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송년특집] 내년 건설경기, 역대급 SOC 예산에 공공 '맑음'…민간부문 회복 관건
[2020송년특집] 내년 건설경기, 역대급 SOC 예산에 공공 '맑음'…민간부문 회복 관건
  • 남정호 기자
  • 승인 2020.12.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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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국내외 수주 늘었지만 불확실성 확대에 투자는 감소세
부동산 규제 리스크·주택 분양 기저효과로 '민간 성장 불투명'
해외수주, 글로벌 코로나 사태 통제 여부 따라 희비 엇갈릴 것
경기도 광주시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 (사진=신아일보DB)
경기도 광주시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 (사진=신아일보DB)

건설산업은 전통적으로 우리나라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높은 기여도를 보여왔다. 코로나19가 전 산업을 강타한 올해도 건설산업은 고군분투하며 나라 경제의 기반을 지지했다. 이런 상황을 잘 아는 정부도 국내 건설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는 SOC에 투입할 내년 예산을 역대 최대 규모로 잡았다. 그러나 현재 진행형인 코로나 사태와 부동산 시장을 매섭게 바라보는 정부의 태도는 여전히 부담이다. 신축년(辛丑年) 새해를 준비하는 우리 건설산업이 처한 상황을 전문가들과 함께 분석해봤다.<편집자 주>

올해 국내 건설업은 코로나19 여파에도 국내외 수주 등에서 성장세를 보였다. 그러나 건설 경기의 동행지표인 건설투자는 정부 부동산 규제로 인한 불확실성 등으로 감소세를 나타냈다. 내년 공공부문 수주와 투자는 역대급 정부 SOC 예산 영향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다만, 민간부문은 정부의 부동산 규제 지속과 올해 주택 분양 호황에 따른 기저효과로 성장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해외수주는 주요 발주국이 코로나19를 얼마나 잘 통제할 수 있느냐에 따라 희비가 갈릴 것으로 예상됐다.

◇ 올해 선행·동행지표 추세 엇갈려

30일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건설수주는 총 145조4891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작년 동기 122조6101억원 대비 18.7% 오른 수치다. 올해 건축허가 면적은 1억1930만4000㎡로, 지난해 같은 기간 1억1651만2000㎡에 비해 2.4% 늘었다. 건설수주와 건축허가는 앞으로 건설경기를 가늠하는 대표적인 선행지표다.

다만, 동행지표인 건설투자는 감소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건설투자는 올해 1분기에 전기 대비 0.5% 상승한 후, 2분기에 1.5% 하락했고, 3분기에 7.3%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선행지표와 동행지표 간 차이와 관련해 정부 규제로 인한 불확실성과 변동성을 지적했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하 건산연) 부연구위원은 "최근 건설 경기는 선행지표인 수주만 증가하고 동행지표인 건설투자가 위축돼 지표 간 괴리가 확대되고 있다"며 "이는 경기가 어려운 가운데 정부 규제로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010~2021년 SOC 본예산 추이(단위:조원). (자료=기획재정부)
2010~2021년 SOC 본예산 추이(단위:조원). (자료=기획재정부)

◇ 국내 건설, 공공 '증가' 민간 '감소'

내년에는 역대 최대 규모 SOC(사회간접자본) 예산으로 인해 공공건설 부문 수주와 투자가 증가할 전망이다. 다만, 민간부문 수주와 투자가 얼마나 회복할 수 있는지는 미지수다.

건산연은 '2021년 건설·부동산 경기전망 온라인 세미나'에서 내년 국내 건설수주는 민간 건축 수주 위축으로 올해 대비 6.1%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건설투자는 민간은 부진하지만, 공공이 증가해 0.2%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박철한 부연구위원은 "최근 주거용 건물 투자가 증가한 것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회피와 청약 호황에 앞당겨 분양한 게 많은 영향"이라며 "주거용 건물 건설투자는 내년 하반기에나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또, 그는 "내년 상반기는 공공부문에서 이끌어주고, 하반기에 민간 건설 경기가 일어난다면 전체적으로 플러스가 될 수 있겠다"며 "시장의 불확실성을 낮추기 위해서는 내년 상반기에 공공 부양책을 집중해야 하며, 부동산 규제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공공부문 수주와 건설투자를 가늠할 수 있는 내년도 SOC 예산은 26조5000억원이 편성됐다. 애초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에 비해 5000억원 늘어난 규모며, 역대 최대였던 지난 2010년 25조1000억원을 넘어선 액수다.

