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소녀상’ 철거 보류…지역당국 “절충안 마련 원해”
베를린 ‘소녀상’ 철거 보류…지역당국 “절충안 마련 원해”
  • 이상명 기자
  • 승인 2020.10.14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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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가처분 신청으로 철거 시한 더이상 적용 안돼"
13일 독일 수도 베를린에서 시민들이 거리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에 대한 당국의 철거명령에 항의하기 위해 미테구청 앞에서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3일 독일 수도 베를린에서 시민들이 거리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에 대한 당국의 철거명령에 항의하기 위해 미테구청 앞에서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독일 수도 베를린 거리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이 당장 철거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베를린 미테구청은 13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현지 시민단체 코리아협의회가 미테구 거리에 설치된 소녀상 철거 명령에 대해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냈다”면서 “내일인 철거 시한이 더 이상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미테구는 시민단체의 가처분 신청으로 ‘소녀상’의 철거 시한이 더 이상 적용되지 않는 것과 관련해 추가 조치를 내리지 않고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기로 했다면서 “절충안이 마련되길 원한다”고 덧붙였다.

슈테판 폰 다쎌 미테구 구청장은 “우리는 복잡한 논쟁과 관련된 모든 당사자들의 입장 및 우리의 입장을 철저히 따지는 데 (가처분 신청)그 시간을 사용하겠다”며 “해당 사안과 관련된 모든 사람이 공존할 수 있는 방법으로 ‘평화의 소녀상’이 설계되는 것을 환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테구는 시간·장소·이유를 불문하고 무력 충돌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성에 대한 모든 형태의 성폭력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보도자료가 발표되기 앞서 다쎌 구청장은 이날 오후 미테구청 앞에서 열린 소녀상 철거 반대 집회에 통보 없이 방문해 “가처분 신청으로 철거 기한에 시간이 생겼다”면서 “조화로운 해결책 논의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독일 녹색당 소속의 다쎌 구청장은 “며칠간 소녀상과 관련된 역사를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시민들의 이같은 참여가 인상 깊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베를린에 거주 중인 많은 일본계 시민으로부터 소녀상 설치를 반대하는 서한을 받았다”면서 “일본 정부의 압력으로 소녀상 철거 명령을 내린 것이 아니였다”고 설명했다.

또 일본 정부가 아닌 “독일 연방 정부와 베를린 주정부로부터 소녀상에 대한 문제를 제기 받았었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해 7월 미테구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평화의 소녀상’이 국제적인 전쟁 피해 여성 인권과 관련된 문제라는 점을 인정해 기념물 설치를 허가한 바 있다.

그러나 제막식이 거행된 지난달 말 이후 일본 측의 반발이 거세지자 지난 7일 소녀상 설치를 주관한 현지 시민단체인 코리아협의회에 오는 14일까지 철거할 것을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다만 미테구청의 이 같은 입장 선회(가처분 신청까지 기다리기로 한)로 소녀상은 일단 당장 철거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현지 한국관련 시민단체 및 한국계 시민들이 강력히 반발한 것도 입장 변화에 영향을 준 것으로 해석된다.

더욱이 녹색당 내부에서도 기념물 철거 명령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는데다 녹색당, 좌파당과 함께 베를린 좌파 연립정부를 구성 중인 사회민주당 내에서도 반발이 나오고 있는 상황.

이날 베를린 시민 300여 명은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철거 명령을 내린 미테구청 앞까지 30여분 간 철거 명령의 철회를 요구하는 거리 행진을 벌였다.

베를린의 소녀상의 존치를 위해 비문을 수정하는 방향으로 타협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가운데 앞서 미테구는 소녀상의 비문이 한국 입장에서 일본을 겨냥하고 있다는 이유를 들며 철거할 것을 명령했다.

현지 시민단체 관계자는 “비문을 추가로 설치하는 방안 등 여러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면서 “전쟁 피해 여성 문제에 대한 교육 확대 등도 논의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vietnam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