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운영위서 "광화문 집회 주동자는 도둑놈이 아닌 살인자"
국민의힘 "비서실장 자격 의심케 하는 망언… 자리 자격 없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의 '살인자' 발언과 관련, 야권은 사퇴를 요구하는 등 집중포화를 퍼부었다.
앞서 노 실장은 4일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의 청와대 국정감사에서 야당이 광화문 집회를 막기 위한 경찰의 '차벽'을 비판하자 "허가되지 않은 광화문 집회만으로 코로나19 확진자만 600명 이상이 나왔다. 지난 8·15 광화문 집회 주동자는 도둑놈이 아닌 살인자"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 발언을 두고 즉각 여야 의원들이 고성을 주고받는 등 소란이 벌어지자 김태년 위원장이 정회를 선언했고, 이후 재개되자 노 실장은 "민을 대상으로 살인자라고 한 적은 없다. 집회 주동자에 대해서만 말씀을 드린 것"이라며 "도둑놈이라기보다 살인자가 맞다는 표현을 썼는데 저도 너무 과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노 실장이 해명하고 유감을 표했지만, 국민의힘은 다음날인 5일까지 비판을 쏟아냈다.
김은혜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내 편이 하면 의인, 네 편이 하면 살인이냐"며 "비서실장 자격을 의심하게 하는 망언"이라고 분노했다.
또 "우리 국민을 총살·화형한 북한에는 살인자라고 한마디도 못하고 분노의 화살을 국민에 겨누고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의 뜻을 반영한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후안무치 비서실장은 그 자리에 있을 자격이 없다"고 사퇴를 요구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도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대통령 비서실장 자리는 대통령을 보좌하고 그 뜻을 전달하는 메신저"라며 "살인자란 표현은 이 정권 사람들이 국민을 대하는 오만과 교만을 명장면"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일 질병관리청 출범을 하루 앞두고 정은경 초대 청장을 방문해 임명장을 전달한 것을 언급하며 "문재인 대통령은 50명 기준 어기고 많은 인파와 함께 질병관리본부를 방문했다"며 "그 행사를 주도한 사람들도 살인자인가"라고 비꼬았다.
성 비대위원은 이어 "진짜 살인자인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해선 한 마디도 한 적이 없다”며 “과다한 경찰력 동원에 대한 국민의 물음에 살인자라고 표현하는 것은 권력에 취한 이 정권 사람들의 오만을 보여주는 명장면"이라고 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도 이날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적절하지 않은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윤희숙 의원은 페이스북에 "본인들 지지자가 아니면 국민을 살인자라고 부르는 청와대"라며 "국가 방역정책에 대한 비협조로 비판의 여지가 많은 집회였지만 국민을 살인자로 치부했다는 것은 청와대가 우리 편과 적으로 국민을 얼마나 철저히 분리하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더 우려스러운 것은 이들이 전체 국민을 대표하는 척 할 필요도 못 느낄 만큼 권력 기반을 확신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국민을 가르고 저열한 손가락질을 주도하는 것을 자신들의 권력을 다지는 핵심 수단으로 삼고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