정부 SOC 예산은 이명박 정부 때인 지난 2010년 25조1000억원으로 최고를 기록한 뒤 2016년까지 23조~24조원대를 유지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인 2018년 19조원으로 감소한 뒤, 2019년 19조8000억원, 올해 23조2000억원으로 늘었다.

현대경제연구원도 '내년도 주요 산업별 경기 전망과 시사점'을 통해 공공·토목 수주는 내년 정부 SOC 예산이 대폭 증가하고, 한국판 뉴딜 및 국가균형발전계획,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공공택지 공급계획에 따라 증가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민간·건축 수주에 대해서는 정부의 부동산 시장 규제 지속과 올해 주택 분양 호황에 따른 기저효과, 비주거용 건축 위축 등으로 부진을 예상했다.

정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민간부문은 현재로서는 부동산 규제정책 등으로 인해 내년 상반기까지는 쉽게 살아나진 못할 것 같다"며 "다만, 현재 미분양 물량이 감소하고 있고, 정부의 주택공급 확대방안도 있기 때문에 하반기에는 민간부문도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2010~2020년 해외건설 수주액 현황(단위:억달러). (자료=해외건설협회)
2010~2020년 해외건설 수주액 현황(단위:억달러). (자료=해외건설협회)

◇ 코로나, 내년 해외수주 리스크이자 기회

올해 수주액 300억달러를 넘기며 깜짝 실적을 기록한 해외건설 시장은 앞으로 글로벌 코로나19 상황 통제 여부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29일 기준 올해 해외수주액은 324억4600만달러를 기록 중이다. 이는 작년 한 해 해외 수주액 223억2000만달러보다 45.4% 늘어난 수치다.

다만, 올해 해외 수주액 증가세는 작년 부진에 따른 기저효과가 있고, 매년 600억달러 이상을 기록하던 2010~2014년에 비해서는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수주액은 지난 2010년 715억8000만달러로 정점을 찍은 뒤, 2014년까지 600억달러 수준을 유지해왔다. 이후 2015년 461억4000만달러, 2016년 281억9000만달러로 하락했고, 작년에는 223억달러 수준까지 내려앉았다.

손태홍 건산연 연구위원은 "코로나19가 창궐했음에도 불구하고 연초 목표했던 300억달러를 돌파한 건 의미 있는 일"이라면서도 "이 수치 자체가 완연한 해외 수주 회복의 신호나 상승 반전의 신호라고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내년 해외수주 시장에서 코로나19는 가장 큰 리스크이자 기회라고 내다봤다. 코로나19가 통제 가능한 상황이 된다면, 경제 회복과정에서 필요한 투자가 늘어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해건협 관계자는 "내년에는 코로나 상황이 올해보다는 호전될 것 같고, 각국이 경기 부양을 위한 재정확대 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올해보다 전반적인 시장 상황은 긍정적일 것으로 보인다"며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지만, 여러 긍정적인 시그널들이 있어 적어도 올해 정도 수준은 하지 않을까 전망한다"고 전했다.

오준범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도 "향후 백신 및 치료제 개발과 경제 봉쇄 조치 완화, 경기 부양을 위한 각국 정부들의 재정 투입 확대 등으로 건설 발주물량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며 "우리나라 회사들이 올해 수주 영업이 원활하지 못했지만, 경쟁국 기업들도 똑같은 상황이기 때문에 국가 간 이동제한이 풀리면 수주 가능성이 있는 시장이 늘어날 수 있다"고 봤다.

한편, 건설업계는 내년 해외수주 시장에 대해 급격한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신규 발주는 다소 주춤할 수 있지만, 기존에 계획된 발주들은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A 건설사 관계자는 "내년 해외수주 시장에서 발주량에 급격한 변화가 있을 거라 보지 않는다"며 "중동을 위주로 기존에 계획된 발주는 이어지나, 신규 대규모 투자 등은 주춤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 건설 경기와 관련해서는 정부의 SOC 투자 활성화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B 건설사 관계자는 "국내 건설 경기는 공공 SOC 사업이 많이 발주돼야 살아날 것 같다"며 "실제로 (SOC 예산이 줄어든) 최근 몇 년간 건설사들을 보면, 대부분 주택사업이 먹여 살리고 있다"고 말했다.

south@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