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질질 끌더니… 與, 노동 지지층까지 잃을 판
'중대재해법' 질질 끌더니… 與, 노동 지지층까지 잃을 판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0.12.30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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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년 "임시국회 내 입법 완료"… 정작 법사위 속사정은 지지부진
이낙연 '합의' 촉구하자 김종인 끌어들였지만 "절충하면 돼" 선긋기
정의당 강은미 원내대표(오른쪽부터), 고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 고 이한빛PD 아버지 이용관씨가 30일 여의도 국회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논의를 위해 열린 법사위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 앞서 백혜련 소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의당 강은미 원내대표(오른쪽부터), 고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 고 이한빛PD 아버지 이용관씨가 30일 여의도 국회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논의를 위해 열린 법사위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 앞서 백혜련 소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의 애매모호한 '중대재해기업 처벌법' 제정 추진에 여권이 노동자 지지층까지 잃을 형국에 놓였다. 여당은 쟁점 상당 부분을 해소했다고 자평하고 있지만, 지금까지의 규제를 묵인한 기업의 입장까지 고려하면 입법화까진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30일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현재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1소위원회에서 논의 중인 중대재해기업 처벌법과 관련해 "민주당은 이번 임시국회가 종료되는 내년 1월 8일 전에 중대재해법을 처리하기 위해 심사에 온 힘을 다할 것"이라며 "매일 회의 열어서라도 이번 임시국회 회기 내에 입법을 완료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여야 모두 중대재해법 통과에 뜻을 같이하고 있기 때문에 치열하게 토론한다면 의미 있는 성과를 낼 것"이라며 "유가족 등 각계 각층의 의견을 경청하며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실질적 법안을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법사위 법안심사소위 실태를 보면 김 원내대표 말과 달리 녹록지 않은 실정이다. 여야는 전날 정부가 제출한 방안을 논의했지만, 2조에서 명시한 '정의' 규정도 합의하지 못했다. 유족과 재계가 반발하는 쟁점에 대해선 논의조차 못하고 회의를 마쳤고, 결국 이중대재해를 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산업재해'와 그 외 '시민재해'로 나누는 방향으로 정했다.

정부안은 사업장 규모별로 시행을 유예하고, 징벌적 손해배상액이나 처벌 수위를 완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책임을 묻는 경영자나 공무원의 범위를 제한하고 '인과관계 추정' 조항도 삭제했는데, 중대재해를 '2명 이상 사망한 재해'로 규정한 부분이 논란이다. 산업 현장의 현실과도 거리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나아가 박홍배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정부 부처의 고민과 협의, 검토가 충분하지 못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고 재해처벌법을 지적했다. 또 중대재해 정의에 대해서도 "서울 구의역 고 김용균 군을 포함한 수많은 희생자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내부 이견이 나오는 가운데 법안 제정을 주도하고 있는 정의당과 고 김 씨 군의 어머니는 문재인 대통령에게까지 참여를 촉구하고 있다.

반면 기업 입장에서는 코로나19로 경영에 난항을 겪고 있는 와중에 제정법 적용은 큰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때문에 노골적으로 반대 입장을 피력하고 있진 않지만 재계의 우려는 심화하는 모양새다.

민주당 지지율이 갈수록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중대재해법의 본격적인 논의를 예고하자 노동층 지지율은 상승세를 보였다. 전날 리얼미터 발표에 따르면 민주당은 12월 4주차 주간집계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1.3%포인트 떨어진 29.3%를 기록했다. 하지만 노동직에선 7.3%포인트나 올라 33.7%의 지지도를 찍었다.

여당의 부심이 이어지는 가운데 중대재해기업 처벌법이 결국 이도저도 아닌 제정법으로 나올 것이란 우려의 시각도 있다. 이 때문에 여당 입장에선 그나마 잡고 있는 노동 계층 지지율도 흔들릴 위기에 처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까지 끌어들이며 합의 처리를 부탁했지만, 국민의힘은 거리두기에 나섰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같은 날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나 중대재해법 회기 내 합의 처리를 부탁했는데, 김 위원장은 "법 성격상 의원 입법보단 정부 입법이 낫고, 정부안을 토대로 의원안을 절충하면 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