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사태’ 수사 박순철 서울남부지검장 사의…검찰내 '술렁'
‘라임사태’ 수사 박순철 서울남부지검장 사의…검찰내 '술렁'
  • 권나연 기자
  • 승인 2020.10.22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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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여론 편가르기 비판 대체로 공감…일부 '부적절' 평가도
추미애 장관 “지검장 사의 표명 유감…수사팀, 진실규명에 전념”
박순철 서울남부지검장.(사진=연합뉴스)
박순철 서울남부지검장.(사진=연합뉴스)

라임자산운용(라임) 펀드 사기 사건을 수사해 온 박순철 서울남부지검장이 22일 사의를 표명하면서 검찰 내부가 술렁이고 있다. 

특정 수사를 놓고 정치권과 여론을 '편 가르기' 하는 것 아니냐는 박 지검장의 비판에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반면 라임 사건을 둘러싼 정관계 로비와 검사 술 접대 의혹 등을 수사해야 하는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사의 표명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 지검장은 이날 오전 검찰 내부 통신망에 '라임 사태에 대한 입장'이란 제목의 글을 통해 “정치가 검찰을 덮어버렸다”면서 “김봉현의 입장문 발표로 그동안 라임 수사에 대한 불신과 의혹이 가중되고 있고, 검찰이 이렇게 잘못 비치고 있는 것에 대해 더는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고 사의를 표명했다.

박 지검장의 사의 표명에 검사들은 대체로 공감하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이 제한적으로 행사돼야 한다'는 언급에는 할 말을 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수도권 검찰청에 재직 중인 A검사는 “사의까지 한 걸 보면 답답한 마음이 크지 않았을까 싶다”며 “수사 결과가 어떤 식으로 나오든 양쪽에서 공정하다고 하지 않을 테니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검찰청의 B검사는 박 지검장의 법무부 장관 수사지휘권 행사 비판을 두고 “많은 검사의 생각을 대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검사 역시 “법무부가 총장만을 지휘하게 돼 있는데, 총장 지휘를 배제하면서 법무부가 남부지검에 수사의뢰를 한 것은 장관이 총장 외의 검사를 지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라임 수사가 한창 진행 중인 상황에 수사의 책임자가 사의 표명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재경지검의 C검사는 “이럴 때일수록 자리를 지키면서 강단 있게 수사를 해주면 좋지 않겠는가”라며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이와 관련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갑작스러운 사의에 유감을 전하며 흔들림 없는 진실 규명을 거듭 당부했다.

추 장관은 “국민적 의혹이 제기된 라임 사건을 엄정하고 신속하게 수사해야 할 중대한 시기에 상급 기관과 정치권으로부터 독립된 철저한 수사에 관한 책무와 권한을 부여받은 검사장이 사의를 표명하는 상황에 이르게 된 점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남부지검 수사팀은 흔들림 없이 오로지 국민만을 바라보고 진실 규명에 전념할 것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kny062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