한 권한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판단해서 사면해야겠다고 하면 언제든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 문제에 대해 다른 사람이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할 성격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다만 "이 대표가 무슨 의도에서 연초에 그런 얘길 한 것인지 모르겠다"며 "본인은 아니라고 하지만,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엔 그동안 이 대표의 여러 가지를 놓고 봤을 적에 어느 정도 사전에 그런 문제에 대해 교감이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에 이어 주 원내대표도 "문재인 대통령의 결단"이라고 일축하면서 아직까진 사면에 대해 선을 긋고 나섰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야권 분열을 우려한 듯 "사면은 국민통합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며 "선거를 목적으로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역시 사면에 대해선 "대통령의 권한"이라며 역공을 시도하는 양상을 보였다.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