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선진국 '언택트 베팅'으로 불법시장 견제…'국내도입 시급'
스포츠 선진국 '언택트 베팅'으로 불법시장 견제…'국내도입 시급'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0.10.05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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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프랑스 등 스포츠 베팅 합법화로 불법 확산방지 '효과'
독일 내년 7월 제도화, 인도 긴급허용으로 세수 확보 나서
싱가포르 사행성 심화 우려에 철저한 관리로 부작용 최소화
국내 축산경마 종사자 "언택트 경마로 붕괴 조속히 막아야"
코로나19 여파로 경마는 지난 2월부터 현재까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코로나19로 경마가 중단된 서울 경마공원의 모습. (제공=한국마사회)
코로나19 여파로 경마는 지난 2월부터 현재까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코로나19로 경마가 중단된 서울 경마공원의 모습. (제공=한국마사회)

코로나19로 타격이 큰 경마를 비롯한 합법적인 스포츠베팅 산업을 유지하기 위해 온라인 마권 등 비대면 수단을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스포츠 선진국들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맞서 ‘언택트(Untact, 비대면)’ 플랫폼을 적극 시행해 불법 베팅 시장을 견제하고 있지만, 우리는 제자리에 머물러 있어 자칫 퇴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장기화로 해외 다수 국가들은 관중 입장제한, 선수·물자 이동제한 정책을 시행하면서도 스포츠 베팅산업을 지속하기 위해 언택트 플랫폼을 최대한 활용하거나 새롭게 도입하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스포츠산업 대국인 미국은 일찌감치 언택트 시대를 준비했다. 블록체인과 5세대(G) 이동통신 기술이 상용화되면 온라인과 모바일을 통한 스포츠베팅이 대세가 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 2019년 글로벌 컨설팅사 PwC는 미국의 스포츠산업 규모가 2018년 711억달러(약 82조7000억원)에서 2023년 831억달러(96조6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는 가운데, 온라인 베팅 등 언택트 채널로 불법 스포츠베팅 시장을 견제한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2018년부터 각 주(州)에 스포츠베팅을 합법화할 수 있는 결정권을 부여하면서 불법 스포츠베팅 시장이 견제했다.

미국 내 경마의 경우, 온라인 베팅이 최근까지 불법으로 간주된 다른 종목과 달리, 2000년대 중반부터 온라인 베팅을 통해 불법경마 시장을 흡수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미국 내 스포츠산업시장 성장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유럽도 상황은 비슷하다. 베팅정책에 대해선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했던 독일은 2011년 온라인 스포츠베팅을 한시적으로 허용하면서 불법 도박시장은 4억5000만달러(5233억원)에서 2억달러(2326억원)로 절반 이상 줄어든 반면, 합법산업은 1300만달러(151억원)에서 5500만달러(640억원)로 4.2배 증가했다.

독일은 온라인 스포츠베팅 허용기한이 만료되는 내년 7월부터 아예 제도화해 지속적으로 시행할 방침이다.

프랑스도 2010년부터 온라인 스포츠베팅을 합법화한 이후, 불법도박시장을 흡수하면서 관련시장 규모는 절반 이하로 쪼그라들었다.

인도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언택트 베팅을 조속히 허용했다. 인도의 카르나타카주 정부는 뭄바이·델리 등 다른 주들과 달리 온라인 마권 발매를 허용하지 않았으나, 올 7월부터 온라인 마권 발매를 승인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피해를 입고 있는 경마산업 관계자들을 보호하는 한편, 급격히 감소한 세수와 공익기금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인도 하원의원인 카르티 치담바람 의원은 이 같은 결정을 두고 트위터에 “모든 스포츠의 온라인 발매가 합법화돼 그 수익금을 스포츠와 교육 분야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눈에 띄는 점은 인도의 경우, 도박금지법으로 모든 도박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지만, 경마는 운과 기술에 의한(not just luck-based, but also skill-based) 것으로 보기 때문에 예외로 분류하고 있다.

물론, 언택트를 활용한 스포츠 베팅에 대한 사행성 심화 우려의 시각도 존재한다. 하지만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2016년부터 마권에 한해 온라인 발매를 도입하면서 철저한 본인인증을 통한 현장 가입, 자가 통제 기능 운영 등으로 부작용에 대처하는 한편, 첨단기술의 불법도박 사이트 차단시스템 구축으로 불법도박을 합법산업으로 유인시켜 관리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코로나19 장기화로 경마와 경륜, 경정 등 합법적인 스포츠베팅산업이 중단된 가운데, 이 기간 동안 불법도박시장은 빠르게 확산하는 추세다.

실제,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에 따르면 코로나19가 시작된 올 2월부터 8월까지 도박 상담 건수는 9468건으로 전년 동기보다 13.5% 늘었다. 경마·경륜·경정 불법사이트 신고건수는 올 9월까지 7703건이 접수됐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6077건보다 1626건이나 증가했다.

지난 4월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이하 사감위)가 발표한 국내 불법도박시장 규모는 81조5000억원으로 합법산업의 4배에 육박한다. 이 중 67%는 온라인 불법도박이 차지했다.

이와 관련해 경마산업 종사자들은 언택트 발매 활용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축산업과 경마산업 단체들로 구성된 ‘축산경마산업 비상대책위원회(회장 권광세)’는 5일 온라인 마권 발매의 조속한 입법 시행을 요청하는 탄원서를 정부와 국회에 전달했다.

13개 축산·경마단체가 서명한 탄원서는 코로나19 사태로 붕괴 직전에 내몰린 경마산업을 회생시키기 위해서는 ‘온라인 마권 발매’가 반드시 입법돼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탄원서는 미국과 일본, 영국을 비롯한 경마 선진국들은 모두 비대면 온라인 마권 발매를 통한 언택트 경마를 실시하면서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축산경마산업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00여개가 넘는 경마 시행국들 중 온라인 마권발매를 허용하지 않는 나라는 우리를 포함한 2~3개국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담겼다.

경마산업을 전반적으로 지원하는 한국마사회의 경우, 매출의 상당액을 축산발전기금으로 납입하고 있지만, 코로나19로 지난 2월부터 경마 셧다운이 지속돼 1조가 넘는 세수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곧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세수 확보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아울러 경마공원과 장외발매소에 입점한 90여곳의 편의점과 식당, 경마정보업계도 경마 중단으로 각각 233억원과 286억원 상당의 매출 손실이 추정된다.

경마 종사자들은 탄원서를 통해 한 목소리로 “경마가 중단되면서 축산경마산업 종사자들은 실직과 폐업, 파산으로 이어져 생존권을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는 대공황 상태”라며 “현재 국회에 계류된 온라인 마권발매 시행 법률을 하루빨리 입법시켜 축산경마산업 기반이 붕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축산경마산업 관련 단체들은 경마산업 붕괴에 대한 정부 대책이 미흡할 경우, 시위 등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parks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