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 중 6명 반대에도… "통신비 전국민 지원" 고집 안 꺾는 당정청
10명 중 6명 반대에도… "통신비 전국민 지원" 고집 안 꺾는 당정청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0.09.14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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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미터 조사 결과, 58.2% '통신비 지원 잘못한 일'
내부 반대 목소리에도 일축… "4인 가족이면 8만원"
(그래픽=연합뉴스)
(그래픽=연합뉴스)

국회가 7조8000억원 규모의 4차 추가경정예산안 심사에 돌입한 가운데 '13세 이상 전국민 통신비 일괄 지원'에 대한 논쟁이 확산할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국민과 야당의 반대 목소리가 크지만, 여권 지도부는 예정대로 이를 추진하려는 분위기다.

14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전국 18세 이상 성인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여당·정부가 추진하는 전국민 통신비 지원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58.2%가 '잘못한 일'이라고 답했다. '잘한 일'이라는 응답은 37.8%에 불과했고, 4.0%는 '잘 모르겠다'라고 피력했다. (95% 신뢰 수준, 표본오차 ±4.4%포인트, 자세한 내용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확인)

정부는 이번 추경에 통신요금 2만원 감면을 위한 재원으로 9300억원을 책정했다. 이같은 방안은 앞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제안하면서 성립했다.

하지만 국민 10명 중 6명이 전국민 통신비 지원에 반대하고 있고, 4차 추경 도입을 먼저 제시하고 동의했던 야권도 이에 대해선 질책을 쏟고 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같은 날 문재인 정권을 향해 "국민 통신비 2만원을 뿌리며 지지율 관리할 때가 아니다"라며 "청년을 살리고 취약계층을 위한 긴급생계지원에 집중하길 바란다. 전국민 독감백신 무료 접종이 더 시급한 민생 과제임을 명심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같은 당 주호영 원내대표 역시 "반대 여론이 들끓고 있다"며 "나라빚이 무려 847조원에 이르고 올해 추경만 네 번째로, 국가채무가 올 한 해만 106조원으로 급증하는 상황에서 1조원에 가까운 돈을 국민 용돈에 가까운 2만원으로 쓴다는 것이 정말 나라 재정을 걱정하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정의당도 통신비 지원에 대해선 쓴소리를 아끼지 않고 있다.

심상정 대표는 같은 날 "문재인 대통령께선 통신비 지급을 두고 '작은 위로이자 정성'이라고 말씀했지만, 국민은 선심성 낭비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며 "정리 해고의 칼바람을 맞고 있는 노동자와 실업으로 내몰리고 있는 시민을 고려해 '긴급 고용안정자금'으로 확충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여당 소속 일부 광역단체장도 반대 목소리를 내는 실정이다.

앞서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승수효과가 없다"고 분석했고, 친문재인 계파 핵심 인사로 꼽히는 김경수 경상남도지사도 "통신비 예산은 '무료 와이파이망 확대'에 투자하자"고 제안하면서 사실상 반대 의견을 내놨다.

하지만 전국민에게 통신비를 주겠다는 여권 지도부의 입장에는 변화가 없는 분위기다.

정치권은 민주당 이 대표가 비공개 간담회를 실시한 것을 두고 통신비 지급 문제를 논의할 것이란 관측을 내놨지만,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통신비는 이미 당정 간 합의로 결정이 난 사안"이라며 "최고위에서 논의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 역시 같은 날 한 라디오 방송에서 "단순 지원이 아니다"라며 "통신비를 매달 내야 하는 일반 국민 입장에서 보면 '그 금액이 무의미하다'고까지 얘기하는 건 이해가 가지 않는다"라고 말하면서 기존 구상을 고수하겠단 뜻을 재차 알렸다. 중학생 이상 자녀가 있는 4인 가족에게 2만원씩 지원해도 8만원의 통신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게 여권 주장이다.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도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일부 야당 의원이 통신비 지원에 대한 장관 의견을 묻자 "의미가 있다고 본다"며 "전체를 지원하자는 주장도 상당하다. 정부에선 전국민에 혜택이 돌아가도록 의사를 결정한 것으로 본다"고 일축했다.

또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이 "통신비 같은 것보단 소상공인 등 직접 피해를 받은 사람에게 몰아서 선택과 집중할 필요가 있지 않는가"라며 "예를 들어 장관님한테 통신비 2만원을 지급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지적했지만, 진 장관은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반대 입장이었던 경기도 이 지사도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서 "당에서 이미 결정한 걸 자꾸 왈가왈부 하는 게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며 '함구'로 태도를 선회했다.

(그래픽=연합뉴스)
(그래픽=연합뉴스)

[신아일보] 석대성 기자

bigstar@shinailbo.co.kr