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법 통과시킬 땐 언제고… 국회, 현안 두고 뒤늦게 딴소리
[이슈분석] 법 통과시킬 땐 언제고… 국회, 현안 두고 뒤늦게 딴소리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0.10.08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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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위, 2018년 통과시킨 대주주 요건 두고 홍남기에 "왜 고집하냐"
'낙태죄 폐지' 대체입법 강 건너 불구경… 뒤늦게 "정부안 수용 불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기재부 조세정책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기재부 조세정책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주주·낙태죄·공수처 등 해묵은 논란이 국정감사에 들어서자 다시 고개를 들었다. 이전부터 법안 논의 시간이 충분히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발등에 불이 떨어진 여야가 말을 바꾸기 시작했다.

<신아일보>는 8일 정치권 주요 현안으로 다시 떠오른 의제에 대한 여야 입장과 현황을 분석했다.

 

◇통과시킬 땐 언제고… 여야, 대주주 요건 두고 "유예하자"

먼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정부가 주식 양도차익 과세 대상 '대주주' 기준을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추기로 한 방침에 대해 일제히 비판을 쏟아냈다. 해당 내용은 지난 2918년 국회가 통과시킨 세법 개정안이다.

기재위는 8일 기획재정부 조세정책 국정감사에서 대주주 요건을 3억원으로 낮추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정부의 방침 수정을 요구했다.

현행법상 내년부터는 양도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여부를 판단하는 주식 보유액 기준이 현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대폭 낮아진다. 대주주 판단 기준일인 올해 연말을 기준으로 특정 종목을 3억원 이상 보유한 주주는 세법상 대주주로 분류한다. 내년 4월부터 양도차익의 22∼33%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기본 공제액은 제외하고 지방세 포함한 액수다.

이때 주식 보유액은 주주 당사자는 물론 사실혼 관계를 포함한 배우자와 부모·조부모·외조부모·자녀·친손자·외손자 등 직계존비속과 그 외 경영지배 관계 법인 등 특수관계자가 보유한 주식을 모두 합산해 계산한다.

이같은 방안은 지난 2017년 정부의 세법 개정에 따른 것이다. 국회는 2018년 2월 법안을 통과시켰다. 대주주의 범위를 기존 25억원에서 그해 15억원, 2020년 10억원, 2021년 3억원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했다.

하지만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번 국감에서 "'국민이 뭐라고 하든 말든 이미 계획한 것이니 가야겠다'는 것은 바른 자세가 아니라고 본다"며 "과세 형평도 중요하지만, 시장에 미칠 영향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대주주 범위를 낮추지 말고 그냥 유예하자"고 말했다.

같은 당 양향자 의원도 "대주주 10억원 요건에 적용돼 세금을 3억원 정도 냈던 사람으로서 얼마나 불편했는지 모른다"며 "3억원 요건은 국민적 시각에서도 맞지 않고 '동학개미'를 포함해봐도 맞지 않는다. 정당에서도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고 압박했다.

현재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성호 의원도 이 자리에서 "상장주식 대주주 요건 중 지분율은 2016년부터 1%로 변함이 없는데, 보유액은 25억원에서 3억원으로 줄고 있다"며 "금액보다는 오히려 지분율 요건을 내리는 게 맞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은 "대주주 양도세 문제가 쟁점인데, 저도 여당과 의견이 같다"며 "법은 국회에서 제정하는 것이니 기재부 의견은 참고하고, 여야가 뜻을 모으면 (대주주 요건 10억원 유지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같은 당 류성걸 의원의 경우 "제가 이미 '현대판 연좌제' 가족 합산을 제외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제출했다"며 "대주주 개념이 너무 광범위하고 기준도 최초 100억원에서 계속 낮아지고 있다"고 부각했다.

하지만 홍 부총리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민주당 양 의원이 '3억원' 요건을 고집하는 이유를 묻자 홍 부총리는 "제가 고집을 피운다고 생각하지 말아달라"고 맞섰다. 이미 국회가 결정한 사안이라는 것이다.

홍 부총리는 또 "3억원이라는 게 한 종목당 3억원이고, 두 종목이면 6억원"이라며 "'너무 높다, 낮다 판단'이 있겠지만 정부로선 이미 2년 전에 법을 바꾸고 시행령에 3억원이라고 예고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시 거꾸로 간다는 게 정책 일관성과 자산소득 과세 형평을 고려하면 쉽지 않은 결정"이라며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고려해 판단해봐도 3억원 요건은 당초대로 가는 게 맞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거듭 피력했다.

 

◇'낙태죄 폐지' 2달 남겨두고… 뒤늦게 날뛰는 범여권

헌법재판소가 주문한 낙태죄 폐지 관련 대체 입법을 두고 수수방관하던 국회는 최근 정부가 입법예고에 나서자 뒤늦게 입법부 역할을 하겠다고 날뛰고 있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4월 낙태죄를 규정한 형법 269조와 270조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1945년 제정한 '낙태의 죄'는 성폭력이나 근친상간, 건강상 위험 등 예외적 사유에 한해 임신 6개월(24주) 이내 낙태를 허용한다. 여기 해당하지 않는 사람이 낙태할 경우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현재까지 낙태죄가 없는 나라는 전세계 어디에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헌재는 해당 조항에 대해 '과잉금지원칙에 반해 임부의 자시결정권을 침해한다'고 의견을 냈고, 국회는 이에 따라 올해 12월 31일까지 법 조항을 개정해야 한다.

