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지지율 올려도 '교체' 압박… 당대표 수난시대
[이슈분석] 지지율 올려도 '교체' 압박… 당대표 수난시대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0.12.07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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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전직 대통령 사과" 예고… 원로·중진·초선 다 반발
당심 잡으려던 이낙연도 위상 추락만… 친문 신뢰도 흔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유죄 판결에 대해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사과를 예고하면서 당 안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지지율 폭락으로 이낙연 대표의 위상이 추락하면서 원내 1·2당 수장이 수난시대에 직면했다.

◇"내가 하겠다는데" vs "임시기구의 장 주제에"

국민의힘 김 위원장은 7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 후 '당 일각에서 전직 대통령 관련 사과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있다'는 말에 "어느 정도 알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크게 구애 받지 않고, 내 판단대로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전날 청년국민의힘 창당대회 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과와 관련해 "처음 올 때부터 예고했던 사항인데, 그동안 여러 가지를 참작하느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었다"며 "시기상으로 봐서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기가 되지 않았나"라고 언급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이날 비공개 회의에서도 "내가 비상대책위원장인데 사과 하나 결정 못하느냐"라며 자신의 뜻대로 사과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당에선 중진이나 초선을 가리지 않고 질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장제원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김 위원장이 당내 최다선 의원을 비롯한 많은 의원과 당원이 반대하는 당 과거에 대한 사과를 강행하려고 한다"며 "절차적 정당성도, 사과 주체의 정통성도 확보하지 못한 명백한 월권"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정통성 없는 임시기구의 장이 당의 역사까지 독단적으로 재단할 권할을 갖고 있지 않다"며 "단 한 번의 의원총회도 거치지 않은 사과가 절차적 정당성을 가진 사과일 순 없다"고 강조했다.

또 김 위원장 발언에 대해 "누구한테 언제 예고를 했느냐"며 "언론이나 혹은 최종적으로 김 위원장을 모시고 온 주호영 원내대표 등 그 누구로부터도 '이 당에 올 때부터 예고'를 듣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과거에 대한 사과'가 취임의 조건이었다면 애당초 김 위원장은 이 당에 오지 못했을 것"이라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운영·설치법 개정안 처리 강행 등) 민주당의 폭주를 막는 것에 당력을 집중해야 할 시기에 비대위원장이 나서 당의 분열만 조장하는 섣부른 사과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배현진 의원 역시 SNS를 통해 "인지부조화가 아찔하다"며 "굳이 사과를 하겠다면 이미 옥에 갇혀 죽을 때까지 나올까 말까 하는 두 전직 대통령보다 문재인 정권 탄생 자체부터 사과해야 맞지 않느냐"고 부각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대 국회의원선거를 앞둔 2016년 1월부터 민주당 비대위 대표를 맡은 바 있다. 당시 여소야대를 이끌면서 민주당의 전국 단위 선거 4연승의 신호탄을 올렸다.

배 의원은 김 위원장을 겨냥해 "이 나라 헌정사를 뒤엎고, 국민 삶을 뒤엎는 문재인 정권을 탄생시킨 스승으로서 '내가 이러라고 대통령 만들어준 줄 아느냐' 한 마디를 뜨겁게 기다렸다"고 소회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이 지난 10월 내년도 예산 국회 시정연설로 방문했을 당시를 언급하면서 "우리 원내대표가 국회에서 청와대 경호원에게 수모를 겪었던 바로 그날, 문 대통령에게 한껏 꾸중해 주길 거라 기대했다"고 전했다. 덧붙여 "우리가 어느 지점에 분노하고 있는지 비상시를 맡은 위원장께 현실 인식의 용기와 지혜를 기대한다"고 고언했다.

배 의원을 당 인재로 영입했던 홍준표 무소속 의원도 여전히 날을 세우고 있다.

홍 의원은 SNS를 통해 "김 위원장의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과는 전 정권을 모두 부정하고 일부 탄핵파의 입장만 두둔하는 꼴"이라며 "민주당 2중대로 가는 굴종의 길"이라고 힐난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두 전직 대통령의 역사적 공과를 안고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부각했다.

