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적십자, 확진자 돌보다 휘청… 정 총리 "기재부 말 안 듣는다" 웃음만
영주적십자, 확진자 돌보다 휘청… 정 총리 "기재부 말 안 듣는다" 웃음만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0.09.18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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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치료 공헌 '영주적십자병원' 5억원 적자 시민 혈세로 갚아야
박형수 "대구 확산 때 병원 내주고 이젠 빚까지 부담해야" 지적
丁 총리 "보답해야 하는데 기재부 말 안 들어" 농담식 언행 던져
18일 국회에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오늘 전체회의에서 정부를 상대로 종합정책질의를 열고 7조8천억원 규모의 4차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본격적인 심사에 착수한다. (사진=연합뉴스)
18일 국회에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오늘 전체회의에서 정부를 상대로 종합정책질의를 열고 7조8천억원 규모의 4차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본격적인 심사에 착수한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꼭 보답을 해야 하는데, 기재부(기획재정부)가 말을 잘 안 듣는 거 같다. 혼 좀 내달라.(웃음)" (정세균 국무총리)

대구시 코로나19 확산 당시 확진자 치료에 공헌했던 영주적십자병원이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해 임금체불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오지만, 정부가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18일 국회가 실시한 4차 추가경정예산안 심사를 위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 종합정책질의에서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의 지적에 대해 이같이 말하며 웃었다.

2018년 7월 개원한 영주적십자병원은 공공의료기관 책무 수행 차원에서 지난 2월 23일부터 5월 6일까지 74일간 감염병 전담병원의 역할을 수행했다. 지정 직후 외래진료는 전면 중단했고, 병원 관계자 164명이 코로나19 환자의 완치에 전념했다.

특히 대구시에서 발생한 확진자를 대거 수용하면서 영주시민은 이들이 입원한 동안 병원을 이용하지도 못했다.

고통 분담 끝에 영주적십자병원에선 대구 확진자 169명과 봉화군 환자 18명 등 총 187명이 코로나19를 완치하고 퇴원했다.

정부에선 그간 발생한 병원 운영 손실을 보상하고 경영 위기를 일시 해소코자 개산급을 2회에 걸쳐 약 10억원을 지급했다. 하지만 병원 추산에 따르면 정상운영기간(2019년 11월 ~ 2020년 2월) 대비 28억원의 손실이 발생한 실정이다.

문제는 정부가 개산급 산정 때 모든 전담병원에 대해 일괄적으로 2019년도 연초 입원진료비를 기준으로 지급했다는 것이다. 영주적십자병원의 경우 2018년 7월 18일에 신규 개원한 병원임에도 불구하고 특수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영주적십자병원은 현재 자금 유동성 위기와 직원 월급 체불의 위기에 처하게 됐다.

영주적십자병원은 보건복지부가 건립했지만, 적자가 날 경우 영주시와 대한적십자사가 빚을 절반씩 공동으로 부담하도록 돼 있다. 적자폭이 커지면 영주시민의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 의원은 "영주적십자병원이 2018년 개원해 운영관계가 초기단계라 정상적 궤도에 오르지 못한 상태에서 코로나 맞아 28억원 손실을 봤다"며 "(정부가) 10억원 개산급은 지급했고, 8억원은 대구시가 환자 치료했다는 점에서 지원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재 남은 10억원의 적자를 언급하며 "지방의료원이든 영주적십자병원이든 방역에 기여했는데, 지방 의료원은 개산급과 25억원을 추가로 받고 영주는 하나도 못 받았다"며 "영주시민은 코로나19로 대구 환자가 입원한 동안 적십자 병원도 이용하지 못하는 등 희생까지 했는데, 재정도 어려운 영주시에 5억원을 또 부담하라는 건 부당하다"고 질타했다.

박 의원은 이어 예비비 지급 등 방안을 제안했고,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영주 지역 의료 수요를 감안해 (개원 때부터) 적자 병원을 요청했던 경력이 있다"며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정 총리는 "영주적십자병원은 코로나 극복에 크게 기여했다. 잘 알고 있고 감사하게 생각한다"면서도 기재부를 거론하며 농담을 던졌고, 진영 행정부 장관 등 국무위원 일부도 함께 웃어 영주시 사정을 안일하게 생각한다는 의심을 불렀다.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