그럼에도 법안 마련은 지지부진했고, 보다못한 정부가 낙태(임신중단) 허용 범위를 확대하되 낙태죄 자체는 존치하기로 한다는 내용의 법안을 내놨다. 정부발 형법·모자보건법 입법예고는 임신 초기인 14주까지 낙태를 허용한다. 임신 24주까지는 기존 허용 사유에 사회적·경제적 사유를 추가한 일정조건 하에 낙태가 가능하도록 했다. 임신 25주부터는 낙태시 종전과 같이 처벌받는다.

이를 두고 정의당·기본소득당 등 진보 야당과 여당은 낙태에 대한 전향적인 입장을 정부에 요구하고 나섰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낙태를 비범죄화하고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는 내용의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발표했다.

박 의원은 "법무부가 전날 입법예고한 형법 개정안은 낙태죄를 오히려 공고화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현행 낙태죄 조항을 그대로 두고 허용요건 조항만 추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헀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여당 간사 권인숙 의원은 "사문화되고 위헌성을 인정받은 낙태 처벌 규정을 되살려낸 명백한 역사적 퇴행"이라며 "더 이상 국회는 침묵하지 않고 임신중단 여성에 대한 처벌과 통제가 아닌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부각했다.

정의당도 "페미니스트(여성비호주의자) 대통령이라고 자처했던 문재인 정부가 여성 인권을 퇴행시키는 이 행태를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성토했다. 

조혜민 정의당 대변인은 오전 브리핑에서 "한 언론사의 보도에 따르면 복수의 정부 관계자가 '낙태죄 개정안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청와대의 입장이 크게 작용했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며 "시민의 건강권 보장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처벌과 낙인에 앞장서는 청와대에 참담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도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안은) 오랜 시간 동안 낙태죄 폐지를 외쳐왔던 국민과 여성의 염원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시 칼 빼든 공수처 출범… 불난집 부채질하는 여당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을 위한 입법은 여전히 논쟁 중이다. 지난해 '패스트 트랙(신속처리안건)' 정국을 야기하면서까지 통과를 강행시켰지만, 이제와서 야당 비토권을 없애겠다고 나섰다.

민주당은 국정감사가 종료되는 오는 26일을 야당 몫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 추천 '데드라인(마감시한)'으로 정하고, 야당이 이에 응하지 않을 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한 '야당 패싱(무시)' 공수처법 개정안을 처리하겠다고 최후통첩을 날렸다. 국민의힘이 협조하지 않을 경우 11월 중 본회의를 열어 공수처 출범을 관철하겠다는 구상이다. 오는 12일이면 공수처 출범 법정시한(7월15일)을 100일이나 넘기게 된다. 더 시간을 줄 수 없다는 게 민주당 지도부 판단이다. 

공수처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교섭단체 몫으로 국민의힘이 가진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 추천권은 사실상 무력화된다. 여당 뜻대로 공수처 출범이 가능해진다.

앞서 여당은 21대 국회 개원 전부터 상임위원회 위원장 독식과 원 구성 강행, 부동산 3법 등을 밀어붙이며 '입법독주·의회독재'라는 거센 비판을 받았다. 공수처 강제 출범에 대해선 강경론을 잠시 접고 여론을 주시해왔지만, 더 물러설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실제 야권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 비위 의혹을 부각하며 공세를 퍼붓고 있다.

윤호중 법사위원장은 이날 오전 실시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당 소속 법사위원 연석회의에서 "공수처법이 7월 15일 시행됐고, 10월 25일이면 100일을 넘어서게 되지만, 특정 정당에 의해 (출범이) 이행되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해 대단히 유감스럽다"며 "국정감사가 끝날 때까지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을 추천하지 않는다면 계류 중인 공수처법 개정안을 즉각 처리할 수 밖에 없다는 통첩성 말씀을 드릴 수 밖에 없다"고 국민의힘을 압박했다.

윤 위원장은 "야당에선 공수처에 대해 마치 공수처법을 개정하는 민주당의 시도를 탄압하는 공수처를 만들고, 정부·여당이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는 공수처를 만들기 위해 법을 개정한다고 공격하고 있다"면서도 "실제로 그렇지 않다. 공수처는 어디까지나 권력형 비리를 근절하기 위한, 공직자의 부패를 척결하기 위한 기구"라고 부각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는 지난 박근혜 정부를 탄핵으로 몰아내고 세워진 촛불혁명 정부"라며 "탄핵 당한 박근혜 정부처럼 우병우 전 민정수석을 통해 검찰권력을 사유화했던 것과는 기본적으로 궤를 달리하는 민주 정부"라고 자평했다.

윤 위원장은 국민의힘을 향해 "깨끗한 정부를 만들려면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 노력에 협조해주길 바란다"며 "올해 중 반드시 출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피력했다.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