◇사안마다 나오는 김종인 비판… "국민이 이해해주겠나"

김 위원장 기치에 반대하는 목소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비대위 출범 당시 '조기 전국대의원대회' 주장이 가까스로 진화된 이후에도 나왔고, 김 위원장이 힘을 실었던 '공정경제 3법' 등을 놓고 반발이 이어졌다. 일각에선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에 따른 반사이익으로 당 지지율이 민주당을 역전한 틈을 타 보수 강경파의 '지도부 흔들기'가 다시 시작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최근 처리한 내년도 예산안을 두고 여야가 합의했을 때도 당 지도부를 면전에서 비판하는 상황도 있었다.

5선 원로 서병수 의원은 지난 2일 국회에서 열린 당 비대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예산안 합의 결과를 보면 국민이 우리 당을 이해해줄지 의문"이라며 "'어쩔 수 없다. 이정도면 됐다'는 식의 모습은 국민에게 매너리즘(회의감)에 빠진 정당으로 비칠까 걱정된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내년 재·보궐 선거는 물론 대통령 선거에서도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강력한 리더십(지도력)을 바탕으로 당 안팎 모든 세력을 용광로처럼 녹여내고, 당 안에서부터 치열한 정책 결정과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서 의원은 이번 김 위원장의 전직 대통령 사과에 대해서도 "'탄핵의 강'은 언젠가는 넘어가야 할 숙명이지만, 박 전 대통령 탄핵 사과만 탄핵의 강을 건널 수 있는 다리가 아니다"라며 "지금은 (사과할) 때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낙연도 리더십 흔들… 당심 잡으려다 부작용만

당 수장에 대한 질타는 결집력이 강한 민주당에서도 나온다. 이 대표 역시 차기 대통령 선거 출마 전 당심을 잡기 위해 당권 섭렵에 나섰지만, 악재 반복으로 되려 친문으로부터 신뢰를 잃는 양상이다.

먼저 지난 6일로 취임 100일을 맞은 이 대표에 대해선 강경 세력과 중도 지지층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자신의 장점으로 내세웠던 합리적 중도의 관념도 퇴색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장 큰 문제는 대선 후보로서의 공약이나 경쟁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여당 대표로서 최대 경제 현안이자 문재인 정부 약점인 부동산 문제를 제대로 풀지 못하고 있다는 게 대표적인 실책으로 꼽힌다.

이 대표는 지난 7~8월 '임대차 3법'을 여당 주도로 강행 통과시켰지만, 전세난은 가중됐고 미래주거추진단을 꾸렸다. 하지만 아직까지 효과적인 대책을 내지 못하고 있고, 미래주거추진단장을 맡은 진선미 의원은 "아파트에 대한 환상을 버려라" 등의 실언을 쏟아내 오히려 공분만 샀다.

추 장관과 윤 총장 갈등을 중재하지 못했다는 평가도 다수다. 여당 대표로 정치적 해법을 내놓기보단 친문 세력을 의식해 일방적으로 추 장관 편들기에 나선 게 상황을 악화시켰다는 지적이다. 윤 총장 국정조사도 야당의 호응을 받으면서 당 안에서 우회적 비판이 나왔다.

맞물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던 이 대표의 최측근 이모 대표실 부실장이 지난 4일 숨진 채 발견되면서 부담은 더 커졌다. 이 대표는 SNS에 "착하고 성실한 동지였다"고 추모했지만, 옵티머스 자산운용 등 기업체로부터 장기간 지원을 받았다는 의혹 등에 대해선 침묵했다.

정치권에선 내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이 완패할 경우 이 대표의 대선 경선 출마도 장담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리얼미터가 발표한 12월 1주차 주간집계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지난달 4주차 주간집계 대비 4.4%포인트 떨어진 29.7%다. 국민의힘은 같은 기간 3.4%포인트 오르면서 31.3%를 기록했다. 이 대표 취임 후 지지율이 하락세를 타고 있다는 것은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이번 조사 YTN 의뢰,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4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 임의 전화걸기,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2.0%p, 응답률 4.0%, 자세한 내용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확인)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