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조 추경 이틀 안에 처리한다는 여당… '졸속심사' 논란 또 불러
7.8조 추경 이틀 안에 처리한다는 여당… '졸속심사' 논란 또 불러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0.09.15 15: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8.6% 불과한 통신비 지원도 '이통사 선부담' 해야 한다는데
野 "전액 빚낸 돈 꼼꼼히 봐야… 與 목표 18일 처리 불가능"
15일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서영교 위원장이 행정안전부 소관 '2020년도 제4회 추가경정예산안'을 통과시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5일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서영교 위원장이 행정안전부 소관 '2020년도 제4회 추가경정예산안'을 통과시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7조8000억원 규모의 4차 추가경정예산안을 18일까지 통과시키겠다고 나서면서 또다시 '졸속 심사'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이번 추경 전체 중 8.6%에 불과한 '13세 이상 전국민 통신비 2만원 지원'도 이동통신사가 비용을 먼저 부담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올 정도로 나라살림이 어렵지만, 여당은 고집을 꺾지 않고 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15일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 고통 앞에 국회가 밤낮을 가리고 주말을 따질 겨를이 없다"며 "이번 주 안에 꼭 처리하고, 어렵다면 주말에라도 예결위(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열어 최대한 빨리 처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당이 목표로 한 추경 통과 기한은 오는 18일까지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전날부터 심사에 들어갔고, 환경노동위원회는 16일 예산결산기금심사소위원회 첫 회의를 열 예정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사실상 검토 없이 의결하라는 뜻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실제 행안위도 심사 이틀 만에 소관 추경 804억원을 원안대로 가결했다.

예결위 또한 심사 시간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16일부터 예결위 산하 추경예산조정소위원회가 심의에 들어가더라도 민주당의 목표 통과 기간을 맞추려면 이틀 안에 끝내야 한다.

앞서 3차 추경 때도 민주당은 야당의 의견을 무시한 채 통과를 강행했다. 이 과정에선 예산조정소위에 참석했던 민주당 의원 5명이 야당 보이콧(불참) 상태에서 1286개 심사 항목을 이틀 안에 처리해 논란을 불렀다. 현재는 집행률도 저조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예결위는 이번 추경 검토 보고서를 통해 "통신비 지원은 이통사 매출액을 보전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감면분 일부를 통신사가 부담하도록 한 뒤 세제 지원 등의 방식으로 보전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재정 부담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또 통신비 2만원 지원을 위해 약 9억원으로 편성한 '통신비 감면 지원 임시 센터'에 대해서도 "필요성이 낮다"며 축소해야 한다는 지적까지 내놨다.

이같은 지적과 맞물려 야권 역시 철저한 검증을 예고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전액 빚내서 하는 7조8000억원이라는 예산을 국민을 대신해 꼼꼼히 들여다봐야 한다. 일부러 늦출 이유는 없지만 보지도 않고 그냥 통과시킬 이유는 없다"며 여당 목표 기한까지는 통과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알렸다.

주 원내대표는 추경안이 상임위 예비심사와 예결위 심사를 거쳐야 본회의에 올라간다는 것을 언급하며 "지금 상임위 1~2곳에서 심사를 시작한 상황이다. 상임위 심사 이후 예결위에서 질의하고 소위원회에서 심사도 해야 한다. 18일 통과시키자는 말은 눈 감고 그냥 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예산 중 1조원에 가까운 돈이 통신비 지원"이라며 "효과 있게 쓰고, 쓰이는 목적이 분명해야 하는데 도저히 맞지 않는다"이라고 지적했다. 또 "독감백신(예방접종주사)의 경우도 지금 3000만명 분량이 확보돼 있는데, 3차 추경까지 무료로 지원한 게 1900만명이다. 1100만명은 돈을 주고 맞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통신비 지원보다 예방접종주사 등을 취약 계층에 지원하는 게 실효성 있다는 뜻이다.

야권과 의견이 엇갈리고, 검토해야 할 문제도 산재했지만 민주당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4차 추경은 재원을 적재적소에, 그리고 빠르게 투입하기 위한 선택과 집중의 지원 방안"이라며 "최대 효과를 내려면 빠른 집행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각 부처별로 추석 전에 집행하기 위해선 18일까지 추경안 통과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18일은 추경안이 그 취지대로 효과를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유통기한, 흔히 말하는 데드라인(마감시한)인 셈"이라고 덧붙였다.

통신비 지원에 대해선 "마스크 없는 코로나19 시대를 상상하기 어렵듯 무선통신 없는 코로나 시대 역시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무선통신은 코로나19 시대의 필수 방역제다. 물리적인 만남의 공백을 비대면·온라인 만남이 이어주고 있다"고 부각했다.

그러면서 "비대면 경제·사회 활동 증가로 이동통신의 사용량은 크게 증가했고, 대다수 가구에서 소득의 감소가 있는 상황에서 통신비는 가계 부담으로 작동되고 있다"며 "1인당 2만원의 지원이 누군가에겐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일 수는 있지만 4인 가구 기준 8만원의 지원은 결코 가볍게 취급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득에 나섰다.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