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태섭 탈당에 본색 드러낸 정치권… "재보선 때문" vs "몇 안 되는 소신파"
금태섭 탈당에 본색 드러낸 정치권… "재보선 때문" vs "몇 안 되는 소신파"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0.10.21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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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태섭 "오만한 여당" 작심 비판… 김남국 "선거판서 자리 없으니 이적하려고"
국민의힘 "응원한다" 메시지… 김종인 "탈당 관계 없이 만나볼 순 있다" 긍정
지난 2월 18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 참석한 금태섭 전 의원 (사진=연합뉴스)
지난 2월 18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 참석한 금태섭 전 의원 (사진=연합뉴스)

금태섭 전 의원이 더불어민주당에 마지막 쓴소리를 가하며 탈당하자 정치권 본색이 드러났다. 여당은 냉정하게 돌아섰고, 야당은 '러브콜'까지 보내는 등 입장차를 보였다.

금 전 의원은 21일 "마지막 항의의 뜻으로 충정과 진심을 담아 탈당계를 낸다"며 "더 이상은 당이 나아가는 방향을 승인하고 동의할 수 없는 지경"이라고 민주당을 작심 비판했다.

당내 소신파로 꼽혔던 금 전 의원은 지난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 표결에서 '찬성' 당론과 달리 기권표를 던졌고, 당 윤리심판원에서 '경고' 징계를 받았다. 4·15 총선 공직선거후보자추천(공천)도 못 받아 일각에선 보복성 '컷오프(배제)'라는 지적이 나왔다.

금 전 의원은 "'징계 재심 뭉개기'가 탈당 이유의 전부는 아니다"라며 "민주당은 예전의 유연함과 겸손함, 소통의 문화를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변했다"고 고언했다. 이어 "다른 무엇보다 '편 가르기'로 국민을 대립시키고, 생각이 다른 사람을 범법자·친일파로 몰아붙이며 윽박지르는 오만한 태도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질책했다. 

또 "우리 편에 대해선 한없이 관대하고, 상대방에게는 가혹한 '내로남불', 이전에 했던 주장을 아무런 해명·설명 없이 뻔뻔스럽게 바꾸는 '말 뒤집기'의 행태가 나타난다"며 "우리는 항상 옳고, 우리는 항상 이겨야하기 때문에 원칙을 저버리고 일관성을 지키지 않는 것쯤은 아무 것도 아니라고 여긴다"고 질타했다.

금 전 의원이 탈당하자 과거 '금 전 의원처럼 되겠다'던 초선 김남국 민주당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자신의 이익과 자리만 쫓아다니는 철새 정치인'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고, "아무런 정치적 이벤트(명분)도 없고 관심도 없는데 너무나 갑작스럽다"며 "유아적 수준의 이기적인 모습"이라고 힐난했다.

김 의원은 또 "탈당해서 국민의힘에 입당해 내년 재·보궐 선거에서 서울시장이나 지역구 국회의원 재보궐을 준비하려는 계획"이라며 "민주당에서 한 번 더 의원 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으니 그럼 하루라도 빨리 다른 당으로 가서 자리를 잡자는 조급함 때문"이라고 추측했다.

이어 "차기 대통령 선거판을 딱 보니 민주당 내에선 중요한 역할을 맡기는 어려울 것 같고, 탈당해서 중간지대에 있으면서 대선판에서 기회를 찾자는 생각일 것"이라고 말했다.

금 전 의원과 함께 당내 소신파 중 한 명이었던 박용진 의원은 "금 전 의원의 결정이 유감이고 안타깝다"며 "탈당이라는 방식으로 당의 마지막 충정을 보여주겠단 말도 이해는 하지만, 동의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반면 야당에선 응원과 안타까움을 표했다.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사람에게 가장 힘든 것은 마음과 몸을 따로 행동하는 것"이라며 "민주당 내부에는 합리적이고 훌륭한 지인이 여전히 존재한다. 그러나 그분들은 문제 의식을 입 밖으로 내지 못한다. 그래서 금 전 의원을 응원한다"고 전했다.

같은 당 박수영 의원도 "의원의 소신 따윈 필요 없고 징계의 대상이나 되는 정당에서 누군들 몸담고 싶겠는가"라며 "그래도 우리 정치가 몇 안 되는 제대로 된 사람 하나를 또 잃는 게 아닌가 싶어 안타깝다. 부디 정치를 완전히 떠나지 말고 권토중래하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위원장도 당 비대위원장-중진의원 연석회의 후 금 전 의원 영입 가능성에 대해 "의향이 어떤지 확인한 적이 없기 때문에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입당 의향을 알아볼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아도 탈당과 관계 없이, 만나기도 했던 사람이라 한 번 만나볼 순 있다"고 답했다.

같은 당 장제원 의원은 "탈당하자마자 만나보겠다는 국민의힘이나 탈당하자마자 저주를 퍼붓는 민주당이나 사람을 대하는 자세가 어찌 그리 똑같은가, 오두방정이 참 가관"이라고 여야 모두를 비난했다.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